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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저자·출판인 한자리에 … 파주에는 문화가 있었다!
독자·저자·출판인 한자리에 … 파주에는 문화가 있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10.05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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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북소리 2016-열독열정 풍경
▲ 2015년 파주북소리 축제 중 ‘작가와의 만남, 낭독의 힘’ 행사의 모습.

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약화된
수세적 환경에서 열린 축제였지만, ‘도서 축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아시아 대표 책 축제로 자리 잡은 ‘파주북소리 2016-열독열정’이 지난 1일(토)부터 3일(월)까지 파주출판도시 전역에서 개최됐다. 올해 주제인 ‘열독열정’은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열독, 이를 위한 뜨거운 열정’이라는 의미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삶을 깊게 사유하도록 응원하는 뜨거운 메시지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파주북소리축제는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를 보고, 듣고, 체험하는 ‘축제의 장’으로, 독자, 출판인, 작가 등 책을 사랑하는 주체들이 모여 소통하고 참여하는 책 문화의 향연을 표방해 왔다.

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약화된 수세적 환경에서 열린 축제였지만, ‘도서 축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출판도시 입주사와 관련 단체가 직접 축제를 준비하는 파트너십 기획,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프린지 형태의 참여형 프로그램 확장, 출판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100여 개 독자와 작가와 출판사의 만남, 출판 전문가 북센트릭 네트워크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번 도서 축제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독서 대중의 환호와 언론의 무관심이 교차했기 때문. 축제 객들을 위해 파주북소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북소리 피크닉의 홈페이지 사전신청은 진작 마감됐다. 출판도시 2단지 ‘시조사-경인문화사-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 야외 공간에서 열린 북소리 피크닉은 가족, 연인, 친구들이 책을 보며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반면, 지난달 28일(수) 파주출판단지에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는 참여하겠다는 매체가 없어서 취소되는 진풍경을 빚었다.

그렇다면 올해 파주북소리축제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축제 객들을 맞았을까. 축제 공간을 인문 스테이지, 문화예술 스테이지, 책방거리 스테이지로 구성해 각 스테이지에 참여형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준비했다. 이 가운데 축제 객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작가와의 만남은 축제 현장 곳곳에서 이뤄졌다. 특히 박웅현, 장석주, 은희경, 진중권, 안도현, 김연수, 천명관 등 국내 정상급 작가와 만나는 ‘북클럽 나랑작가랑’과 낭독공연 ‘독무대’가 펼쳐졌다.
‘나랑작가랑’은 그간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저자를 섭외해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SNS,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독서모임, 북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만나고 싶은 작가를 추천받아 라인업을 구성했다.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지향하는 취지에 맞춰, 작가와 독자의 ‘미팅’을 주선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됐다.

또, 낭독공연 ‘독무대’의 경우, 하나의 작품을 무대극으로 연출해 독자에게 새로운 책 읽기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진중권의 인문학 강의는 성우 낭독으로, 은희경, 천명관, 김연수의 소설은 극단 ‘동네풍경’의 무대극으로, 안도현, 손택수의 시는 후배 시인 윤석정의 기획과 트루베르가 함께하는 낭독 북콘서트 형식으로 축제화 했다. 또한 입주 출판사마다 자사와 함께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마련한 것도 짭잘한 수확이다.
파주북소리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책 문화를 빚어내는 출판 관련 종사자, 북센트릭 비즈니스기업 관계자, 문화콘첸츠 전문가, 창작자 등이다. 이들이 참석, 인적 교류를 나누는 ‘제1회 콘텐츠엑스포’도 놓칠 수 없다. 약 100여명의 출판관계자가 참여한 이 자리는 물론 출판콘텐츠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개방했다.

▲ -중국 북디자인의 거장 뤼징런의 ‘전승과 창조’ 전시장면.

사회자-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 장은수(출판문화실험실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조은희(미래엔 상무), 오태엽(대원씨아이 본부장), 신정철(작가) 등 10명의 연사가 참여해 다채로운 북센트릭을 이야기했다. 주최 측은 “이는 출판 관계사들이 한데 모인 출판도시만의 특화 프로그램으로, 출판 콘텐츠 시장의 역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향후 관계자들의 전문성 및 네트워킹을 심도 있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축제와 일정이 겹친 중국 북디자인의 거장 뤼징런의 「전승과 창조」 전시가 이채로웠다. 이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9월 24일 개막한 뤼징런의 전시는 간단하다. 종이를 접고 묶고 철한다. 그냥 놓인 채로는 두께를 느끼지 못했던 평평한 종이가 입체적인, 3차원적인 책이 돼 떠오른다. 이 책의 두께, 책등의 폭을 이용해 책장에다 전시장을 만드는 것이 생각이다. 책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바라보는 순간 수많은 상상과 생을 그려내게 된다.

사실 중국 북디자이너 뤼징런은 북디자이너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우주의 원리, 생명의 원리가 한 권의 책에 숨어들게 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와 생각을 한다. 동아시아 문자를 통해 ‘책의 심미적 아름다움’을 전승해 ‘북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잡지부터 단행본, 한정판 장정본까지 1천여 권에 이르는 뤼징런의 40년 디자인史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파주북소리의 빅 이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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