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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의 부당지시, 누구도 문제제기 않았다 … 대학평가 재검토해야”
“윗선의 부당지시, 누구도 문제제기 않았다 … 대학평가 재검토해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4.17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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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단체들, 조기대선 앞두고 교육부 ‘정조준’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구속으로 새 정부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학가는 다음달 9일 치러질 19대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대학정책도 거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수단체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개혁이라는 두 외적 동력에 추진체가 될 정부의 대학정책이 변화에 앞서 ‘청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비판의 화살은 지난 2010년을 전후로 본격화된 대학구조조정정책(대학평가, 정원감축 등)과 대학재정지원사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장·차관을 비롯한 교육부 각 부처 담당자들에게 정조준 돼 있다.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시국회의)와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홍성학, 교수노조)은 지난 11일 교육부의 대학정책과 교육부 관료들 그리고 이들과 유착관계를 이어오다 재판에 회부된 각 대학 총장과 보직교수들을 거칠게 비판하는 성명을 잇따라 냈다. 시국회의는 대학정책을, 교수노조는 대학정책을 담당해온 전현직 교육부 관료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먼저 시국회의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과 대학평가를 연계하면서 대학을 줄세우고 길들여왔다고 주장했다. 시국회의는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그동안 고등교육의 비전을 제시해 대학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대학평가와 재정지원 차별화 정책으로 대학 줄 세우기와 길들이기를 진행해왔고, 이런 교육부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대학평가 방식의 문제점, 재정지원사업의 비효과성, 재정지원 차별화 정책에 따른 대학 구성원의 교육·연구 외적 업무 폭증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간 논란이 돼 온 교육부의 대학평가 지표 선정과 평가방식의 문제 외에도, 대학을 이른바 혼돈의 상태로 몰고간 치명적인 평가 오류로 ‘등급평가’를 꼽았다. 교육부는 현재의 대학평가 모델을 도입한 2010년에는 평가결과 ‘하위 15% 대학’에 재정지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썼고, 지난해에는 ‘A~E’ 5등급으로 대학을 평가했다. 시국회의가 지적한 오류는 A등급 대학의 경우 부실함이 가려지는 반면, 하위등급 대학은 부실함이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평가항목의 종합점수로 상대평가를 하다보니 A등급 대학에 들어있는 부실 측면이 가려져 버리게 된다. A등급은 상대적인 등급일 뿐, 평가항목별로는 부실한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A등급 대학이라고 하면 모든 평가항목에서 부실 측면이 없는 것처럼 인식되어지도록 한다”는 게 시국회의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비롯해 등급이 높은 대학은 서열과 등급에 안주하는 대학으로 머물게 하고, 등급이 낮은 대학은 지원을 받지 못해 더 열악해지는 대학으로 내몰게” 되는 악순환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취업률과 산학협력 등 고등직업교육기관에 해당될 지표를 주요 평가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대학평가가 고등교육법상 설립목적이 세분화돼 있던 고등교육기관들을 획일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국회의는 대학정책 개선 과제로 △대학평가에 따른 재정지원사업 폐기 △각 대학에 일반경비로 지원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방식 채택 △국립대 등록금 폐지 △공영형 사립대 확대 △비리사학 퇴출 등을 제안했다. 

교수노조 “교육부장관 사퇴”

같은 날, 교수노조는 대학가 괴담을 소개하면서 대학정책을 주무해온 교육부 담당자들과 일선 대학의 총장·보직교수 등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교수노조가 소개한 괴담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교육부가 나랏돈을 이용해 대학을 길들이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과정이 무원칙해 객관적 평가보다 외부의 입김이 당락을 좌우하며, 심지어 이런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대학의 악덕 이사장과 총장 등의 자리 보전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교수노조는 나아가 “비리나 행정전횡 구설에 휩싸인 (대학) 이사장이나 총장이 재정지원사업 선정을 대내외적 입지 강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며, 따라서 학내 입지가 취약한 비리 이사장이나 총장일수록 이러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교육부에 대한 로비나 교육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력자’에 줄을 대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학가에 공공연히 떠돌던 괴담은 최근 일부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달 23일 감사원의 ‘대학재정지원사업 및 구조개혁 추진실태’와 ‘이화여대 재정지원사업 특혜 의혹’ 감사결과에 따르면, 프라임사업 선정과정에서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의견을 대학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받아 평가에 따라 선정된 상명대(본교)를 탈락시키고 선정권 밖에 있던 이화여대를 추가선정했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교육부는 평가점수와 순위를 집계한 직후 임의로 A등급 기준과 D등급 불이익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당초 A등급이 아니었던 37개교(일반대 25개, 전문대 12개)가 A등급을 받았고, D등급 대학 역시 D+등급을 신설해 재정지원 480억원과 학자금지원 25억원 등 총 500억원대의 정부 지원금을 49개 대학에 나눠줬다.

교수노조는 “교육부에서 이러한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공고된 사업의 기본계획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부의 장관, 실장, 국장, 과장, 담당자, 한국연구재단의 사업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실무자 중 어느 누구도 반대의견을 말한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선정대학을 지정하며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선정과정에 개입했는데 이 역시 교육부에서는 단 한 명도 이것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항거한 흔적이 없다. 국정농단 사건이 최순실과 박근혜라는 극단적 개인만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위법하고 무책임한 행정처리가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만든 토양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앞선 감사원의 교육부 관계자 징계와 별개로,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을 부당하게 집행한 전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을 비롯, 국·과장급 담당자들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이준식 교육부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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