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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르네상스’ 기대하며 던진 쓴소리 비판들(16-마지막)
‘대학 르네상스’ 기대하며 던진 쓴소리 비판들(16-마지막)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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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이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지난 4월 15일자부터 시작한 ‘연중기획-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글 실린 순서

① 상아탑의 부도덕,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② 남발되는 명예박사
③ 강요되는 발전기금
④ 넘쳐나는 수익사업
⑤ 늘어나는 비전임제도
⑥ 부끄러운 교육과정
⑦ 사교장이 된 특수대학원
⑧ 믿지 못할 업적평가
⑨ 권위적인 행정구조
⑩ 미로 속 재정운용
⑪ 푸대접 시간강사
⑫ 반복되는 임용비리
⑬ 범람하는 논문들
⑭ 독단독선 법인권한
⑮ 속빈강정 대학홍보

‘좋다는 것’에는 욕심껏 입을 벌려온 우리 대학들. 그러나 막상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는 데에는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신문이 8개월간 진행해온 ‘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에서 제기된 15가지 문제들은 하나같이 ‘낯익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왜 대학은 시장에 허리를 굽히려 하는가. 순수학문은 사장시키고 커리큘럼은 ‘시장성’ 있는 과목들로 채운다. 돈 많이 드는 전임교원은 사절, 박봉으로 휘두를 수 있는 시간강사를 선호한다. 그것도 모자라 대학은 이제 스스로 ‘시장’ 노릇까지 하려 한다. 명예박사를 판매하고, 발전기금을 끌어 모으고, 심지어는 대학 내에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의 상당 부분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시장은 대학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요구한다. 그래서 교수들은 ‘흡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을 때’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논문 제출 기간’이 됐을 때 논문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러나 막상 그 평가기준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임용탈락, 재임용탈락 교수들은 여전히 ‘부당하다’라고 울부짖고 있다.

대학이 원한 ‘개혁’이라는 것이 ‘시장화’였는가. 그러나 대학은 ‘시장’의 단점을 미처 걸러내지 못한 만큼 장점 또한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 ‘개혁’ 됐다기에는 아직도 행정구조가 경직돼 있고, 재정운용이 불투명하며, 인사과정이 불합리하다. 이래저래 우리 대학들은 정작 ‘공부하려는’ 인재들은 외국 대학에 빼앗겨 가며 ‘학위’와 ‘인맥’을 제공하고 학비를 챙길 수 있는 특수대학원을 키우는 데 정력을 쏟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막상 신입생을 모집하려 해도 마땅히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없다. 그래서 화려한 수식어로 대학을 장식하고, 멋진 외모를 가진 모델을 내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학생과 교수를 ‘입시홍보’전으로 몰아넣는다.

위와 같은 15개의 문제점을 짚어왔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서로 얽히고 설킨 하나의 ‘실타래’와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복잡해서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지만, 하나의 매듭이 풀리면 또 하나의 매듭이 풀리고, 그 매듭이 풀리면 또 다른 여러 개의 매듭이 동시에 풀릴 수 있는 서로 ‘연결된’ 문제들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일련의 문제들을 ‘통째로’ 방치해온 것일까. 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에도 정작 변해야 할 낡은 면면들은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학계의 진단은 다양했다. 박우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학문이 효용을 갖게 되면 그 효용의 이용자는 학문의 장인 대학을 자기 목적달성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되고, 자본, 정부, 군부뿐 아니라 대학 스스로도 거기에 편승, 부패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공적 자원 1백50조원 중 1조원만 대학에 사용해도 대학의 재정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정부의 인식 부족을 꼬집었다. 이상규 경북대 교수(국문학)는 “‘재정 확보’와 ‘학생들의 호응’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대학측의 상업주의적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대학행정에 미치는 소비자의 통제력은 약한 데 비해 교육부나 재단의 통제력은 월등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희원 경희대 교수(법학과)는 “사립대의 경우 교수임용기준이 사적이며 내부적인 계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사 서면 계약이라 하더라도 법 앞에서는 힘을 상실한다”라고 비판했다.

지금 우리 대학들이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 ‘해외대학연계’, ‘IT대학’ 등이 과연 ‘아카데미’와 맞바꿀 만큼 가치 있는 작업들인가. 부차적인 것들을 탐하느라 버려야 할 것을 제 때 버리지 못하고, 잃어서는 안될 것들을 잃어가는 우리 대학들,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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