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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학자들, 동아시아 관통하는 ‘다문화’ 집중 조명키로한 이유는…”
“韓·中·日 학자들, 동아시아 관통하는 ‘다문화’ 집중 조명키로한 이유는…”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8.0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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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동아시아비교문화국제회의 대회장 이찬욱 중앙대 교수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중앙대에서 열리는 ‘제13회 동아시아비교문화국제회의’는 여러 모로 눈길을 끄는 국제학술대회다. ‘동아시아’라는 역내 문화를 상호 비교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 국제회의는 올해로 출범한지 20년이 된다. 한·중·일 삼국의 관련 학자들이 20년간 특정 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 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백방으로 분주한 이가 바로 동아시압교문화국제회의 대회장인 이찬욱 중앙대 교수(59세·국어국문학과)다. 지난달 28일 동아시아비교문화국제회의 한국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원장으로 다문화콘텐츠연구사업단 단장을 맡아 9년간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번 학술대회 주제가 ‘동아시아와 다문화’로 설정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13회 동아시아비교문화국제회의는 5일 등록을 시작으로 6일 오전 9시부터 기념촬영 후 학회 개막을 축하하는 사물놀이 공연(중앙대 민속탈출반)을 거쳐 본격적인 학술행사가 진행된다. 이날 제1부 개회사와 축사 등 간단한 의전에 이어 제2부에서는 10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학술발표회가 이어진다. 7일에는 교토시리츠게이쥬츠대학(京都市立藝術大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학장의 기조강연이 잡혀있다. 기조강연의 제목은 「한국문화의 융화력」. 기조강연이 끝난 후 총회가 예정돼 있고, 총회에서는 다음 개최국이 결정(다음은 일본이다)된다. 총회가 끝난 후 안국동에서 삼계탕으로 중식을 한 후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을 관람한다. 관람 후 대회장소인 중앙대 R&B내의 UC에서 환송만찬을 18시부터 21시까지 열 예정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이번에 개최하는 제13회 동아시아비교문화국제회의는 어떤 학술대회인가.
“동아시아비교문화국제회의(이하 동아시아국제회의)가 창립하게 된 동기는 1995년 당시 일본학회회장이던 이영구 중앙대 교수가 일본 센다이(仙台)에 머물고 있었을 때, 데즈카야마가쿠인대학(帝塚山學院大學) 교수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씨가 찾아와 ‘한ㆍ중ㆍ일 삼국이 모여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것이 어떠냐?’고 묻기에 ‘좋다’라고 한 것에서 비롯됐다. 1996년 7월 15일 한국의 이영구, 일본의 나카니시 스스무, 중국 베이징대의 嚴紹湯 등 세 나라 비교문학ㆍ비교문학 관련 교수 등 64명이 발기위원이 돼 동아시아국제회의의 창립 발기 통지서를 각국에 발송했다. 한국에서는 박전열 중앙대 교수가 창립준비위원회에 들어가고, 김은전 서울대 교수 등 24명이 발기위원으로 참여했다. 발기인으로는 한국이 26명, 중국은 21명, 일본은 19명이었다.

그 후 1996년 10월 5∼6일에 일본 오사카의 데즈카야마가쿠인대학에서 동아시아국제회의 창립준비대회를 열고 나카니시 스스무 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는 한편, 이틀에 걸쳐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 후 매년 동아시아국제회의를 개최해서, 1∼2회는 일본(오사카, 구마모토), 제3회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1999년 10월에 한국에서 제4회 동아시아국제회의가 열렸다. 2002년 이후부터는 2년에 한 번 열게 됐다.

1996년 11월 5일 서울관광호텔에서 이영구 교수 등 15인이 모여 한국본부를 창립해 김은전 교수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했다. 한국본부의 회칙 중 목적은 ‘본회는 넓은 동아시아의 문화에 관련된 비교연구를 추징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 연구의 국제교류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회의 사업은 ‘첫째, 국제회의 개최. 둘째, 국제회의를 목적으로 하는 각 본부의 연구회. 셋째, 그 외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東아시아의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제4회 동아시아국제회의의 성과를 모아 한국본부가 창간한 것이 <東아시아比較文化>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동아시아’는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용어이자, 개념이며,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한ㆍ중ㆍ일 등 해당 국가들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지역ㆍ용어ㆍ개념으로서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증좌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1996년 한ㆍ중ㆍ일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아시아 문화의 비교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동아시아국제회의를 조직한 것이고, 이번 학술대회는 그간의 성과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그간 국제학술대회가 많이 유치됐다. 그런 학술대회 가운데는 ‘소문만 요란한’ 국제회의도 많았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요 일정과 기대되는 발표가 있다면.
“이번 학술대회는 제13회이자 동아시아국제회의 창립 2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4번째 열리는 대회이기도 하다. 기획주제는 ‘동아시아와 다문화’다. 발표는 각국의 학자들이 문학, 역사, 종교 등에서 한·중·일 삼국의 문화가 어떤 식으로 전파되고 교류됐는가를 연구한 성과물 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폭이 너무 넓어서 학술대회를 총 5개 분과로 구분했다. 즉 문학, 역사, 종교, 다문화, 산문 등이 그것이다.

대회참가자들은 한국 19명, 중국 14명, 일본 19명으로 모두 52명이다. 다들 쟁쟁한 학자들이지만 그 중에서 주요참가자들을 소개하면, 먼저 기조강연자인 일본의 나카니시 스스무 교수다. 나카니시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로 저서만 100권이 넘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발표는 저의 주 전공이기도 한 시조에 관한 발표다. 특히 현재 다쓰미 마사아키 南開大 객원교수의 「時調: 동아사이의 고대가요」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형시가이자 정제된 시형인 시조를 다쓰미 교수는 동아시아의 고대가요와 관련해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몹시 궁금하다. 다음은 중국회장인 王寶評 절강공상대 교수의 「명청 시기의 조선 한시의 유포」와 唐永亮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연구원의 「동아시아 문화공동체의 구축-장애와 가능성, 길」 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행사 프로그램을 보니, 민속 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행사도 있던데, 특별히 계획한 것인가.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학술대회 행사 사흘째인 8월 7일(일)에는 가장 중요한 행사의 하나인 기조강연과 고궁관람 행사가 준비돼 있다. 먼저 오전에는 중앙대 법학관 대강당에서 「韓國文化의 융화력」이라는 주제로 나카니시 스스무 교수의 기조강연이 진행된다. 동아시아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한국문화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기조강연 후 민속박물관 관람을 계획했다. 평소 우리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천진기 민속박물관 관장님은 외국 귀빈들에게 한국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번 관람을 통해 동아시아 학자들은 그동안 문헌과 자료 등으로만 접했던 한국문화의 精髓를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 이번 동아시아국제회의의 주제는 ‘동아시아와 다문화’다. 이 주제를 설정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국제학술회의를 주관해야 하는 입장에서 주제를 선정하는 것은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다. 대회장을 맡으면서부터 과연 어떤 주제라야 참석하는 모든 학자들의 학문적 업적과 노고를 포괄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들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업과 연결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저는 2007년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된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의 원장이자, 연구책임자로서 이 연구를 이끌어 오면서 학술 활동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주제를 ‘다문화’로 접근하자, 상당히 많은 연구 테마들이 이 주제에 묶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동아시아와 다문화’라는 주제는 일견하면,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의 연장선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겉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제 판단에는 현 시점의 동아시아를 가장 잘 표상하고 있는 개념이 ‘다문화’라고 본다. 바로 며칠 전에 발표된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숫자는 200만 명이 넘었다. 바야흐로 ‘외국인 200만 시대’가 열렸다고나 할까.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이 중국 국적자라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동아시아가 지역적 근접성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문화와 상품, 자본, 그리고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고 있다는 것을 환기해준다. 다시 말해 한·중·일 삼국이 사드배치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다 등으로 정치적·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지만, 동아시아는 경제적·문화적으로 더욱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은 큰 틀에서 보자면,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문화적 다양성의 공간, 즉 다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학술대회 주제를 ‘동아시아와 다문화’로 정한 것은 단순히 편의적인 발상이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삼국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라는 동아시아 학자들의 소중한 조언 또는 충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대회장께서는 중점연구소 사업을 9년 동안 계속해 왔다. 이제 사업을 정리할 시점이다. 그간의 연구 성과가 있다면.
“다문화와 관련해 한국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 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9년이 다 돼 간다. 올 11월 30일이면,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국문학, 역사학, 철학, 영문학, 유아교육학, 불문학, 첨단영상학과 등의 공동교수 9명과 연구교수 6명 등 총 21명의 재원들이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근 10년 동안 함께 해 왔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성과를 꼽자면 우선, 다문화 콘텐츠에 대한 연구와 보급을 들 수 있다. 저희들은 사업 초기부터 다문화연구와 더불어 다문화 콘텐츠 연구 개발로 연구를 집중화했다. 그 결과 어린이와 유아 대상의 콘텐츠를 생산해 확산 보급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콘텐츠에 주목한 이유는 어린이야말로 차세대 다문화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연구재단 등재지 <다문화콘텐츠연구> 발간과 ‘글로벌시대의 다문화콘텐츠’ 등의 교양강의 개발, 그리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다문화총서 발간 등을 들 수 있다. 사업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이 종료되면 지금까지 이룩했던 연구성과들이 흩어 지지 않을까 몹시 걱정된다. 대학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여의치 못했다. 대학 자체의 힘만으로 이 연구단을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저희 연구단이 기존에 구축하고 제작한 콘텐츠들이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려서 의미 있는 다문화 솔루션으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추후 계획하고 있는 작업은 있는가.
“사업단을 이끌어 오면서 정작 중요한 제자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업 마무리 잘하고, 제자들과 학문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더 소통하고 싶다. 또한 지난 9년간 축적해온 다문화콘텐츠사업단의 성과를 이어가는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겠다. 다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는 사업이 끝났다고 폐기될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 학계와 공유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기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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