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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호 새로나온 책
88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6.23 0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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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소쉬르가 말하는 무의식은, 만약 그것이 구조화돼 있다면, 그것은 오직 통시태 속에 개입하는 법칙들을 통해서 이뤄진다. 따라서 소쉬르가 그 구조의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언어(langue) 속에서가 아니다. 심지어 소쉬르의 언어개념이 라랑그(lalangue)의 형식 아래서 재개념화돼 있다고 해도 말이다. (……) 소쉬르―나는 여기서 언어학자 소쉬르에 대해서만 언급한다―는 두 경우에서 라캉주의자다. 한편으로 그가 무의식을 제기할 때 그렇고, 다른 한편으로 그가 언어활동(langue)과 언어들(langues)을 차이의 구조화된 시스템으로서 분석할 때가 그렇다. 소쉬르는 자신이 무의식에 할당하는 가설적 구조가 그것의 모델로서 언어활동(langue) 개념을 취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에서 라캉주의자이길 멈춘다.”
미셸 아리베 전 파리10대학 교수, 『언어학자와 무의식』(김성도 옮김, 고려대출판문화원, 2017.6) 중에서

 

■ 교양인을 위한 인문학 사전, 이안 뷰캐넌 지음, 윤민정·이선주 옮김, 자음과모음, 728쪽, 38,000

문화이론가이자 사회변화조사연구소장, 『프레드릭 제임슨』, 『옥스퍼드 철학 사전』 등의 저술가 등으로 활동하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이력이 돋보이는 인문학 사전. 어떤 개념에 대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각 개념의 배경과 이론 체계를 폭넓게 살펴보며 그 의미를 풀어가는 저자의 인문학 개념 요리법은 그야말로 맛깔스럽다. 사전 고유의 객관성과 주관성을 놓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어가는 능력도 탁월하다. 7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개념 항목들, 연관 항목으로 제공하는 읽을거리, 그리고 질 들뢰즈,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장 폴 사르트르 등 각 분야별 주요 인물에 관한 분석적 전기를 제공하는 것도 이 사전의 미덕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인문학 개념들이 사용되는 배경과 이론 체계를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인문학 개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도서관과 작업장: 스웨덴, 영국의 사회민주주의와 제3의 길, 옌뉘 안데르손 지음, 장석준 옮김, 책세상, 352쪽, 18,000원
지식정보 시대 자본으로서의 지식과 이를 바라보는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관점을 스웨덴과 영국의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통해 드러낸다. 지식을 서로 나눠야 할 공공재로 바라본 스웨덴과 개인들이 더 많이 획득해야 할 경쟁재로 바라본 영국의 사회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의미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두 나라의 사회민주주의를 비교·분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민주주의의 발전 과정과 한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적’이라는 비판에 정면으로 맞선다. 저자는 지적·문화적·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와 동일시되는 지식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새로운 유토피아를 모색하기 위해서 사회민주주의를 돌아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 무기화된 거짓말,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레디셋고, 406쪽, 22,000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뽑은 2016년 올해의 단어가 ‘탈진실(post-truth)’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진실의 붕괴는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허위 지식, 반쪽 진실, 음모설과 더불어 최근 대두된 ‘가짜 뉴스(Fake News)’는 탈진실의 시대를 투영하는 세계적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경 과학자이자 인지 심리학자인 저자는 “우리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있지만 절대로 언론의 얼굴을 빌려 거짓을 유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어느 양심적인 언론이 진실과 거짓을 식별해 우리에게 계속해서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힘만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되는 조작을 당해낼 수 없고, 어수룩하고 판단이 미숙한 대중들이 거짓 정보에 휩쓸리면 거짓이 맞을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들에서 문제점을 찾는 법과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는 여러 가지 방어책에 대해 상세하게 배울 수 있다.

 

■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 최진석 지음, 그린비, 528쪽, 27,000원
저자가 2009년 러시아인문학대학교 예술사대학 ‘문화의 이론과 역사학과’에 제출했던 박사학위 논문 「바흐친의 저술에 나타난 문화 동력학의 문제들」을 저본으로 삼아 수정·보완한 것으로, 바흐친과 그의 사상을 재조명한 책이다. 주로 한국 문학과 문화 이론에 호출되던 바흐친은 구소련 출신의 러시아 이론가로 대화주의와 다성악, 민중문화에 관한 저술로 잘 알려져 있다. ‘웃음문학’, ‘민중성’, ‘크로노토프’ 등으로 표지되는 그의 주요 개념들은 한때 학술논문의 분석적 도구나 이론적 프리즘으로 빈번히 사용됐으며, 인문학자들이 필수적으로 독파해야 하는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란 ‘이념과 사상 및 물질생활의 공유’라는 사전적 정의와 달리 그렇게 성립된 문화의 경계를 스스로 內破하는 힘이며, 문화의 역동성은 그 힘을 이론적으로 간취할 때 유의미하게 드러난다.

 

■ 제2차 세계대전과 집단기억,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박찬승 엮음, 한울엠플러스, 232쪽, 23,000원
RICH 트랜스내셔널인문학총서 11권. “집단기억이 인식의 차이를 낳고 미래에 대한 구상의 차이를 낳는다”고 주장하는 박찬승 한양대 교수가 엮고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기획한 책으로, 종전 70주년을 맞은 ‘제2차 세계대전’과 역사 연구의 주요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집단기억’ 문제를 연계해 각국의 현지 저자들이 참여한 책이다. 동아시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각국의 집단기억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이 한·중·일 3국의 정세에 미치는 영향부터 러시아에서 푸틴 정권이 높은 인기를 얻는 데 대전에 대한 집단기억이 활용되는 실상까지 집단기억이 만든 오늘날의 국내외 정세와 각국의 역사,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여전히 긴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 전쟁과 전쟁 기억이 인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하게 한다.

 

■ 퍼퍼먼스로서의 연극연구: 새로운 연구방법과 연구분야의 모색, 김용수 지음, 서강대출판부, 603쪽, 35,000원
만일 연극연구가 공연의 체험을 중시해야 한다면, 앞으로 퍼포먼스로서의 연극연구는 실제 공연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도 필히 발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양한 퍼포먼스 문화와 연극의 관계도 한국연극 연구에서 중대한 연구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연극의 형태는 진공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놓여 있는 사회의 각양각색의 퍼포먼스로부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한국적 퍼포먼스 문화는 한국적 연극형태의 산실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몇몇 소수의 전통에 국한하는 현재의 편협한 시각을 탈피해, 대중문화와 사회적 의례와 일상생활 등에서 펼쳐지는 온갖 종류의 퍼포먼스 문화로 시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퍼포먼스로서의 연극연구는 연구대상에 대한 지평을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연극연구가 학술적 답보상태를 탈피해 새로운 지식영역으로 탐험해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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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6-23 20:08:06
노벨상을 받을 만한 혁명적인 통일장이론으로 우주를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침묵하고 있다. 학자들은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게 반대나 찬성을 표시하고 기자들도 실상을 보도하라! 하나의 이론이 완전하다면 다른 이론이 공존할 수 없는데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이 상호보완하면서 공존하는 것은 모두 흠결이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현상의 크기를 계산하는 도구에 불과하므로 수학으로 우주의 원리를 기술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참된 과학이론은 우주의 운행은 물론 탄생까지 모두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의 크기, 장소, 형태와 상관없이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지 못하는 기존의 물리학이론은 국소적인 상황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니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