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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한국사회에 던진 출사표 … “글로벌 지식 플랫폼 구축하겠다”
무기력한 한국사회에 던진 출사표 … “글로벌 지식 플랫폼 구축하겠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8.22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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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 ‘여시재’ 출범
▲ 지난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신문명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재단법인 ‘여시재’가 출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지향하는 재단법인 ‘여시재’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왼쪽부터 조정훈(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대표) 부원장, 이광재(전 강원도지사) 부원장, 이헌재(전 경제부총리) 이사장, 김도연(포스텍 총장) 이사, 이원재(전 희망제작소장) 기획이사. 사진제공=여시재

新文明의 모색.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표방한 재단법인 여시재의 성격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해오던 재단법인 여시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헌재 이사장은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현 상황을 깨뜨리려는 담대함을 찾을 수가 없다. 기득권에 매달려 현재를 보수적으로 지키려는 모습만 눈에 띈다”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은 이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세계를 설득해야 한다”며 여시재가 그런 뜻있는 지식인들이 모이는 광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여시재는 신문명 사회를 추구하는 지식을 생산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 재단법인이다. 신문명이란 서양의 물질문명과 동양의 정신문명이 합류한 새로운 지혜이자 여시재가 추구하는 사회의 핵심가치로, 지속가능한 지구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에 둔 미래 문명이다. 신문명 사회가 달성돼야 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게 여시재의 철학이다.

기본 철학은 ‘신문명’ 모색

여시재는 이 핵심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각각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통일 한국’, ‘도시의 시대’ 등 3개 연구 분야에서  정책솔루션 연구, 인재양성, 지식플랫폼 운영 사업을 펼쳐갈 예정이다. 국내 경제사회정책을 주로 다룰 ‘통일 한국’ 분야에서는 ‘미래산업과 혁신생태계’, ‘미래 거버넌스-시장과 민주주의’, ‘싱크탱크·미디어·대학 등 지식생태계’, ‘통일 한반도 국토 전략’ 등을 주요 과제로 다룰 계획이다. 또한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분야에서는 ‘중국의 변화와 세계질서의 미래’를 살피고, ‘동북아 평화 번영의 솔루션’을 모색하며, ‘동북아 리더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성화해갈 예정이다. 또한 ‘도시의 시대’ 분야에서는 각각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 ‘혁신적인 도시경영’, ‘도시간 협력’을 중심으로 ‘신문명에 입각한 미래도시 모델’을 연구해갈 방침이다.

여시재의 연구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원재 기획이사(전 희망제작소 소장)는 “여시재는 각각의 연구 분야와 과제들을 자체에서 모두 소화하는 ‘인하우스’ 조직보다는 국내외 전문가 및 싱크탱크와 연계하고 연대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초당파적·초국가적 미래 합의를 도출하는 연구,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연구, 동서양의 지혜가 융합하는 연구로 변화의 솔루션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초에는 미래를 변화시킬 핵심 기술을 공모하는 대규모 기술경진대회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여시재는 참여 인사 면면으로도 출범 준비 단계부터 이미 주목을 끈 바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현 언스트앤영 상임고문)와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포항공대 총장), 김현종 전 UN대사(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등 관계, 안대희 전 대법관(현 법무법인 평안 대표변호사), 이공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등 법조계,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현 팬택 씨앤아이 부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기업계,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전 연세대 총장)과 이재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 등 각계를 고루 망라해 이사회를 꾸렸다. 또한 상근 운영진으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운영 담당 부원장을, 조정훈 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대표가 대외 담당 부원장을, 이원재 전 희망제작소장이 기획이사를 맡았다.

여시재는 앞으로 언어와 국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식과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글로벌지식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래를 이끌 주역들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재 육성 및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理想 추구와 ‘솔루션’제시까지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지향하는 여시재의 향후 행보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책상머리에서 ‘합리적 이상’만을 추구하는 데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들이 여시재에 대거 합류해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기자간담회 중에 ‘솔루션’이란 단어를 자주 되풀이했고, 실제 정책·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뭐냐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를 현실 삶의 지평에서 해결, 해소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시재 측의 설명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인재양성(교육사업) 문제, 갈등의 동북아를 협력의 동북아로 어떻게 전화시켜나갈 것인지의 문제, 이사 구성과 출연 기금의 규모 등에 관심이 쏠렸다. 인재 양성을 표방한 ‘교육사업’ 역시 방향성만 잡고 있는 활동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이원재 기획이사는 “기존의 교육이란 말을 빌려왔지만,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하는 일방향의 교육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여시재라는 지혜의 광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통해 지식을 나누는 방식의 새로운 인재 양성을 지향하겠다”며 관심 있게 지켜봐줄 것을 주문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지향하며 거액의 출연금을 내면서 토대를 닦았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를 잡고 작년 12월 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조 회장이 사재의 절반을 출연한 ‘한샘 드뷰(DBEW·Design Beyond East & West) 재단’이 지원을 맡았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한샘 드뷰 재단’에 보유 주식의 절반인 260만 주(약 4천300억원)를 순차적으로 내놓기로 하고 우선 60만 주(약 1천억원)를 기부했다. 그러나 이헌재 이사장은 “액수를 밝히기 어렵지만, 즉시 가용한 상당한 금액을 출연했다”라고만 밝혔다.

조직 구성면에서도 여시재는 흥미롭다. 이사장과 대내외 업무를 관장하는 부원장을 1인씩 두고 있는 구조다. 한 마디로 원장이 없는 구조다. 이헌재 이사장은 이에 대해 ‘수평적 대화, 평등한 논의를 위해 고민한 구조’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여시재가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통일한국, 도시의 시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신문명’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현재의 참여 인사만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이광재 부원장이 새로 합류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기본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동원된 연구자들도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했기 때문이다.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라는 이름보다는 신문명의 실질적 모색에 여시재가 ‘백척간두’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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