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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적폐청산
대학의 적폐청산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7.06.12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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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은 대한민국 대개혁을 위한 시대정신이 됐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몇몇 교수 단체들은 대학의 적폐 청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학의 적폐일까. 대선 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불공정과 불평등의 해소였다. 국민들은 힘 있는 자들의 횡포에 분노했고, 양극화 해소를 간절히 바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권교체의 목적으로 누누이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에서 파면당한 박근혜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그녀는 재벌과 결탁해 특권층을 형성했고, 그 반대 극에 서있는 국민들은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란 칭할 만큼 불공정과 불평등에 시달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대학을 평가했고, 대학 집행부는 오로지 교육부의 평가기준에 맞춰 대학을 탈바꿈시켰다. 이것이 대학의 목표요, 자신들의 업적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소통은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제왕적 대통령은 제왕적 교육부로, 제왕적 교육부는 다시 제왕적 총장들로 이어졌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불평등을 낳는 대표적 적폐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교육부 예산이 대학지원으로 쓰인다면 이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보편적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생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대학을 지원했고, 그 결과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 사이에 격차가 생겨났고, 선정된 대학을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아무런 혜택도 보지 못했다. 이것이 과연 국가 예산의 공정한 집행일까.

이것만이 아니다. 대학 내부를 보자. 계약직 교수는 정년직 교수와 동일한 자격조건 하에 선발되고, 교육부에는 동일한 전임교원으로 보고된다. 또한 동일한 비중의 학점이수 과목을 담당하고, 논문을 써도 정년직과 동일하게 ‘한 편’으로 계산되며, 사실상 무기계약이란 점에서 동일한 나이에 정년을 맞는다. 그런데도 계약직 교수의 연봉은 정년직의 절반이고, 보직이나 각종 의결권에서 배제된다.

시간강사는 또 어떤가. 아직도 시간당 강사료가 5만원 수준에 불과한 대학들이 태반이다. 이 경우 주당 9시간을 담당한다면 연봉은 1천500만원 수준으로서, 이는 임시 일용직 근로자 평균 월급 150만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더구나 시간강사는 잠시 잠깐의 직업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수 1인당 학생 수가 OECD 국가 평균 30명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교육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시간강사는 정년 나이 때까지 시간강사로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며 탈권위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고, 공공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려 한다. 대학에도 대학구성원과 소통하고, 탈권위적인 총장이 등장하려면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대학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대학지원이 선별지원이 아니라, 모든 대학의 보편적 교육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대학 교육의 기본적 토대인 교수충원율을 높이는 데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교육부는 2조9천억원이란 엄청난 돈을 대학에 투자했다. 이런 예산이 정년직 교수 충원에 우선적으로 사용된다면 과연 개별 대학에서 계약직 교수가 양산되고, 시간강사들이 평생토록 최저 생계 수준의 강사료만 받고 사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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