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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살돈 있어도, 교육시킬 돈은 없다? … 사립대법인의 유별난 ‘땅사랑’
땅살돈 있어도, 교육시킬 돈은 없다? … 사립대법인의 유별난 ‘땅사랑’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9.08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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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위 박경미 의원 ‘사립대 기본재산 현황’ 분석

2015년, 여의도 150배·서울시 70% 면적 넘는 토지 보유
최근 5년 ‘교비회계(등록금)’ 1조원 이상 토지 매입
지출 

“그간 사립대 법인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돈을 아낀다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환경미화원 등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토지를 매입하지 않았다면 법인전입금을 교육‧연구와 학생복지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립대학 토지 매입은 심각한 문제다.”(국회 교문위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국내 사립대가 보유한 토지가 여의도 면적의 약 150배, 서울시 면적의 약 7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익용 토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사립대들은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회계에서 1조원 이상을 지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간 수익이 없어 법인전입금을 내기 어렵다고 항변해온 사립대 법인들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 기본재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현재 국내 사립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총 431.1㎢로, 여의도 면적(2.9㎢)의 148.7배, 서울시 면적(605.2㎢)의 71.2%에 달한다. 세종시 총면적(464.9㎢)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학교운영경비에 충당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 토지의 경우 사립대학들은 총 230.7㎢(53.5%)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교육용 토지인 ‘교지’의 두 배가 넘고, 평가액이 무려 6조원에 달하지만 수익률은 1%에 그치고 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제5조(교지)에 따라 교육용 토지는 ‘교육용’과 ‘수익용’으로 나뉘고, 교육용 토지는 ‘교지’와 ‘교지외’로 구분한다. 이번 조사로, 사립대 교육용 토지 중 ‘교지외 토지’(107.0㎢, 24.8%) 역시 ‘교지’(93.4㎢, 21.7%)보다 총 면적이 더 넓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 의원은 “사립대학이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학교 용지인 ‘교지’가 아니다”라며 “교육에 직접적‧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교지외’ 토지가 ‘교지’보다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립대학 법인은 동국대학교(55.9㎢, 동국대)와 덕성학원(32.5㎢, 덕성여대)이다.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립대 법인은 고려중앙학원(고려대), 경희학원(경희대), 명지학원(명지대, 명지전문대), 연세대학교(연세대), 한양학원(한양대, 한양여대), 호서학원(호서대, 서울벤처대학원대) 등이다. 

전체 토지 가운데 ‘교지외’ 토지 비중이 가장 높은 사립대 법인은 △고려중앙학원(고려대) △경희학원(경희대) △연세대학교(연세대) △영남학원(영남대 외) △건국대학교(건국대) △성균관대학교(성균관대) △계명대학교(계명대 외) △우송학원(우송대 외)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을 제외한 대학들은 대부분 ‘수익용 토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교지확보율 법정기준 채우고도 꾸준히 토지 매입

박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사립대 교지확보율은 191.3%로, 법정기준을 초과해 교지와 교지외 토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었지만, 사립대들은 매년 토지를 매입해 왔다. 2010년~2014년 전국 사립대 법인이 매입한 토지는 1조원을 넘어선 반면, 교육지원을 위해 교비회계로 전출·출연(법인전입금)한 총액은 7천811억원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2010년 교지확보율을 100%를 충족했음에도, 교비회계를 통해 토지 매입 100억원 이상(2010년~2014년) 지출한 대학의 명단도 발표했다. ‘300억원 이상’은 이화여대·백석대가, ‘200억원 이상’ 동국대·경동대·가천대·명지대·한서대·경복대가, ‘100억원 이상’ 중부대·서정대·단국대·상명대·호남대·부천대·고려대·연세대·호서대·삼육대·용인대·서울외국어대학원대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학 중 백석대·명지대·중부대·단국대·상명대·호남대·부천대·호서대·용인대·서울외국어대학원대는 같은 기간 법인의 자산전입금과 출연금이 한 푼도 없어, 토지 매입비 전액을 교비회계로 충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사립대학들은 대학설립 과정에서 토지를 중심으로 재산을 조성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부동산 재벌’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교육과 연구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부동산 투자보다는 교육 기자재와 시설, 학생 복지 등을 중심으로 교비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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