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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새로나온책
857호 새로나온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11.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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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일본이 날조한 역사, 한국을 폐멸시키기 위해 날조한 역사에 대한 비판이 없었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필자는 신라 내물왕 이전 역사를 말살하고, 신라 오리진의 한국인 존재를 말살한 역사를 ‘그들이 만든 역사’라 부르기로 한다. 신라 역사에 상처를 입힌 ‘그들이 만든 역사’는 한국사의 첫 단추를 잘못 꿴 역사다. 이제 신사역사에서만이라도 한국사회에 남아 있는 한국폐멸사학(소위 식민사학)의 찌꺼기들을 청산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대한민국 국민에게 날조되지 않은 역사를 제공해 정상적인 역사지식과 역사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종욱 서강대 석좌교수, 『상처받은 신라』(서강대출판부, 2016.11) 중에서

 

도시의 발견: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메디치미디어, 272쪽, 15,000원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입니까?” 도시설계 전문가인 저자에게 시민들이 강연의 말미에 어김없이 하는 질문이다.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좋은 도시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민이 사는 곳, 튀는 시민이 만드는 곳이라고. 자신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이야말로 좋은 시민이자 그 도시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언뜻 나와 무관하게, 어렵게 느껴지는 도시설계에 관한 편견을 깬다. 저자는 이 편견을 깬 뒤에는 도시정치에 대한 시민의 대응도 모색한다. 자본과 권력이 어우러져 벌이는 도시정치에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도시가 정치라면 시민들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數를 모아 힘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자본과 권력에 대응하는 시민들의 정치력이다.

 

법관은 어떻게 사고하는가, 리처드 포스너 지음, 백계문·박종현 옮김, 한울엠플러스, 552쪽, 49,500원
사람들은 흔히 법관이 법적 증거를 토대로 사건의 진실을 판단하고 판결을 내린다고 여긴다. 하지만 법관들은 재량권을 가지며 그 재량권을 행사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법의 엄격한 해석을 중시하는 법규주의자들의 바람과 달리 실제로는 법적 원칙만 적용해서 판결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학, 철학, 문학, 역사학을 아우르는 지적 역량을 바탕으로 건드리기 어려운 이 주제를 이론적이고 분석적으로 파헤친다. 법실용주의를 사법철학으로 하는 저자는 법관이 자신의 경험, 감정, 정치적 견해 등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규명한다. 또한 그는 미국의 법관은 큰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입법자 역할을 하며 법관이 입법하는 데 가장 크게 좌우되는 요소는 정치적 고려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제기하기도 한다.

 

보편 철학으로서의 유학: 유학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나성 지음, 이학사, 254쪽, 15,000원
저자는 지금까지 중국철학에 적용된 방법론으로는 유학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유학을 ‘보편 철학’으로서 읽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자신의 평생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이 책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주자학에서의 미완의 과제, 즉 주자의 양면성 또는 자기모순과 주자학의 종합적 성격과 그 완성을 해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잘못 이해돼온 유학의 역사―공맹은 이름뿐으로 공맹 사상의 구조와는 관계가 없고, 이원론 철학이고, 초월론, 즉 형이상학만 있고, 중세 신학과 유사한 비인본론이고, 제왕학으로 출발한 정치 이데올로기인 유학의 역사―를 공자에서부터 주희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유학의 역사―공맹에까지 맥락이 소급돼 공맹 사상의 구조로 환원할 수 있고, 일원론 철학이고, 내재론(형이내학)과 초월론(형이상학), 체험과 지성이 긴장 관계에 있고, 맥락화를 통해 복원되고, 인본론이고, 인간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유학의 역사―로 새롭게 읽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숨길 수 있는 권리, 대니얼 J. 솔로브 지음, 김승진 옮김, 동아시아, 308쪽, 15,000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가 혹은 사회는 너무도 많은 방법으로 너무도 쉽게 개인의 삶을 감시할 수 있지만, 정작 개인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정부와 정부의 정보기관은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지워싱턴대 법학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안보 대 사생활’ 구도의 논쟁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이라고 하면 ‘숨기고 싶은 것’, ‘비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들 생각하며, 많은 국가안보정책들이 이런 생각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영국은 수백만 대의 CCTV를 통해 감시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이 프로그램의 홍보 문구는 “숨길 게 없다면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다. 저자는 이런 ‘사생활=비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생활도 ‘사회적인 가치’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간 안보강화론자들이 내세워온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돼야 마땅하다’라는 논리에 이성적으로 반박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물리학자의 일상,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한빛비즈, 256쪽, 15,000원
일본 최초의 과학문필가, 데라다 도라히코의 에세이집이다. 데라다는 도쿄제국대 이과대학 강사로 음향과 파동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일본 물리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같은 시기에 그는 하이쿠 잡지 <호토토기스>에 「도토리」, 「용설란」 등의 수필과 하이쿠를 발표한 어엿한 문학가였다. 당시 데라다 도라히코는 일본 최초의 ‘글 잘 쓰는 과학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데라다의 글은 장르를 분명히 정의하기 힘든 특성을 지녔다. 그의 에세이는 어느 순간 과학 논문으로 읽히고, 그의 과학 논문은 어느 순간 가벼운 에세이로 다가온다. 호기심 가득한 과학자는 평범한 일상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과학적 상식은 모든 일에 있어 우리에게 과학적으로 성찰할 기회와 여유를 준다”라고 말한다.

옛시조의 모티프: 미의식과 심상공간의 역사, 김흥규 지음, 소명출판, 393쪽, 28,000원
16세기~19세기 조선조 시대 시조의 주요 모티프와 미의식, 그것들이 형성한 심상공간의 시대적 추이를 살펴본 책. 시조 연구는 문헌학적 고찰과 작품론, 작가론 수준의 면밀한 검증에 충실하되 그 이상의 의미화를 향한 모색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저자는 최근 10여 년간 『고시조대전』(2012) 편찬을 위한 작품 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대규모 텍스트 자원을 대상으로 한 분석 방법을 실험해왔다. 분석 방법으로는 네트워크 이론이 적용되었으며, 특히 k-코어라는 부분 관계망을 분석하는 작업이 주가 됐다. 이 책에서 주목할 대목은 옛시조 자료를 작가의 신분층, 시대, 양식 등에 따라 다양한 단위로 나누고, 시조의 모티프들이 거시적으로 어떤 역동성을 보이면서 심상공간의 형성과 변화에 관여했는지를 밝혀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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