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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캔의 욕망 … 다섯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진화하는 스캔의 욕망 … 다섯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 승인 2017.06.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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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_ 학술출판이 미래를 만든다 : ⑤ 장애물 혹은 위협들-출판산업 파괴하는 북스캔

빠르게 전환한 디지털환경 속에서 ‘학술출판’의 자리가 계속 위협받고 있다. 학술전문서는 시장에서 점점 위축되고 있다. 불법복제, 북스캔, 베끼기 출판, 출판사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 시스템의 부재, 정부의 정책적 방임 등이 손꼽히는 장애물이다. 학술 전문서와 대학교재 등 질 높은 출판 콘텐츠를 확보해야할 시기임에도 안팎의 장애와 싸우는 한국 학술출판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학술출판이 살아나야 지식과 문화의 지평이 두터워질 수 있다. <교수신문>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학술 출판이 처한 현주소,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학술출판이 미래를 만든다’(총 10회)를 마련했다. 이번호에서는 ‘장애물 혹은 위협들-출판산업 파괴하는 북스캔’ 문제를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영미권의 출판산업은 최근 2년 사이에 회복세를 타고 있다. 반면, 국내 출판시장 상황은 온통 적신호 투성이다. 여기에 불법복제까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학술·전문도서 출판업계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새 정부가 이런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도록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 1조4천63억 원 규모이던 출판시장(학습지, 학습참고서, 전집류, 잡지 제외) 총 규모는 2015년에 1조2천84억 원으로 나타나 지난 5년 사이에 14.1% 감소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는 2003년 3만 7천793원에서 2016년 1만 5천234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거의 매년 축소됐다. 전체 가계 지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첫 통계가 나온 2003년 1.3%에서 2016년 0.45%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6년 사이에(2010년~2016년) 가계 지출 총액은 2.3% 증가하고 오락문화비도 12.9% 증가했건만 유독 서적구입비는 41.2%나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의 책이 무단으로 디지털 복제가 돼도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보상금 분배를 받기조차 어렵고, 공공도서관에서 무수히 대출돼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사기나 스캐너, 스마트폰처럼 도서 복제가 가능한 기기를 만드는 사업자들로부터도 원천적인 보상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선진국들에서는 이들 행위로부터 저작권자와 출판사를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법상에 판면권, 공공대출권, 사적복제보상금 제도 등을 도입한지 오래다.

출판시장 침식의 심화로 이제 상당수 출판사들이 경영 한계에 직면했다. 그중에서도 대학교재를 주로 발행하는 학술도서 출판사들은 1종당 평균 1천부, 적게는 수백 부밖에 발행하지 않지만 이조차 판매가 수월치 않다. 학술」전문 도서의 주요 수요처인 대학가의 불법 복제도 여전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상반기에만 1만7천391점(284건)의 불법 복사물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집계되거나 적발된 것만 이 정도 수준이지, 파악되지 않았거나 단속의 손길이 충분히 미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이다.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디지털 환경이 정착되면서 불법 복제는 한층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간한 「2017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2016년 기준 불법복제물 유통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총 4천229억 원에 이르는 불법복제물 시장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출판 분야가 1천726억 원(전체의 40.8%)으로 여러 콘텐츠 분야 가운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1천418억 원보다 21.7%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로는 생산 감소액이 4천32억 원, 고용 손실이 4천148명, 영업잉여 감소가 162억 원으로 추정됐다.

▲ 스마트폰에서도 북스캔 가능한 앱들을 쉽게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한 카피 문구 ‘10분에 책 한 권 스캔 24900원의 책스캐너’가 눈에 띈다.

출판계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서 1권씩만 구매해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 바라지만, 도서관들은 자료구입비 확보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는 종이책 교재를 스캔(복제)해 태블릿피시 등의 기기를 통해 이용하거나 공유하는 ‘북스캔’(도서의 디지털 복제)이 유행하며 불법 복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껍고 무거운 전공서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북스캔 업체의 단골손님들인데 의학, 컴퓨터공학, 법학 등을 비롯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북스캔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가 됐다(<주간경향> 1207호, 2016.12.27). 300페이지 책 한 권에 3천원 이하로 북스캔이 가능하고, 아예 학생들에게 스캐너를 대여해주는 편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북스캔에 의한 피해액만을 별도로 추려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스캔 전문 업체에 의한 불법 스캔 방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본격적으로 계도를 시작한 2014년 이후에는 스캐너 장비의 저가 임대 방식으로, 최근에는 전문 북스캔 앱(애플리케이션)에 의한 간편한 스마트폰 북스캔 방식으로 거듭 진화하고 있다. 북스캔 앱은 1~2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앱이 깔린 스마트폰의 거치대 아래에서 몇 초마다 페이지를 넘기면 되는 반자동 방식으로 10여 분 만에 책 한 권을 뚝딱 손쉽게 스캔할 수 있다. 책을 펼친 양쪽 페이지가 촬영되는 순간 두 페이지로 자동 분류해서 저장된다. 보정도 가능하며, 파일이 완성되면 각종 기기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일은 개인들 간에 손쉽게 교환할 수도 있다. 이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굳이 책을 살 이유가 없는 셈이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대부분이 휴대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피시, 나아가 스마트폰에서 교재를 볼 수 있는 여건이다.

"책 살 돈 없다는 학생, 무조건 이해할 순 없다"

이처럼 편리한 기술 환경과 아직도 저작권 보호 의식이 낮은 상황 속에서는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학술?전문도서 출판계가 북스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첫째, 북스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이해 당사자들이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정선된 콘텐츠의 보고인 학술·전문 출판이 이대로 고사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갈 지식과 창의력의 원천을 어디에서 찾을까에 대해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둘째,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 수업목적저작물이용보상금제도 도입이나 복사업체에 대한 복사 이용 허락 계약은 사실상 저작물 무료 이용의 길을 열어준 면죄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실효성 없는 보상금의 분배가 개별 출판사의 손실 보전책이 되기는 어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별 계약 이용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 판면권, 공공대출권, 사적복제보상금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인 출판사의 권익이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곧 저작권자 보호와 선순환 효과를 통한 독자(이용자)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의 도서구입비를 획기적으로 확충해서 양질의 학술·전문 도서가 비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개인이 책을 구매하지 않는 환경에서 책 구매와 이용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넷째, 대학 교육에서 교재 이용에 관한 교수 사회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북스캔이 아닌 출판사가 만든 ‘정품’을 써서 지식 공동체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교육자들부터 깨어있어야 한다. 수업 환경과 교재 이용은 교수 하기 나름에 달렸다. 다른 데 쓸 돈은 있어도 책 살 돈은 없다는 학생들을 무조건 이해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째, 학술·전문 도서의 디지털 판매에 관한 출판계의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업계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분야별로도 좋고 학술·전문 도서 업계 전체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월정액 회원제 방식 판매, 페이지 단위 판매, 이용 방식에 의한 가격 모델 등 다양한 전자책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 출판계도 콘텐츠 이용 환경의 변화에 보다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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