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지역할거론으로 불리는 지역주의는 지난 1970년대 이후 30년 넘게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아왔다.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생활양식과 경제적 패러다임에서 유연화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는 70년대식 패러다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좁혀진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인데도 말이다.
특히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한 지금, 어느 후보도 이에 대해 비전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채 추상적, 감상적 혹은 ‘아니면 말고’식 접근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학계는 대선주자들이 아직도 제국의 군주 혹은 봉건 영주나 조직의 보스와 같은 양태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호비방, 패거리, 지역주의,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궁극적으로 승자독식이라는 구도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패권구도에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어떤 성역도, 칸막이도 없는 열린 사회 구조, 사상적·종교적·정치적으로 상식을 존중하는 원칙을 만들어내는 유목적 잡종문화는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에 틀림없다. 천년전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골인들의 잡종문화가 출신이 아니라 능력을 중시한 사회였다는 점을 대선주자들은 환기할 필요가 있다. 정보·과학·인프라를 생명처럼 여긴 칭기즈칸의 제국에서 대선주자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박원길 칭기스칸연구센터 소장은 “몽골이 제시한 잡종성 문화야말로 순수 이데올로기 속에서 형성된 양극화의 논리, 대립과 갈등의 세계, 폐쇄적인 편가름과 다른 자에 대한 억압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유목민들은 공멸을 피하는 지혜를 건조한 사막과 초원으로부터 생득적으로 터득한 자들이다. ‘청와대’라는 권력 정점, 견고한 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이 저 천년전 유목민들이 꿈꾸었던 ‘萬人의 꿈’으로부터, 지역과 국민 통합 나아가 남북평화를 다질 수 있는 비전을 제대로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