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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난로·인체의 종착역, 왜일까?
세포의 난로·인체의 종착역, 왜일까?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6.10.2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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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65. 미토콘드리아

좀 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모든 동식물세포(세포질)에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세포소기관(organelle)이 있고, 사람세포 하나에는 보통 200~2000개가 들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적혈구를 제외한 인체 내 모든 세포에서 있고, 심장·간·뇌·골격·근육과 같이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대사기능이 활발한) 조직기관에 많다.

▲ 미토콘드리아. 사진출처= BRIC(www.ibric.org)

미토콘드리아는 미토콘드리온(mitochondrion)의 복수형으로 ‘mito’는 ‘실(絲)’, ‘chodrion’은 ‘알갱이(粒子)’란 뜻이라 미토콘드리아를 ‘絲粒體’라 부르기도 한다. 그것은 세포의 核(nucleus)보다 훨씬 작고, 생리기능이 활발한 간세포(liver cell) 하나에 무려 2000~3000개나 들어있다(간세포의 25%를 차지함).

그런데 세포 하나도 오랜 세월 여러 곡절을 거쳐 내처 바뀌었으니 이를 세포진화설(hypothesis of cell evolution), 또는 세포내공생설(theory of endosymbiosis)이다. 까마득히 먼 15억년 전에 원시세포에 단세포호기성세균이 덜컥 들어간 것이 미토콘드리아이고, 엽록소와 남조소를 가득 가진 단세포 남세균(藍細菌, cyanobacteria)이 슬그머니 들어갔으니(닁큼 먹혔으니) 그것이 엽록체다. 지금 와선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가 붙박이가 되는 바람에 도통 이도저도 못하니 외따로 살지 못하는 운명이 됐단다.

거듭 말하지만 호기성세균이 변한 것이 미토콘드리아이고, 시아노박테리아가 변해서 엽록체가 됐다. 그런데 葉綠體는 식물세포에만 있지만 미토콘드리아는 동식물세포 모두에 있고, 식물세포보다는 동물세포에 더 많다. 그리고 식물세포 하나에 미토콘드리아 100~200개와 엽록체 50여개가 들었다.

미토콘드리아의 크기는 0.5~1㎛(1㎛는 1/1000mm)로 세균의 판박이다.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 mtDNA)는 핵 DNA(nuclear DNA, nDNA)의 0.5% 밖에 되지 않지만 스스로 분열도 한다. 즉, 유전물질인 DNA를 가지고 있어서 세포(핵)분열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번식하고 단백질합성도 한다. 애시 당초에는 원시숙주세포와 미토콘드리아는 완전 독립체였으나 핵에 많은 기능을 고스란히 넘겨줘버려 옴나위없이 ‘從屬國’ 상태가 되어버렸다.
 
알다시피 엽록체는 광합성을 하는 세포소기관이고, 미토콘드리아는 탄수화물(포도당)·단백질(아미노산)·지방(지방산과 글리세롤)을 분해해 에너지(ATP)·열·이산화탄소(CO2)를 내는 광합성의 역반응이 일어나는 곳이다. 앞의 것이 동화작용이고 후자는 이화반응이다. 그런데 삼시세끼 먹는 영양소들은 소화돼 피에 섞여 과연 우리 몸의 어디로 가고, 시도 때도 없이 숨 쉬어 얻는 산소(O2)는 또 어디로 드는 것일까? 100조개나 되는 우리 몸 세포로 간다. 맞다. 그럼 세포 속의 어느 세포소기관으로 가는가 곧장 미토콘드리아로 간다. 피를 타고 간 양분과 산소의 종착역은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여러 효소들의 촉매작용으로 양분이 산소와 제꺼덕 酸化해 에너지와 열,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다시 말해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 우리가 애써 먹은 양분이 산소와 산화해(천천히 타들어 감) 에너지와 열을 내니 이를 細胞呼吸(cellular respiration)이라 한다. 결국 생명활동에 필요한 아데노신-3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라는 고효율의 에너지와 체온유지에 필요한 열, 배설물인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이처럼 미토콘드리아를 에너지를 낸다하여 ‘세포의 발전소’, 열을 내므로 ‘세포의 난로’라 부른다. 간세포 하나에 2000~3000개의 발전소(난로)가 들었다고 했지. 참 기기묘묘한 세포요 인체로다!

한 마디로 운동에 필요한 모든 힘(에너지)을 비롯해 오로지 체온보존에 쓰이는 체열, 날숨에 묻어나가는 이산화탄소가 바로 미토콘드리아에서 생긴다. 사실 이 과정이 말처럼 그렇게 쉽고 간단치 않다. 크렙스(Krebs)가 이른바 Krebs cycle을 밝혀 노벨상을 탔을 정도다. 이 대사과정에 수많은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와 효소가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는 모양이 일정하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꼴(態)로 바뀌고, 아예 운동(이동)도 활발히 하며,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거의가 길쭉한 막대거나 강낭콩, 소시지모양을 하지만 정자의 것은 나선형으로 목 부위를 돌돌 감싸고 있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심폐기능·근육의 탄력성·적혈구 수를 늘림은 말할 것 없고 사립체의 수도 10배까지 는다고 한다. 쓰면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용·불용설(use, disuse theory)’이 미토콘드리아에도 해당 하다니!

세포나 그 속의 세포소기관도 수명이 있어서 적혈구는 약 120일, 상피세포는 7일, 미토콘드리아는 10일 살고 죽는다. 念念生滅이라, 우주의 모든 사물이 시시각각으로 나고 죽고 하여 잠깐도 끊이지 않고 변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싱싱해야 건강하게 장수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필연적으로 미토콘드리아 자신을 손상시키니 그 공격으로부터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야채나 과일 같은 항산화물질을 먹으라 한다. 그리고 小食하라, 꾸준히 운동을 하라, 금연 절주하라는 등의 건강수칙도 미토콘드리아의 튼튼함에 필수적이 것들이다.

다음 회에서는 이 미토콘드리아가 母系性임을 이야기를 할 참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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