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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이화여대 전 학장 “최순실 두 번 만났다” 폭로전 이어져
김경숙 이화여대 전 학장 “최순실 두 번 만났다” 폭로전 이어져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5.0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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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이화여대 ‘학사비리’

청와대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비선실세)로 지목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 그의 딸 정유라(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 대한 이화여대의 입학·학사특혜 의혹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경옥 교수 등 정씨의 입학·학사비리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 사이에 일부 진술이 엇갈리긴 하지만, 최 전 총장을 비롯해 이화여대 교수들이 입학·학사비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거란 정황은 뒤집히기 어려워 보인다.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 전 총장과 최순실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차관은 김 전 학장에게 정씨의 입학 특혜를 청탁했고, 김 전 학장으로부터 정씨의 입학을 돕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김 전 학장은 당시 정씨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입학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대신 김 전 학장의 증언은 최 전 총장을 향했다. 이날 김 전 학장은 최 전 총장이 자신에게 승마 특기생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정씨를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최순실과 두 차례 만남을 주선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두 번째 만남에서 최 총장은 직접 자신의 관용차에 최순실을 태우고 캠퍼스 투어를 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최순실과 김 전 차관, 그리고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이 정씨의 입학 비리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정황으로 읽힌다. 

김 전 학장의 이번 증언은 지난해 잇따른 교문위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정씨에게 입학·학사 특혜를 베푼 정황을 전면 부인했던 자신의 발언들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김 전 학장의 증언을 살펴보면, 김 전 차관과 최 전 총장으로부터 입학 특혜에 대한 모종의 청탁을 받았고 이후 정씨의 입학과 학사 특혜 등은 실제로 이뤄졌다.

이처럼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 재판은 의혹 당사자들 모두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던 사건 초기와 비교하면, 최근엔 당사자들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정황을 전제로 한 ‘진실 공방’과 ‘폭로전’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실제로 앞선 지난달 17일, 이경옥 이화여대 교수(불구속 기소)는 출석과 과제물을 모두 제출하지 않은 정씨에게 학사경고를 받지 않도록 ‘C+’학점을 부여했다며 학사 특혜의혹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정씨뿐 아니라 체육특기자 9명에 대해서도 학사 특혜를 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학사점검’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정씨가 소속했던 체육과학부 내 체육특기자 19명 중 9명이 증빙서류와 과제물 제출 사실이 없거나 미흡했지만 학점을 부여했다. 이들은 정씨처럼 대리수강 혹은 대리시험 등의 특혜 정황은 없었지만, 3명은 출결 대체서류와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고, 6명은 관련 증빙서류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이들에게 학점을 부여한 교수 17명은 경고, 주의 처분을 받게 됐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 3월 전국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에서 학사 특혜 정황이 집중적으로 적발된 고려대와 연세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체육특기자 선발 및 학사관리’ 양교 총장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 입학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저학력기준을 수능과 내신성적 중 어느 것으로 둘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수능의 절대평가 도입 여부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양교는 학점 평균 ‘C’ 미만 학생의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학사관리 강화 방안도 논의 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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