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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학인 스스로 정책대안 내놓아야”
“이젠 대학인 스스로 정책대안 내놓아야”
  • 김유경 경북대 교수·사학
  • 승인 2016.10.1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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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책학회 창립에 앞서_ 일방적 대학정책 ‘교육부 폐지론’ 키웠다

대학 ‘지원·평가’ 반복해 온 교육부의 ‘당근과 채찍’ 전략
허술한 사립학교법 벗어나 ‘사립(국립)대학법’ 제정 필요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한 국회의원이 최근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주장했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적이 있다. 주변의 동료 교수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저 소리를 우리가 언제부터 해왔지, 뭐 일단 듣기에는 시원하구먼.” 열심히 일한 교육부 관료들로서는 교육부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할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게다. 올 들어 교육부 장관과 관료들은 부지런히 대학총장들과 끝장토론도 하고 그들의 하소연도 들으며 심지어는 재정지원 방안까지도 과감히(?)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갑질’은 여전하다. 일부 국립대학의 장기간 총장공석사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다, 전주교대에는 총장임용제청 거부처분을 날렸다. 금년 상반기까지 몇몇 국립대학에서는 아무런 사유 표명 없이 총장임용 2순위 후보자들이 임명장을 받았다. 상당수 사립대학들은 9월 초에 발표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계속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해 구성원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정작 평가를 단행한 교육부는 그저 이들 대학의 운명을 입시시장에 내맡겨 고사시키려는 듯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졌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에 대한 대학본부의 불통을 계기로 교육부가 시행해온 재정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들고 일어났다. ‘명문대학’에서 발생한 일이다 보니 많은 언론들의 주목으로 국민들이 교육부의 정책에 눈을 뜨게 됐다.  

겉으로는 아직 문제점이 잘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 등등의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내년 2월말까지 예정된 짧은 시간 내에 거액의 재정지원금을 어떻게 써야할지 연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이러저러한 제약 규정을 보면, 돈 쓰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렇게 돈 써서 우리 대학이 뭐가 나아지려나?” 스스로 한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 20년간 대학들이 경험한 교육부의 각종 혁신사업과 개선사업들이 무엇을 혁신하고 개선했는지 변변한 보고서 하나 없으니 그 정체를 알 수 없고, 수없이 회의하고 야근하고, 각종 사업계획서들을 작성했건만 표가 나는 변화는 별로 없어 보인다. 대학들은 사업이 우선인지, 연구와 교육이 우선인지 스스로도 헷갈릴 지경이다. 오죽하면 대학가에서 교육부 무용론이 거론됐겠는가. 정치권에서조차 교육부 폐지론을 거론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명시적으로 교육부의 폐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에 그 기능의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이제 교육부의 정책적 무능력은 한두 마디의 변명으로 호도할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교육부의 정책기획 능력과 실행능력도 거의 바닥이 나는 듯하다. 대학인들의 인내심을 너무도 오래 시험한 것이다. 

교육부와 관변 학자들은 재정 위기에 봉착한 대학들에게 운영경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제는 ‘선택과 집중’이라더니 이제는 ‘일반 재정지원’에 나서자 한다. 틀린 주장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떼어버리고 재정적 어려움만 강조하는 주장 속에는 자신들의 갑질을 유지하려 드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더욱이 부정비리로 점철된 사학들을 현행법에 따라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재정만 투입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국비를 지급했으니 철저히 감사를 단행하면 되지 않느냐 한다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부정비리가 가실 줄 모르는데 그것을 어찌 믿어야 할까.  

이제는 국회가 법률 개정과 제정으로 이런 문제들을 과감히 해결해야할 때다. 사립학교법이 워낙 허술해 부정비리를 저지르는 사학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방조해 왔으니 이를 대폭 개정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의 규모와 역할에 맞게 대학을 별도로 분리해 ‘사립대학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립대학들에 대해서도 초중등학교까지 포함된 국립학교설치령에 설립의 근거를 그대로 둔 채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을 두는 역전 현상을 과감히 바로잡아 ‘국립대학법’을 제정해야 한다. 대학인의 경험과 의견을 무시하고 대학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교육관료들과 관변 학자들이 멋대로 밀어붙인 결과 기왕의 대학정책들은 허다한 실패만 거듭했다. 그러니 이제는 이런 일들에 대학인 스스로 힘을 합치고 그 學知와 경험을 모아 진정으로 대학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김유경 경북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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