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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체크를 스마트폰으로 하니… “우선순위 주지시킬 필요”
출석체크를 스마트폰으로 하니… “우선순위 주지시킬 필요”
  • 김진일 동의대·컴퓨터공학과
  • 승인 2017.03.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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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도슨트(docent)가 있다. 나의 경우, 감상에 도움도 되고 질문도 할 수 있어 가능하면 시간을 맞추어 그들의 설명을 듣는다. 오늘은 미술관이다. 약 20여명의 관람객이 도슨트와 함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한다. 그런데 3~4명 정도가 한 손으로는 계속 스마트폰을 눌러댄다. 마음속으로 웬 작품 감상을 하면서 채팅인가? 차라리 개인적으로 감상하면 되지, 굳이 이 대열에 함께 하면서까지 꼭 저렇게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 김진일 동의대·컴퓨터공학과

의아한 생각에 힐끔 그들의 스마트폰 화면을 본다. 그런데 뭔가를 열심히 조회하고는 화면 속의 글을 읽고 있다. 가만히 보니 도슨트의 설명 내용에 대한 검색을 하고 있다. 아하!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참 효율적으로도 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주 짧게. 헌데, 과연 그럴까? 

매 학기, 나의 첫 시간에는 수업 중 핸드폰 사용에 대한 자제를 당부한다.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은 수업에 온전히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학에서 출석체크를 스마트폰으로 하게한다. 앱을 통해 학생과 교수간의 스마트폰 통신으로 출석체크를 한다. 아예 수업이 스마트폰 출석체크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어떡하지?

인간에게 머리는 하나뿐이다. 동시에 둘 이상을 생각하거나 처리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두뇌가 하나이므로 다중처리(multi-processing)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순차처리가 될 뿐이다. 여러 문제를 처리할 시에는 시분할(time sharing) 형태의 처리로 조금씩의 시간을 각각의 문제에 할당함으로써 동시처리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일을 처리하는 두뇌인 프로세서가 하나이므로 순차적으로 처리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일부를 빠뜨리거나 산만할 뿐이다. 그러니까 여러 문제를 처리할 시에는 일의 우선순위를 두고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미술감상에서 도슨트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도슨트가 설명하는 사이의 짧은 빈틈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재빨리 관련 지식을 검색한다. 그리고 이를 읽는다. 가능할까? 가능은 하다. 예컨대, 도슨트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이란 작품을 앞에 두고, 입체파 큐비즘을 설명한다. 또한 큐비즘의 또 다른 화가인 앙리 마티스를 언급한다. 

만일 이때 관람자가 궁금해서 큐비즘 또는 앙리 마티스를 검색한다고 치자. 도슨트의 말을 한 귀로 들으면서 눈은 스마트폰의 큐비즘을 읽는다. 큐비즘을 조회하니 미술사적으로 나오게 된 배경 등 읽을거리가 엄청 많다. 그 와중에 도슨트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에 대한 감상 설명이 이어진다면 어떨까? 그 사람은 과연 비싼 돈을 내고 들어온 전시회에서 미술품 감상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사실, 회의적이다.

다시 새 학기다. 으레 첫 수업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는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다. 먼저, 앞에서 말한 인간의 다중처리 능력의 한계에 대한 얘기를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모든 일처리에서 우선순위를 두거나, 아니면 시간적 또는 공간적으로 적합한 일을 우선하라고 당부한다. 물론, 스마트폰과 수업진행의 동시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모두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그런데 한마디를 보탠다. 

“무슨 말인지 알지요?” 

이건 사족이다. 나도 나이가 드는 모양이다. 이번 학기에도 즐거운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

김진일 동의대·컴퓨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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