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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호 새로나온 책
852호 새로나온 책
  • 북학 기자
  • 승인 2016.10.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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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고전적 작가나 예술가가 위대한 이유는 인간 본성과 삶에 대해 심오한 직관을 제시하고, 그 직관을 독자의 인간성과 관련시킴으로써 독자 자신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말해주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기계의 두뇌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포스트휴먼시대를 맞아 우리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인간은 각자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자신의 혈통을 만든다’고 외쳤던 돈키호테의 시대와 금수저와 흙수저 논쟁이 가열한 이 시대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특히 세계 최고 걸작에 대한 해설서 한 권 없는 척박한 인문학의 현실은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박철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명예교수, 『환멸의 세계와 문학적 유토피아: 『돈키호테』를 읽다』(박철 외 지음, 월인, 2016.9) 중에서

 

노동법의 회생: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한국 노동법, 도재형 지음, 이화여대출판문화원, 440쪽, 28,000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된 1990년대 이후 시장질서에 압도됐던 노동법이 다시 본연의 임무를 깨닫고 자신의 독자성과 규범력을 회복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연구서다. 그동안 이뤄진 노동 판례와 노동관계법의 변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노동법이 사회법으로서의 의의를 회복하고 재활성화 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이 책은 양극화 등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노동법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 노동 판례에 대한 개별적 연구 결과를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화된 2000년대 이후 노동법의 각 영역에서 판례가 변화하는 모습을 통합적으로 살폈는데, 그 결과는 근로빈곤층, 사회적 양극화, 비공식 고용의 확대 등의 현실에 대해서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했는지를 파악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냉혹한 시장질서 아래에서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함으로써 노동법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향해야 할 방향도 고민했다. 

 

사회사상사, 루이스 코저 지음, 신용하·박명규 옮김, 한길사, 920쪽, 37,000원
이 책은 20세기 전후에 태동한 사회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회학자 15명에 대한 책이다. 사회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콩트, 사회적 계급관계를 말한 마르크스, 사회학의 대부 베버, 아노미 개념을 제시한 뒤르켐부터 짐멜, 쿨리, 미드, 스펜서, 파크, 파레토, 베블런, 만하임, 소로킨, 즈나니에츠키, 토머스까지를 사상, 개인적 배경, 지적 배경, 사회적 배경 순으로 다루고 있다. ‘학자는 시대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러셀의 말대로, 학자는 지식의 상아탑에 갇힌 독거노인이 아니다.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그 한가운데를 살아간 사람들이다. 사상은 이들의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단순한 사회학이론서가 아니다. 사상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학자가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에 주목해 사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를 학자 개인의 삶과 시대적 흐름, ‘사회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사회학에 대한 사회학이다.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 이상이·박은선 지음, 도서출판 밈, 612쪽, 20,000원
이 책은 2007년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출범 이후 9년 동안 책임저자인 이상이 교수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이자 복지국가 전문가로 전국을 다니며 강의했던 내용과 경험의 축적물이자, 시민사회운동의 이론적·실천적 성과의 결과물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생산한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 분야의 많은 연구 성과물들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복지국가 진영이 그동안 이뤄낸 복지국가 연구와 운동의 성과를 모두 담아낸 ‘복지국가 교과서’다. 복지국가는 이론적·경험적 담론과 정책을 다루므로 그 내용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려운 내용을 생략해서 책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버리면 전문성이 훼손된다. 이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박은선 씨는 10여 년에 걸친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의 경험을 최대한 발휘해서 많은 사례들을 개발하고 내용을 보다 쉽고 풍부하게 함으로서 이 책의 대중적 전달력을 높이는 데 큰 노력을 했다.

 

한국 도량형사, 이종봉 지음, 소명출판, 352쪽, 25,000원
도량형은 한 국가를 지탱해 주는 근간으로 수취·교역 등의 경제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또 길이, 부피, 무게를 측정하는 기구로 사회경제적인 측면의 기초로 작용해 새로운 나라가 세워지면 국가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던 일도 도량형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수 십 년 전부터 인접한 중국과 일본은 도량형과 관련된 단행본을 여러 권 출판해 왔는데, 이는 도량형이 역사에서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분야라는 걸 입증해준다. 도량형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도량형은 여러 차례 변동을 거쳤는데, 그러한 변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변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책은 향후 사회경제사의 이해와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향후 문화재 복원 정리 등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사 연구 입문, 일본 조선사연구회 편, 박대재 옮김, 고려대출판문화원, 625쪽, 35,000원
이 책의 원서는 『朝鮮史硏究入門』(나고야대학출판회, 2011)으로, 1980년대 이후 30년간 일본에서 이뤄진 한국사 연구의 최신 성과를 정리한 것이다. 선사시대의 한반도, 국가형성과 삼국,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 조선, 개항기·대한제국기, 식민지기, 현대사 등 8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970년대 후반 이후 제기된 한국사의 ‘내재적 발전론’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즉 1960~70년대 한국사학계의 내재적 발전론에 대해, 발전적 요소만 추출한 ‘浮彫的 방법’이라거나, 또는 국제적 계기를 무시한 ‘一國史的 방법’이라고 비판한 1980년대 이후의 연구 경향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1981년 편찬한 『新朝鮮史入門』과 비교해, 조선시대사, 현대사, 식민지기의 문화사·교육사·재외한인사 부분에서 특히 새롭게 보완된 내용도 눈에 띈다.

 

1790: 군대에 부는 혁명의 바람, 낭시 군사반란-프랑스 혁명사 10부작 4권,  주명철 지음, 여문책, 312쪽, 18,000원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중 제4권은 1790년 낭시에서 일어난 군사반란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1791년의 상황을 자세히 다룰 제5~6권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제3권에서 살펴본 ‘전국연맹제’는 시작부터 잔치가 분명했다. 더욱이 프랑스 왕국이 생긴 뒤 그런 종류의 잔치는 처음이었으며 분명히 국민화합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790년은 화합보다는 극복해야 할 불화가 훨씬 더 많은 해였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낭시에서 일어난 군사반란이었다. 프랑스 전역이 혼란으로 들끓는 와중에 민간인 클럽에 드나들며 혁명의 열기에 휩쓸린 병사들은 위원회를 만들어 단체행동을 하고 장교들이 운영하던 군자금을 스스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군사반란으로 문제를 확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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