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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식물사회가 중요한 이유
풀밭 식물사회가 중요한 이유
  • 교수신문
  • 승인 2016.10.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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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말, 말

생태 선진국들은 풀밭 식물사회에 주목한 지 오래다. 심지어 우리나라 각시붓꽃이 사는 풀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오래된 방목지도 보호하려고 애쓴다. 그 속에 빙하기 유존식물, 희귀식물, 특산식물, 진화학적 특이식물 등이 살고, 단위 면적당 출현하는 식물 종다양성이 숲보다 더욱 풍부하기 때문이다. 풀밭은 지역적으로 또는 국가적으로 이른바 생물다양성 중점지역(hot spot)이다. 지구촌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은 처음부터 ‘서식처 보존’을 요청했다. 마침내 21세기 초에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종의 보존 수준을 넘어서 서식처 보존에 적극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사실이지 우리나라 사람에게 풀밭은 숲보다 매우 뜻깊은 데가 있다. 샐러드, 그린, 허브, 베지터블, 그 어떤 영어 단어도 그 속뜻을 충분히 담을 수 없는 한국인의 ‘나물(Namul)’이 풀밭 식물사회에서 잉태한 전통문화이기 때문이다. 참취, 미역취, 산비장이, 절굿대, 솔체꽃, 어수리, 고사리 등, 산채는 초원식생의 주요 구성원이다. 고사리 식용은 우리나라 나물문화의 우듬지로 인류사에서 일찍이 찾아보기 어려운 실체적 사실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비록 중국 고전에 이른 시기부터 고사리가 등장하지만, 그런 배경이 되는 땅은 우리나라 사람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24절기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영역이다. 이런 사실은 면면이 이어져 온 오래된 우리 식물 이름 속에서 엿볼 수 있다.

부추, 도라지, 뻐꾹채, 타래난초, 참배암차즈기, 옥녀꽃대, 할미꽃, 무릇, 각시붓꽃 등 우리나라 고유 명칭의 기원과 유래를 따져 보노라면, 사회학, 언어학, 역사학, 문화학, 생태학, 형태학, 진화학, 유전학 등 온갖 정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나무이라는 것은 생활 속에 깊숙이 틈입한

들풀이기에 방방곡곡에서 부르는 이름(鄕名) 또한 무척 다양하다. 한중일 동아시아문화권의 동질성에서 한글만큼이나 특별한 독창성이 풀밭 식물사회에서도 보인다. 한국인의 오래된 미래를 챙겨 보기 위해서라도 풀밭 가꾸기, 즉 자연초원식생, 반자연초원식생의 보존에 나서야 한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 『한국 식물 생태 도감 2: 풀밭에 사는 식물』(자연과생태, 2016.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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