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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호 새로나온 책
87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3.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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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의 페루와 볼리비아 북부로 약 7천 년 전쯤부터 경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감자는 1750년대에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으며, 처음에는 식용으로 이용되지 않고 관상용으로 재배됐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18~19세기 감자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농작물이 됐다. 한편, 스페인 사람들이 남미의 원주민을 수탈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인들도 아일랜드에서 곡물을 수탈해가서 아일랜드인들은 곡물 대신 감자를 주식으로 삼게 됐다. 영국인들은 아일랜드인들로 하여금 생산량이 많은 단일 종류의 감자만 심게 했다. 그러다가 1845년 미국에서의 감자 전염병이 아일랜드로 퍼지자 1850년까지 아일랜드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굶어 죽고 100만 명 이상이 북미로 이민을 가게 됐다. 이 일은 종교문제와 더불어 아일랜드인으로 하여금 영국 본토에 대해 극심한 증오심을 갖게 했다. 이와 같이 감자에는 수탈과 착취, 이민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남숙 이화여대 교수, 『당신이 알고 싶은 식물의 모든 것』(이화여대출판부, 2017.3) 중에서

 

■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진화 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 마리 루티 지음, 김명주 옮김, 동녘사이언스, 304쪽, 18,000원
진화심리학자들은 꽤 진보했다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철저하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여태껏 우리는 남녀에 관한 유해한 이분법을 해체하는 데 수십 년을 바쳐왔음에도, 진화심리학자들은 터무니없고 유치할 정도로 단순한 근거와 논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성차이에 대한 결정은 그 자체가 이미 이념적이다. 지식 생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세운 가설이 그 주제를 어떤 틀로 바라보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조건화됨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연구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가치 판단’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지식 생산의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심리학도 그렇다. 진화심리학은 젠더와 성에 대한 지배적 사회 이념을 강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

 

■ 발터 벤야민: 화재경보―「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읽기, 미카엘 뢰비 지음, 양창렬 옮김, 난장, 272쪽, 22,000원
저자 미카엘 뢰비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를 해석하는 데 성공하려면 그 텍스트를 벤야민이 쓴 일련의 저작 안에 위치시켜야 한다고 본다. 벤야민이 전개한 사유의 운동 안에서 그 텍스트를 준비하거나 예고하는 계기들을 탐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뢰비는 이런 과정을 통해 벤야민의 역사철학이 매우 상이한 세 가지 원천, 즉 독일 낭만주의, 유대 메시아주의, 마르크스주의를 참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뢰비의 독창성은, 벤야민이 양립 불가능한 이 세 관점을 절충해 ‘조합’하거나 ‘종합’하지 않았다고 보는 데 있다. 오히려 벤야민은 이 세 관점에서 출발해 극도로 독창적인 새로운 개념을 발명해내는 ‘시적 사유’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벤야민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가 그 단어의 모든 의미에서 ‘분류 불가능’한 사상가, 텍스트가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선사·고대 회화, 홍선표 지음, 한국미술연구소(CAS), 460쪽, 35,000원

이 책은 ‘한국회화통사’ 시리즈 중 첫째 권으로, 한국회화사가 탄생하고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선사와 고대 회화를 다룬 개관적 연구서이다. 1부 ‘선사 회화’는 신석기와 청동기시대의 반구대 암각화뿐 아니라 토기와 청동기의 그림과 문양에 이르기까지 회화적 요소를 찾아 상세히 분석한다. 2부 ‘고대 회화’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및 통일신라시대 회화는 물론 극소수 남아있는 낙랑, 가야, 발해의 그림도 다룬다. 고분벽화 등 회화가 비교적 풍부한 삼국시대의 경우 기존 미술사에서 참고하지 않은 사료들이나 최신 연구자료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보다 미시적으로 파악하고, 상징·도상·조형적 특징과 더불어 당시의 생활상을 추정하며, 지역별·시대별 변화 및 영향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은 식민주의 사관과 반식민주의 사관, 또는 내셔널리즘과 모더니즘 등에 의거한 이데올로기적 구성이 아니라, 한국회화 형성사의 전 과정을 실상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 엔트로피와 경제: 인간 활동에 관한 또 다른 시각, 니콜라스 게오르게스쿠-뢰겐 지음, 김학진·유종일 옮김, 한울엠플러스, 636쪽, 64,000원
저자의 관점은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대안의 단초를 마련해준다. 분석 대상을 계량형태 변수들로 한정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몇 가지 기본 원리에 입각해 기계론적으로 설정하며, 이러한 수리모형에 입각해서 데이터를 통한 검증을 한다는 매우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는 방법론이 사실은 커다란 오류를 잉태하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현대 경제학은 가격, 소득, 고용, 금리, 환율 등 계량형태 변수들을 분석대상으로 하고, 이들을 결정하는 이론을 합리성 가정과 효용극대화 및 이윤극대화 등 기본원리에서 도출해내고, 이러한 이론을 수리모형으로 만들어내고, 이 모형이 실제 데이터와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방식을 너무도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기계론적 분석 방법론은 물리학 중에서도 고전역학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적용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나아가 통계역학이나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 분야에서 기계론적 환상이 낳는 폐해를 지적하며,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에서는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 위대한 정치: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책세상, 404쪽, 17,000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위대한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 두 사람의 삶과 사상, 정치 역정을 중심으로 시대의 부름에 답하는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그리고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정치, 위대한 정치의 본질을 성찰한 책이다. 밀과 토크빌은 『자유론』과 『미국의 민주주의』같은 위대한 저술로 기억되는 사상가이면서, 현실정치에 투신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밀은 젊어서는 사회개혁운동가로, 나이 들어서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했으며, 토크빌은 오랜 정치 이력 끝에 장관까지 지냈다. 밀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외치며 도덕 정치를 주장했고, 토크빌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위대한 정치를 꿈꾸었다. 정치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소명에 압도됐던 두 사람은, 그러나 결국에는 글을 써서 역사에 복무하는 것이 더 나았으리라는 회한을 남겼다. 

 

핀치의 부리: 다윈의 어깨에 서서 종의 기원을 목격하다, 조너선 와이너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528쪽, 18,000원

이 책은 오늘날 다윈주의의 힘을 가장 탁월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며, 미국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과서로 선정되고 있는 생물학 분야의 ‘고전’이다. 프린스턴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197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갈라파고스를 찾는다. 그곳에서 두 과학자는 진화의 아이콘 ‘핀치의 부리’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진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랜트 부부는 지난 40여 년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 대프니메이저에서 다윈핀치와 함께 지냈다. 매일 아침 핀치들을 잡아 몸무게를 재고 깃털의 색을 살피고 부리 크기를 측정하며 무엇을 먹는지 누구와 짝짓기를 했는지 모두 기록했다. 그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수십 세대를 따라가며 변화를 추적했다. 그리고 2009년, 마침내 두 사람은 다윈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 새로운 종이 지구상에 등장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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