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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 학칙에도 안되면 대학 자율성은 말뿐인가”
“교수회, 학칙에도 안되면 대학 자율성은 말뿐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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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교수회의 의결기구화에 또다시 제동을 걸어, 해당 대학 교수회 및 교수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달 5일 교수회가 의결기구화돼 있는 경북대, 경상대, 영남대 등 3곳에 교수회의 권한을 약화시키라는 내용의 ‘학칙시정요구’ 공문을 내렸다. 이 공문에는 “12월 31일까지 시정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재정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계획”인 것으로 명시돼 있어, 교육부의 대학 통제에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해당 학교에 “고등교육법시행령 제 4조에 의거, 교수회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인 교수회의 성격에 관해서는 학칙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라면서, 경북대 학칙 가운데 ‘다음 사항은 교수회를 거쳐야 한다’를 ‘교수회의 심의(또는 자문)을 거쳐야 한다’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교수회 규정에 따라 예·결산, 대학원장과 본부처장의 임명 등에 관여하고 있는 경북대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한동 경북대 교수회장은 “교수회를 의결기구화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라면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행·재정적 조치를 통해 대학을 관리·통치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에 교육부와의 조율을 통해 이미 인정받은 학칙을 또 다시 문제삼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교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 교육부는 “전체 교수회와 단과대학교수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은 따로 정한다”라는 경상대 학칙을 문제삼으면서, 교수회가 의결권을 가질 수 없도록 하라는 학칙시정 공문을 보냈다.

사립대학이면서도 교수회가 학칙·의결기구화돼 있는 영남대에도 비슷한 취지의 공문이 내려졌다. 영남대의 학칙 가운데 총장선출규정은 정관에 명시돼야 하며, 별도로 규정한 교수회 권한은 학칙에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중 영남대 교수회장은 “정관은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정관을 교육부가 승인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면서 “대학 내부에서 어렵게 합의된 교수회의 권한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3개 대학 교수회 권한에 대한 교육부의 학칙시정요구 사실이 밝혀지자,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이하 국교협)는 지난 6일 긴급하게 임시총회를 소집, 교육부의 조치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홍석 국교협 회장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만큼, 국교협은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걸우 교육인적자원부 학술학사지원과장은 “교수회는 심의 또는 자문 기구이며 의결기구화는 위법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교수회의 의결기구화 문제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시정 공문을 내려보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교수회의 권한을 보면 총장을 불신임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럴 경우 총장이 허수아비가 되거나 학사 행정이 파행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또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사립학교법에 위배돼 제재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신용하)는 지난달 27일 ‘운영체제 개선 대토론회’를 열고 유명무실해진 교수평의회를 교수의회로 개편하고 참여교수 수를 늘려 대학운영의 주요 현안을 심의·의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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