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에서 동성애 운동이 표면화됐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작년 3월 이른바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을 발의하고 학내 공식 규범으로 제정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이와 같은 규범 제정이 시도될 것이다. 필자는 언어학자이기 때문에 법이라면 문법밖에는 모른다. 그런데 이 인권가이드라인의 실체를 알고, 법규범이라는 것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얼마나 가혹한 올가미를 씌울 수 있는지 깨닫고 놀랐다.
인권가이드라인이 서울대에서 제정되면, 서울대의 모든 구성원들은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언급을 할 수 없으며, 학문 연구에 기초한 동성애의 객관적 비판도 금지된다. 따라서 동성애의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나, 도덕 가치의 변화,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한 질병들에 관한 언급이 모두 금기시되며, 이러한 언행이 모두 실효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또한 동성애는 정상적이며 이를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인권 교육’이 모든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실시될 것이다.
이러한 규범이 대학사회에서 제정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자신의 학문적 양심과 도덕적 양심에 어긋나는 동성애, 그리고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 아무런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교육 받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만일 한국의 대다수 국민이 동성애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용인하고, 동성 간 성행위를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의 최근 판결문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동성 간 성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 명시해 대 다수 국민의 도덕적 양심을 대변한다.(대법원 2008년 5월 29일 선고 2008도2222 판결; 헌법재판소 2011년 3월 31일 선고 2008 헌가21 결정, 2016년 7월 28일 선고 2012 헌바 258 결정)
최근 대학가에서 들려오는 총학생회 임원들의 동성애 ‘커밍아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대학 사회가 이미 동성애와 공존하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동성애 이슈가 공론화됨으로써 ‘공존’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서로 ‘공감’하기 위한 다각적 소통이 필요하다.
‘포비아’는 상대에 대한 이해 결핍에서 생기는 자연스런 본능적 부정 반응이다. 운동가들의 ‘프레임’에 대학의 자유 지성이 마비돼서는 안 된다. 조지 레이코프 식 ‘프레임 이론’의 시대는 지났다. ‘프레임’은 선전을 위한 도구지 진정성 있는 소통의 도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 정치와 문화에서 증명됐다. 대학 내에서 동성애와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지고, 어떤 성적 지향을 가진 구성원이든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공감’할 수 있는 대학 사회가 돼야 한다. 단순한 공존을 넘어 미시적 거시적 소통을 통해 건강한 공존의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대학은 모든 가치에 대해 자유로운 표현과 토론이 보장되는 마지막 보루다. 필자는 한 대학의 교수로서 한국의 대학 사회가 자유로운 소통의 열린 공동체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구와 미국에서 동성애 운동의 영향으로 동성애자들의 권익이 신장돼 왔다. 그러나 이런 동성애 운동이 시도해 온 ‘차별금지법’ 제정은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언행의 금지와 처벌이라는 기본권의 역차별을 강요하며, 일반 국민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런 동성애 운동이 일부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을 등에 업고 한국과 많은 약소국에 문화적 제국주의 양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학의 기본 책무는 바람직한 미래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그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다. 최근 기본 질서가 해체되고 방향을 잃은 시대에, 우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 가치를 지향하도록 교육할 것인가? 대학교수로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남승호 서울대 교수·언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