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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의 유효기간, 생각해보셨나요?
학위의 유효기간, 생각해보셨나요?
  • 김진일 동의대 교수·컴퓨터공학과
  • 승인 2016.09.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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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진일 동의대·컴퓨터공학과

동네에 있는 커피숍에 들르면 주부들이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냥 이웃들과 차 한 잔 하는 형식인 이 모임에는 자녀와 관련된 학원정보, 대학진학에 대한 얘기도 나눈다. 그들의 대화 중에서 자주 들리는 대학의 고유명사는 S대다. 때로는 Y, K대라는 소리도 들린다. 모두 자식들의 진학목표가 이들 대학인 모양이다.

동네 학원의 합격 관련 현수막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추가해, 의과대학 합격자 명단이 함께 보인다. 그런데 동네 의원 간판의 대학마크는 S대가 압도적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을 포함한 모든 진료과목에서다. 가끔은 Y대가 그 뒤를 이을 뿐, 나머지 대학마크는 보기조차 어렵다. 전국에 의대가 있는 대학이 이들뿐인가 싶을 정도다. 가능한 눈에 띄게 학교마크를 상호와 함께 간판에 붙인다. 아마도 그 원장님은 졸업한 대학에 대한 애교심이 보통이상으로 특별한 모양이다. 이런 정도이니 모두 기를 쓰고 자식을 여기에 보내려 한다. 한 번의 입학으로 평생 이 마크가 먹혀드니 그럴 만도 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얼마 전, 모 TV 방송의 앵커가 우스개로 우리나라 대학졸업생들의 암울한 미래를 도표로 만든 것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문과, 이과생을 막론하고 젊은 시절에는 대학의 전공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실직과 함께 결국은 치킨집을 하게 된다는 황당한 현실을 희화화한 도표였다. 아마도 사오정(45세면 정년), 또는 오륙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도둑놈)라는 현실을 풍자한 얘기인 듯하다.

요즘은 인간 수명이 점점 늘어 70세까지 일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산다. 즉, 대학졸업 후 40년 이상을 더 일해야 하는 셈이다. 불과 대학 4년의 교육만으로 이 40여년을 계속 활용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특히,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 교육도 새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으로는 현재의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학생과 교수 그리고 강의실과 캠퍼스를 갖춘 그런 물리적인 형태의 대학구조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실 그러한 변화들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의 오픈 캠퍼스 역할을 담당하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이런 변화의 시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의 강의를 국경을 초월해 수강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급변의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한 번의 대학 입학에만 전력을 다하는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대학교육은 학문의 기반을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지만, 사회진출을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 초년생들은 평생에 걸쳐 다섯 번 정도의 직장을 옮길 것으로 예측한다. 다시 말해, 다양한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지식의 대처가 요구되는 시대에 살게 되는 것이다.

결코, 대학 시절의 한번 익힌 지식으로만 버틸 수 없으며, 지금과 같은 지식혁명의 시대에는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지 않는다면 도태하고 마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이는 과학, 공학, 의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그리고 모든 실용 영역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모든 국민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평생 학습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지식획득의 수단들은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우리 도처에 존재한다.

이제 한 번의 대학 입학으로 평생의 밥벌이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진일 동의대 교수·컴퓨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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