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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세상
결혼과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세상
  • 김정휘 춘천교대 명예교수·교육심리학
  • 승인 2016.11.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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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김정휘 춘천교대 명예교수·교육심리학

중국에서는 결혼 축의금을 짝수로 하는데 조의금은 홀수로 하는데, 그 이유는 결혼은 남녀가 같이 혼례의 주인공이고, 죽음은 나 홀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떠나기 때문이라는 데서다. 우리는 여기서 삶과 실존의 엄숙함과 경륜을 발견할 수가 있다.

프랑스의 어느 작가가 결혼을 주제로 수필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직업에 따라서 결혼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는데, 결혼을 두고 배우는 喜悲劇의 교차로라고, 상인은 위험한 투기로, 군인은 30년간의 전쟁과 평화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음악가의 결혼관은 합창, 일기 예보관은 결혼한 신혼부부의 앞날을 맑은 날이 많지만 때로는 천둥과 소나기로 해석한다. 약사는 몸에 좋은 약은 입에서 쓰지만 질병의 통증에서 벗어나려면 약을 정량 복용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을 하고, 개신교 성직자는 지옥에 가기 싫거든 이혼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가정법원 가사 담당 판사는 사무적으로 혼인 신고서와 이혼 결정 판례에 따라서 인구 통계 자료에 기록할 뿐이다.

70대 초반인 필자와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喜怒哀樂을 참으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가르치고 양육시키면서 살아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저런 불만과 사연으로 이혼을 겁내지 않고 유행처럼 하는 세태를 보면서 누가 똑똑하고 미련하게 살아가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워졌다.

재혼이 초혼보다 더 어렵다고 하고, 이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 자녀를 결혼시키기가 두렵다. 한국은 기적을 이뤄냈지만 그러나 희망을 상실했다는 비난을 듣는 것에서 생존지능(survival intelligence)의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불편한 진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혼이 증가하고 가정이 붕괴되고 있어서 걱정이 되는데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대(代) 물림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살과 (가정)폭력성, 알코올 중독증, 치매와 파킨슨 병, 당뇨병, 루마티스 관절염, 주의집중장애가 수반되는 과잉행동장애(ADHD), 사이코패스, 공격성향, 사기꾼 성향, 여성(남성) 편력 등이 대물림된다고 하니,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축복인지 모른다.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고 하고 돌아오는 차표가 없다고도 한다. 미혼의 젊은 남녀는 결혼을 하려고 하고,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는 기혼자들은 이혼하고 싶어 한다고 하니, 이 말의 함의를 숙고하기 바란다. 혼인 생활에 권태감을 느낄 때 이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부인은 남편이 없어야 행복하고 남편은 부인이 있어야 행복하다고들 하는데, 결혼은 과연 적과의 동침이란 말인가.

이혼을 너무 쉽게 하기도 한다. 이혼 후에 자녀 부양을 누가 할 것인지, 위자료 산정과 지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법적으로 책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혼 절차도 까다로운 편이다. 60~70대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시켜서 결혼까지 보내고 난 뒤, 이제는 자녀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사라졌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얼마 후 손자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혼을 하겠다고 나타난 자녀에 심기가 금세 편치 않아 진다. 대체 무엇을 잘못해서 늙은이가 된 지금까지 자식문제로 고생을 해야 하는지 참담하다는 부모들의 탄식이 최근 화제였다고 한다.

결혼에 앞서 또는 안정된 관계에서 접어들기 이전에, 젊은 남녀 간에 충동적인 성의 노예가 돼 혼전 동거를 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일부 대학생이나 젊은이들 중에 혼전 동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던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정상적이라 판단하기가 어렵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喜怒哀樂을 감내할 각오가 돼 있다면 결혼을 말리지 않겠지만, 남녀의 특성과 차이를 모르면서 단지 충동적인 성의 노예가 돼서 무책임한 반칙은 하지 않기를 젊은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김정휘 춘천교대 명예교수·교육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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