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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로 번지는 ‘이화여대 사태’
교육부로 번지는 ‘이화여대 사태’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8.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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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한달만에 ‘졸속’ … 재정 미끼로 대학 혼란만”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평단사업)이 촉발시킨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 여파가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대학이 사업내용을 검토하고 학내 의사결정과정을 거칠 틈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탓이다. 5일 현재,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점거농성에 교수단체와 정치권까지 가세해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방식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평단사업이 사전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난달 28일 대학본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학평의원회 회의장을 기습점거했다. 학생들은 평단사업 외에도 최경희 총장이 부임한 이후 추진된 △파빌리온 △ROTC 도입 △3.75 학점 이상 장학금 폐지 △24시간 운영되던 중앙도서관의 운영시간 감소 △2017년부터 시행되는 탄력 정원제 △마곡병원 유치 및 설립 △프라임·코어사업 △2018년부터 시행될 정시 자율전공제 등 주요 대학정책이 구성원들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들은 일련의 사업과 관련, 최경희 총장이 사업신청을 할 때 학생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허위보고한 사실도 고발했다.  

회의실에 감금돼 있던 교수 3명과 직원 1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경찰병력 1천600여명이 학내로 진입해 농성 중인 학생들과 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최 총장은 3일 미래라이프대학(평단사업) 설립을 전면 취소하고, 농성한 학생들에게 추후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과 교수, 동문들은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교협은 3일 “정부가 담당해야 할 직장인의 재교육 및 평생교육을 대학에 떠넘기기 위해 국가 지원금이란 금전적 유인을 사용했다”며 “대학이 합법적으로 학위장사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측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중요한 결정이 보직자 및 소수의 관련자들을 제외하곤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급조돼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대학이 소통의 부재와 권위적 관료주의에 빠져 있음을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정원을 강제로 조정시키고, 국립대총장 직선제를 틀어막고, 인문대를 죽이고 있다”며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학 간 경쟁을 통해 지원예산을 배분하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평단사업 지원을 받은 지 한 달여 만에 10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10개 대학 전체 모집정원 1천770명 중 1천375명(77%)을 ‘정원 외’ 전형으로 인정해줘 졸속행정을 통해 대학에 학위장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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