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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와 자녀양육
최순실 게이트와 자녀양육
  • 이병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사회학
  • 승인 2016.12.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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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이병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사회학
▲ 이병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요즘 한국사회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혼란 속에 빠져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다. 이 사건의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일가에게 그토록 빠졌을까?

10대 초반부터 청와대에 살기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에는 대통령 ‘영애’라는 이름으로 공주대접을 받았고, 어머니, 아버지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후에는 슬픔, 외로움, 배신 등의 절망감에 빠졌을 것이다.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捲土重來한 승자의 도취감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은둔의 대통령, 불통의 이미지로 국민에게 각인돼 왔다. 은둔과 불통의 이미지 뒤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은 최순실 일가에게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각종 이권을 챙겨주어 왔다.

본인이 힘들었던 시기에 자기를 가까이에서 위로해 주고, 보살펴준 고마움을 최순실 일가에게 보답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최순실 일가에게 보답한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보답을 公的인 차원과 私的인 차원으로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베푼데 있다. 자연인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로서 公私를 명확히 구분치 못한 과오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왔다고 진단할 수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딸로서의 박근혜 대통령, 장시호(최순실 언니의 딸), 정유라(최순실의 딸)의 성장과정이 하나의 이미지로 중첩돼 나타난다. 그 이미지는 ‘공주’이미지다.

주변에서 금지옥엽으로 대접 받고, 보호 받고, 혜택 받은 특권층의 이미지!

개발독재 시대에는 부모들이 자식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남에 비해 부족함이 없도록 키우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러나 1인당 GDP가 2만 불을 넘어선 오늘날엔, 부모들이 자녀 양육하는 방식과 목표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남들보다 잘 살아보세’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성숙하고, 이타적인 사람으로 거듭나야, 세계화, 정보화, 양극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공주’이미지는 시대착오적이다.

그럼 어떻게 시대에 맞게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 한 마디로, 자율성, 사회성, 그리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양육법이 요구된다. 아이 양육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자율성 강화다. 지금보다 아이들에게 더 개입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어야 한다. 부모가 자꾸 훈계하고, 가르치면, 아이의 잠재력을 억제하게 된다.

사회성 강화는 여러 연령층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도록 한다. 친구들 뿐 아니라, 언니, 오빠, 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설교위주의 엄격한 분위기가 아닌, 생기 넘치는 분위기속에서 함께 웃고, 돕고, 일하고, 나누면서, 자율성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책임감 강화는 세 살부터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도록 하면, 자기통제, 자율성, 책임감이 높아진다. 역시 가족,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핵심이다.

프랑스 언어학자 셀린 알바레즈는 『아이들의 자연법칙』에서, 아이들이 뭔가 시도하다가 장애물이 닥치면, 인간지능이 반응을 하는데, 이때 부정적인 지시자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율성, 사회성, 책임감을 갖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건전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 영국 왕실의 왕자들이 그 살아있는 본보기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발적 퇴진을 바라는 횃불시위를 성원하면서, 부모로서 나의 뒷모습을 함께 바라본다.


이병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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