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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과학-인문사회학 융합적 이해 필요 … 초학제적 대화 물꼬 텄다
감염병, 과학-인문사회학 융합적 이해 필요 … 초학제적 대화 물꼬 텄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7.0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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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_ 2016년 통합전염학 학술심포지엄 ‘전염연구의 초학제적 지평’

지난달 17일 고려대 문과대의 한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학술심포지엄 하나가 관심을 끌고 있다. ‘통합전염학 학술심포지엄’이란 이름, 그리고 주제인 ‘전염연구의 초학제적 지평’이란 제목 때문에 특히 그렇다. 예상하듯 이 심포지엄은 고려대 통합전염학 융합연구팀(INCO. 연구책임자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 한국연구재단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이다. 이들은 “전염문제에 대한 초학제적 연구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한국사회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자” 하는 INCO팀이 “전염현상이 인류의 보편적 현상이며 한국사회 다방면에 걸쳐 중요한 사안들로 제기되고 있음을 공유하고자” 심포지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그에 따르면, 2015년 한국사회를 달궜던 ‘메르스’가 유행하게 된 데는 △위험·위기에 대한 국가 대비·대응 시스템 미비 △보건의료 전달 체계의 문제점 △의료기관의 감염예방 및 관리 미흡 △병문안·간병 문화의 문제점이 작용한다. 이른바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감염내과’ 전문가인 김 교수가 개인·사회에 대한 신종감염병 유행을 전망한 대목이다. 김 교수는 21세기를 ‘신종감염병 유행의 시대(black swan)’로 규정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신종감염병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전염력 및 치사율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에서 불안·두려움·공포 등 심리적 공황이 ‘전염’될 수 있는데, 정체도 불명확하고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에 근본적으로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SNS 등 매스미디어가 공포 전염의 매개체(vector) 역할을 한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국가의 신종감염병 대비·대응 시스템 완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김 교수는 국가의 대비·대응 시스템뿐만 아니라 감염병에 대한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융합적 이해가 뒤따를 때, 더욱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익환 교수는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였다. 그의 논문 제목을 다시 보자. 「생물방어(Bio Defence) 연구의 지형과 쟁점: 고위험 병원균의 확산방지 전략」이다. 그는 ‘감염병’이란 표현대신 ‘고위험 병원균’을 겨냥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을 언급하면서 논의를 시작한 그는 ‘연구실 사고’로 전파된 극독성 병균 사례, 미국 최악의 조류 독감, 한국의 구제역, 생화학테러리즘 등을 거론하면서, 이른바 ‘세계적 생물위협(Globla Biothreats)’ 사례를 환기했다. 북한의 생물학무기 연구 및 시험 시설,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탄저균 테러 사례까지 지적한 그는 ‘생물방어’는 국경이 없다는 함축적인 메시지를 제시했다. 여기까지 발표한 그는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BDRI)의 설립 목적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최근 생물 무기 공포와 더불어, 다양한 신종 병원균이 출현하고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인류의 재앙이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신속히 탐지하고 방어할 수 있는 연구와 시스템 확보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BDRI가 바로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임을 강조했다.

언어학과와 영상문화학 혐동과정의 김성도 교수의 발표는 ‘서설’이라고 그 스스로 명명한 데서 알 수 있듯, 긴 논의의 출발선에 선 탐색임을 알 수 있다. 「문화의 전염성: 전염인간학 서설」이란 흥미로운 발표문을 통해 김 교수는 ‘전염’ 개념의 의미론을 짚어내는 데서 지적 탐사를 시작했다. 그는 전염, 감염, 오염 등의 의미론적 고찰을 통해 이들이 ‘핵심적 의미소’로 전달, 소통, 접촉, 영향이란 키워드를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일찍이 수잔 손탁이 잘 활용했던 것처럼, 김 교수 역시 이 단어들의 은유성을 짚어내고, 여기서 함축된 ‘부정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여기서 논의를 멈추지 않고 전염 현상의 시공간적 보편성까지 추적했는데, 흑사병에서 메르스까지 ‘전염의 세계사’를 그려내면서, ‘정서적 전염’, ‘문화적 전염’, ‘금융적 전염’, ‘네트워크 전염’을 포착해냈다. 의학적 전염에서 힌트를 얻은 게 분명한 그의 ‘사회적 전염’은, 개념적으로 정서, 태도, 신념, 행동 양식은 특정 집단들을 통해서 확산될 수 있다는 테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접근은 자연주의 모델에 기초한 문화적 전염 모델을 확정하려는 그의 야심만만한 작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포지엄에서는 밈학(memetics)과 ‘정치적 근대성으로서의 면역학’까지 다루면서 ‘생명정치’까지 소개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 속에서 체계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오인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K-POP’을 사례로 들면서 ‘디지털 전파성’ 문제를 따졌다. K-POP의 음악적 혁신을 설명하는 논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 그가 던진 ‘음악혁신은 생물학적인가? 아니면 사회문화적인가?’라는 단도직입적 질문은 음악장르를 문화진화론의 영역에서 소환, 분석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실증적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날 통합전염학 학술심포지엄이 ‘초학제적 지평’에 확실하게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의학, 생물학, 언어학, 음악사회학 등의 영역에서 ‘전염·전파·접촉’의 의미체계를 공유하면서 초학제적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에서, 지평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를 뀄다고 의미를 매기는 것은 가능할 듯하다. 늘 그렇지만, 여행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통합전염학 심포지엄의 지적 행보도 그렇게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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