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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호 새로나온 책
87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3.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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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는 사실 수십 년 전 유럽인들에 의해, 그리고 무슬림 세속주의자들에 의해 강요된 세속주의에 대한 반작용이다. 중동이 단지 근대 초기의 서구가 겪었던 일을 겪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이미 일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세속주의는 전통적 이슬람을 절멸하기는커녕 그것을 설득력 있고 얼룩덜룩한 현대적 이데올로기로 변형시켰다. (……) 정치 이슬람의 역동적인 에너지처럼 보이는 것이 오히려 그것의 죽음을 알리는 쇳소리일 수도 있다. 세속주의가 어느 순간에 추진력을 다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동의 세속주의 정부들은 권위주의적이었으며, 자유민주적 세속주의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날은 현재로선 멀리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이슬람주의를 과소평가할 때가 아니다.”
―존 M.오언 4세 버지니아대 교수, 『이슬람주의와 마주 보기: 서구의 과거에 비추어 본 정치 이슬람』(이종삼 옮김, 한울엠플러스, 2017.2) 중에서
 
 
■ 고대에서 봉건사회로의 이행: 서유럽 농노제와 봉건적 주종관계의 형성 및 인종문제, 이기영 지음, 사회평론, 470쪽, 28,000원
고대 노예제사회에서 중세 농노제로의 이행을 다룬 최초의 국내 학자 저서다. 지금까지 이에 관한 우리말 저서가 없었던 것은 이행기에 관한 정보자료 입수의 어려움과 여러 외국어로 된 자료 해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역사연구는 당연히 원사료에 기초해야 하며, 특히 우리의 서양사 지식이 서양 학자들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연구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사료에 기초한 연구가 더더욱 필요하다는 저자의 평소 신념이 관철돼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한편으로는 고대에서 봉건사회로의 이행에 관한 서양 학자들의 여러 언어로 된 최신의 연구성과와 학설까지도 널리 이용한다. 다만 연구성과를 이용하더라도 논지 전개의 기초를 사료분석에 두고 이에 근거해서 비판적으로 이용하며, 중요한 학설은 가능한 한 사료를 통해 검증해 저자 나름의 타당하고 설득력 높은 이행론을 제시한다.
 

■ 근대 초기 잡지의 발간과 근대적 문학관의 형성, 서은경 지음, 소명출판, 398쪽, 28,000원
1910년대 동경에서 발간된 유학생 잡지를 비롯해 1920년대 초·중반까지 문학과 문화의 경계선상에 놓인 잡지를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특히, 동경에서 발간된 유학생 잡지와 유학생들의 의식변천을 집중 탐구하며 고찰했다. 제1부에서는 1910년대 동경에서 발간된 유학생 잡지인 <학지광>, <여자계>, <삼광>을 텍스트로 해서 1910년대 일본유학과 근대적 지식인의 등장 및 근대적 문학관의 수립과 근대소설의 발생 과정을 다뤘다. 제2부에서는 그간 문학 쪽에서 소외돼왔던 1920년대 전후 잡지들인 <녹성>, <서울>, <현대>, <생장>을 텍스트로 다뤘다. 유학생 잡지라는 성격이 명확한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매체마다 갖는 성격의 다양성을 통해 근대적 문화와 예술이 하나의 제도로 정립돼가는 과정과 각 잡지가 문학사에서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 금융 위기 이후의 자본주의, 김성구 외 지음, 나름북스, 288쪽, 18,000원
박하순, 류승민의 논문도 함께 수록됐지만, 김성구 교수의 글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자본주의 현 상태 진단을 토대로 전망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의 논의를 따라가면, 2017년 현재 호황 국면에 있는 미국은 2018~19년을 즈음해 새로운 순환적 공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에 의하면, (제3차 구조 위기 이후) 장기 불황 아래 일어나는 순환적 공황은 장기 성장기(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80년대까지)의 그것과는 다른 양상과 형태를 띤다. 또 앞으로 다가올 순환적 공황은 이전 사이클(2008년)의 공황과도 그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김성구 교수는 순환적 공황이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 붕괴로 단선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록으로 실린 2008년 경제 위기의 분석을 두고 고 김수행 서울대 교수와 김성구 교수 간 진행된 논쟁글도 흥미롭다.
 

■ 완전한 여성, 저메인 그리어 지음, 박여진 옮김, 도서출판 텍스트, 504쪽, 20,000원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페미니스트의 한 사람인 저메인 그리어의 문제작이자 페미니즘의 고전, 『여성, 거세당하다』의 후속작으로서, 맹렬한 수사법, 권위 있는 통찰력, 기막힌 유머, 광범위한 조사를 바탕으로 페미니즘에는 자기만족감이 만연하지만 아직 여성 문제는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와 소비 지상주의에 갇혀 있는 여성들을 불러낸다. 여성의 외모에 굴욕감을 주는 문화, 여성이 자신의 몸을 혐오하게 만드는 상품 정보와 마케팅, 평등이라는 미사여구로 감춰진 여성을 향한 정치적 맹공격을 파헤친다. 다이어트, 악취 제거, 면도, 화장, 성형 수술 등의 요구를 견디고, 여성의 몸에 대한 혐오에서 나온 쓸데없는 상품들에 돈을 쏟아붓는 데 그녀는 분노한다. 또한 여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이나 겉으로만 그럴싸한 평등과 경박한 여성스러움에 팔린 여성의 자유를 꼬집는다.
 

■ 장애학의 오늘을 말하다, 콜린 반스 외 엮음, 김도현 옮김, 그린비, 516쪽, 27,000원
1970년대 중반 (주로 영미권) 대학 바깥의 실천적인 움직임으로부터 태동된 ‘장애학’의 발전과 논쟁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이 책에 담고자 했던 것은 장애학이 사회과학의 분과학문으로서 아카데미 내에서 발전해 온 양상이 아니다. 이들은 ‘인간, 노동, 능력, 평등, 차이’ 등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장애화(disablement)’에 개입하고 저항하려 했던 실천적 고민들의 역사를 담고자 한다. ‘장애학의 오늘’은 이러한 논쟁의 진폭 가운데에서 형성되고 끊임없이 재정립해 온 것이다. 이 책은 ‘장애는 사회적인 차별과 배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회적 장애모델’의 관점을 기본적으로 견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모델이 간과하기 쉬운 ‘손상의 경험’이라는 문제, ‘계급·젠더·인종·섹슈얼리티·연령’ 등과의 교차성 문제, 지구화에 의해 새롭게 파생되고 있는 문제 등을 아울러 다룬다. 또한 전통적인 보수 진영의 논리(의료적, 개별적, 자선적 관점)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진보 진영의 장애 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배제의 혐의도 짚었다.
 

■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492쪽, 20,000원(개정판)
제목이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사상가’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 누구든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거나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와 관행과 관련해 어떤 ‘업적’을 이뤘다면,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사상 또는 커뮤니케이션 사상과 관련된 행동은 탐구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는 바로 그런 탐구할 가치가 있는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인물 가운데에 어떤 인물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사상을 직접 역설하기도 했지만, 어떤 인물은 단지 행동만 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행동가들의 행동을 촉발시킨 생각이 무엇이며 그 행동을 둘러싼 환경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들을 커뮤니케이션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고자 했다. 월터 리프먼, 조지프 매카시, 마셜 매클루언, 자크 엘륄, 머리 에덜먼, 조지 거브너, 레이먼드 윌리엄스, 앨빈 토플러, 백남준, 테드 터너 등 모두 10명을 조명했다. 1994년판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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