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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벽돌공장처럼 관리해온 교육부… 기능조정 불가피”
“대학을 벽돌공장처럼 관리해온 교육부… 기능조정 불가피”
  • 김유경 국교련 실행위원장(경북대·사학과)
  • 승인 2017.05.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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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_ 국립대 정책

성과급적 연봉제, 강압적 총장선출제 등 ‘국립대 선진화 정책’ 폐기해야
‘국립대네트워크-공영형사립대-자율형사립대 구조편성’ 완급 조절 필요

▲ 김유경 국교련 실행위원장(경북대·사학과)

숨가쁘게 치러진 장미대선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새 대통령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넘치는 만큼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각계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신문>을 비롯해 대학 관련 언론이 이러한 요구에 대한 보도로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그 화두는 여러 해 전부터 늘 들어왔던 익숙한 것들이다. 대학의 자율성, 공공성, 재정지원, 4차 산업혁명, 입학자원 부족, 구조개혁 찬반론…. 내외의 녹녹치 않은 정세에서 과연 이 허다한 요구에 새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적이 염려된다. 그런데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로 집약되는 국정과제도 오늘날의 사회적 조건에서 결국 대학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니 대학과 대학정책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권의 교육정책은 대학만이 아니라 교육의 모든 영역에서 ‘공공성의 방기’가 관철된 특징이 있었다. 그 중에 대학이 받았던 이해할 수 없는 압력과 그 후유증은 여전히 미결상태로 누적돼 있다. 대선 직전인 4월 18일, 국립대학 1만6천여 명의 교수들을 대변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과 집권 후의 대학정책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후보 시절의 대통령을 대리해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국교련의 정책제안을 일부 수정 끝에 수용하고 그 이행을 다짐했다(교수신문 877호, 4월 24일자 참조).

국립대학 교수단과 더불어민주당은 무엇보다 국립대학법의 제정을 필두로 하는 고등교육법체계의 정비, 이미 그 정책(무)능력이 검증된 교육부의 조직과 기능 조정,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식의 개편, 나아가 장기적으로 국립대학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우량대학으로 육성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대학의 서열체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등의 기본원칙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 기초로서 국립대학의 짓눌린 자율성을 시급하게 회복한다는 정책방향에서도 동의가 이루어졌다.

대통령 취임일에 보도된 새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기조를 보면 역시 ‘공공성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교수단체와의 협약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국립대학 네트워크-공영형 사립대-자율형 사립대 구조편성’과 같은 과잉의욕이 다소 염려된다. 기본방향은 동의할 수 있으나 완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선행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조직과 기능이 개편돼 마땅한 교육부의 역할이 대학정책에 집중된다니 염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대학은 원리상 일국에서 최고 수준의 지식과 학문을 다루고 최고 수준의 전문가 양성을 기본사명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책은 매우 세심하고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즉 대학은 본질상 무엇이 산출될지 모르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대학의 운영에는 학문의 자유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자율성, 대학자치가 강조되게 마련이었다. 왜 그럴까? 아마도 대개의 중등학교에서 학교장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거의 모든 교과목의 수업목표와 내용에 대해 그럭저럭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이르러서는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어지간한 거점국립대학의 경우 학내에 약 100여 개의 다양한 전공이 포진해 있다. 이들 전공단위의 임무는 일정한 교과내용을 단순히 가르치는 일에 그치지 않고 당해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며 이 과업을 담당하는 역군의 양성을 동시에 수행한다. 즉 현대 대학에서 그 밀착도가 아무리 떨어졌다해도 연구와 교육의 결합은 대학의 독특한 속성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대학의 장이 중등학교의 장과 같이 자기가 관할하는 학내의 모든 지식체계와 그 활동을 일정하게 관리, 통제한다는 것은 완전히 어불성설이다. 그러기에 각 전공단위의 최고 성취달성을 위해서는 이들의 자율적 자기결정을 보장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원칙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리고 이렇게 각 전공단위가 누리는 연구와 교육의 자율성 총화가 대학 전체의 자율성과 자치로 발현되며, 이럴 때 대학의 역량은 최적화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학정책은 이런 조건을 마련해주는 섬세한 예술품 창작행위와 같다.

그런데 지난 정권의 교육부는 이런 대학을 ‘벽돌공장’처럼 관리했으니, 그 폐해야 오죽했을까? 100여 개의 다양한 전공에 종사하는 교수들의 실적을 일렬로 세워 차등적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성과급적 연봉제, 깜깜이로 선발되는 간선단이 총장을 선출하게 했던 이름만 아름다웠던 구성원 참여제. 이와 같이 말도 아니 되는 일련의 정책을 돈을 내걸면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고 밀어붙일 때는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당연 교수들은 정책당국을 조소하고, 무의미한 앵벌이 행각에 동원되는 자신을 자조하면서 지난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 세월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애매한 목표 설정과 무모한 과잉의욕, 그리고 위법적인 수단방법도 가리지 않는 추진방식으로 점철됐다. 그러고도 무엇을 이루었는지는 대학인들도 모르지만, 정책을 입안한 교육부 관계자인들 알고 있을까? 예를 들어 대학인들의 저항을 무릅쓰고 강요한 총장선출방식으로 교육부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게다가 아직도 총장 공석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5개 국립대학은 어찌될 것인가? 아마도 총장 선출을 교육공무원법의 규정대로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기만 했어도 대학 내부, 대학과 정부 사이의 그 자해적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대학의 본질을 부정하고 있으니 당장 폐기하는 것 이상 더 좋은 대안이 있을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각종 법 규범에 근거가 없는 일을 교육부가 열심히, 부지런히 행한 데서 오히려 대학 내부에 허다한 비능률과 갈등, 폐단이 야기됐다. 교육부 대학정책실의 직원들은 무얼 하겠다고 야근하느라 고생하지 말고, 칼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저녁있는 삶만 잘 누렸어도 국립대학 정책의 허다한 적폐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교육부의 기능 조절이라는 것도 이 부서가 자기 능력에 부치는 애매한 일을 하지 않게 하는 것처럼 좋은 방향이 달리 없다.

김유경 국교련 실행위원장(경북대·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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