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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재외동포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진단 :` 재외동포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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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법’ 차별없이 적용하라

1980년대 초반부터 재미동포를 중심으로 교민청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은 김영삼 정부 이전까지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1997년에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되고, 대선공약으로 ‘한민족 네트워크’를 내세운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재외동포 문제가 공론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이러한 목소리에 부응해 제정된 1999년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가 국내에서 내국인과 거의 대등한 법적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각종 국내 금융거래 및 부동산 매매를 허용하고 평등한 취업과정을 보장하며 ‘거소신고증’만 발급받으면 2년간 자유로운 국내출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법이 ‘과거 자신이나 자신의 선조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적이 있는 동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재중동포, 러시아동포 등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외국으로 이주했던 자나 그 자손들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적이 없으며 조선적 재일동포도 무국적 상태로 외국국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 재외동포에서 배제된다. 조선족 1백88만, 구 소련 지역 52만, 조선적 재일동포 12만, 미국 초기 이민자 1만여명 등 총 2백52만 명, 전체 재외동포의 50%에 달하는 동포들이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인권단체들은 ‘재외동포법’이 아닌 ‘동포차별법’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서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및 그 직계비속을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법에서 대한민국이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천명하면서도 일제시대 기아와 식민 통치를 피해, 심지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 한인과 그 후손들까지도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편 재외동포법이 시대착오적 민족우대를 규정한 법으로 국제법과 국제조류에 역행하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성별, 인종, 종교, 민족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규약과 국제법에 반하며, 민족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특별지위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내외국인 평등주의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외교통상부는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이주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 관련 세미나를 몇 차례 열었을 뿐 아직 입장을 조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개정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2003년 말 법안은 자연스럽게 폐기수순으로 넘겨진다. 김대성 ‘조선족동포도움의전화’ 소장은 “선양 영사관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라며 “합법적으로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한다는 재외동포법의 기본 정신을 ‘차별없이’ 적용하는 것만이 2백50만의 동포들을 2등, 3등 국민으로 전락시키지 않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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