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0:50 (수)
매주 월·수요일 도시락 먹으면서 토론 … 발표보다 긴 질의응답 시간
매주 월·수요일 도시락 먹으면서 토론 … 발표보다 긴 질의응답 시간
  • 김민혁 미국 통신원 / 인디애나대 박사과정·정치학
  • 승인 2016.10.12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학계는 지금? _ 내가 경험한 미국대학의 워크샵 문화, 인디애나대의 오스트롬 워크샵
▲ 오스트롬 워크샵 본관 3층에 자리한 워크샵 도서관 내부

미국으로 건너와 박사과정 첫 학기를 보내며 분투하는 중이지만, 이곳에서 두 달 가량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이곳의 워크샵 문화를 잠시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의 워크샵이라고 하면 정기적으로 세미나나 학술행사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조직화된 활동을 주로 의미한다면, 필자가 속해있는 인디애나대의 오스트롬 워크샵은 생활공동체적인 느낌까지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우선 필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워크샵 두 번째 건물의 연구실은 실제로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듯한 조그마한 2층 건물인데, 대학원 동료들이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필자에게 “너 여기에서 살아?”라는 질문을 해서 웃음을 짓게 하기도 했다. 실제로 건물 내에 부엌도 있고 옷장도 있으니 여기에서 거주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오스트롬 워크샵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이 워크샵은 200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와 그의 남편이자 동료 정치학자인 빈센트 오스트롬 교수가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73년에 「정치이론 및 정책분석 워크샵(the Workshop in Political Theory and Policy Analysis)」이라는 이름으로 창설한 연구모임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1969년부터 시작된 비공식적인 주간 모임들에서 시작해 보다 공식적인 조직으로 발전했다고도 볼 수 있다.

▲ 노벨상 수상자 리스트에 오른 오스트롬 부부(2004). 출처=https://www.nobelprize.org

오스트롬 워크샵의 주요 목표는 거버넌스 연구에 관한 여러 학문분과를 포괄하는 다양한 접근방법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연구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다. 실제로 이곳에는 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지리학, 공중보건학 등의 다양한 전공과 연구주제를 가진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 방문학자, 그리고 인디애나대 내외의 다양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소속돼 매주 2~3회 (학기 중 기준) 이상의 포럼과 콜로키움, 강연 등의 행사를 통해 만나고 교류하고 있다.

워크샵(workshop)이라는 단어의 의미 속에는 장인들이 모여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작업장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스트롬 워크샵의 활동들 속에는 다양한 연구방법과 도구들을 공유하고 전수하는 실용적인 공동작업장의 정신도 깊게 스며들어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모두 이 워크샵에 기부했는데, 그녀의 학문적 업적은 이 워크샵에서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의 학문적 성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가 공유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활용에 있는 만큼, 워크샵에서 제공하는 원두커피 서비스에도 지속가능하고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나름의 거버넌스가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도서관을 비롯해 세미나실, 연구실, 사무실 등이 위치한 본관 건물에는 원두커피 기계가 설치돼 있어서 매달 12불을 지불하면 제한 없이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멤버십이 없더라도 커피머신 옆에 놓인 유리병에 1불을 내고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임승차자(free rider)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필자는 비교적 만족하며 커피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제도를 정치철학을 공부하는 대학원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역시 오스트롬 워크샵’이라면서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려 왜 그럴까 의아해 하기도 했는데, 이내 그 웃음의 의미를 공감할 수 있었다.
좀 더 실제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오스트롬 워크샵은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제도, 연구지원사업 등을 비롯해 방문학자 프로그램등 다양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워크샵 건물 내의 연구실과 PC, 책장 등을 배정받게 되는 것도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대학원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구가 프린터와 스테이플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 역시 제공된다.
 

미국 내 대부분의 연구중심대학 박사과정에서 재학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며 주 20시간 이내의 TA, RA 등의 업무를 부과하는 것을 감안할 때, 워크샵으로부터 장학금(fellowship)을 받게 되면 별도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장점이 된다. 필자의 경우에도 워크샵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1) 워크샵에서 개설되는 제도연구 세미나 수업에 참여할 것, (2)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콜로키움과 연구발표회에 참여할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성실히 연구실에 나가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학술행사에 참여해서도 좋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다음년도의 장학금 선발이나 연구비 지원 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끝으로 워크샵의 콜로키움과 대학원 세미나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스트롬 워크샵에서는 거의 매학기 제도연구, 공공정책, 환경정책 등의 주제로 대학원 세미나가 개설되고, 워크샵의 대학원생, 방문학자들이 함께 세미나에 참석해 제도연구의 연구방법과 다양한 사례들에 관한 문헌을 읽고 토론을 나눈다. 그리고 학기 말에는 각자의 관심분야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택,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미니 컨퍼런스 형식의 학술발표회를 진행한다. 그리고 학기 초에 열리는 연구주제 발표회를 통해 구성원들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3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필자도 얼마 전에 이 발표회에 참석해 최근 관심 있는 주제인 한국의 상가권리금 분쟁 이슈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이곳에 모인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관심사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워크샵의 활력을 유지하는 큰 요인임을 느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점심시간(12시~13시)에 진행되는 콜로키움에서는 연구자들이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연구작업을 5분 가량 소개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참석자들은 최신의 연구주제들을 접할 수 있어서 긍정적인 점이 있고 발표자는 유익한 코멘트를 통해서 향후 연구를 발전시켜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상호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참석자들은 샌드위치나 샐러드, 햄버거 등을 자유롭게 가지고 와서 점심을 먹어가며 토론에 참석하는데 공짜 점심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이나 커피는 무료로 제공되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대학원생들이 공짜 점심에 크게 열광을 하는 모습을 보여서 처음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필자도 크게 공감하는 바다.

지속가능성과 소통, 상호호혜성은 어느 공동체에서도 그러하듯이 중요하며, 특히나 필자가 속해있는 오스트롬 워크샵에서는 다양한 학술행사와 교류활동들을 통해서 지속적인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의 대학 공동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오스트롬 워크샵 공식홈페이지와 Tarko, Vlad, “Elinor Ostrom’s life and work.” Ostrom, Elinor, et al. The Future of the Commons-Beyond Market Failure and Government Regulation, Institute of Economic Affairs (2012)에 소개된 내용을 참조했다).

김민혁 미국 통신원 / 인디애나대 박사과정·정치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