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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현안 산적한데… 재정이 없다”
“고등교육 현안 산적한데… 재정이 없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6.27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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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2016년 하계 대학총장세미나
▲ 지난 23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세미나 모습. 사진제공=대교협

“국가장학금 지원 등으로 외형적인 고등교육 예산은 증가했지만, 대학 운영을 위한 실질적 대학재정 투자는 감소하고,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허향진 대교협 회장)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에 대학재정 확대와 등록금 책정 자율화 등을 요청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허향진 제주대 총장, 대교협) 회원교 120개 대학의 총장들은 지난 23일~24일 제주시 메종글래드호텔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대학재정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하계 대학총장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허향진 대교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문제,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 있으며, 해외대학들과 글로벌 경쟁도 해야 한다”며 “더불어 대학구조개혁, 대학재정 위기, 시간강사법, 해외저널 공동 구매,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 등 당면한 고등교육 현안들이 산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구조개혁과 대학재정의 심각한 위기 상황은 대학 발전을 위한 성장통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면서 정부에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늘려줄 것을 에둘러 요청했다. 

▲ 축사하는 허향진 대교협 회장 *사진제공= 대교협

이어진 대학재정 현안 발표에서는 국공립대학을 대표해 최일 목포대 총장이 나섰다. 최 총장은 ‘국립대학 재정의 쟁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국립대학회계재정법’의 보완·개선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립대학 재정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는 기성회비 재원(약 2조원)의 일정 부분을 국고지원금에서 충당해 국립대 등록금의 실질적인 인하를 유도하고, 기성회비 재원은 오는 2022년까지 국고로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고등교육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사료, 공공요금, 시설 유지·보수비 등 실제로 대학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필수 경상경비’를 정부가 전액(혹은 상당부분) 부담해 줄 것도 건의했다. 최일 총장은 “국립대학의 재정지원 방식이 특별사업비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학생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재정수입여건이 열악한 대학에서는 필수 경상경비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강의료, 공공요금 등 필수 경상경비를 대학회계에서 부담하게 되니 재정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사립대학교의 재정 상황 분석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사립대학의 재정 문제 △사립학교법과 재정 운영 난제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의 구조적 문제 등을 짚었다. 김성익 총장은 “사립대도 재정운영 체제와 분담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고등교육정책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성익 총장이 분석한 사립대 재정 문제와 개선방향을 발췌·요약했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이 말하는
사립대 재정위기 7가지 난제

▲ 김성익 삼육대 총장

저출산으로 인해 기인한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다분히 정치적 이슈였던 반값등록금 정책을 필두로 적립금 적립의 제한, 법정부담금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 심화 등은 사립대의 재정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다. 

첫번째 핵심 난제는 높은 사학의존도에 비해 고등교육 국가지원율이 낮다는 것이다. OECD 국가의 사립대학 수의 평균 비율이 20.9%인데 반해 한국은 77.6%로 매우 높다. 그런데 전체 고등교육 재정 중 정부지원 비율이 OECD국가의 평균은 69.1%이고 한국처럼 사학이 많은 일본조차도 32.5%인데 반해 한국의 총 고등교육 기관 재정 중 정부지원 비율은 20.7%이다. 

둘째 난제는 초중등 교육에 대한 지원과 비교할 때 사립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몰아가 등록금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난제는 대학구조평가는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재정투자를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학등록금 동결과 인하유도 정책은 대학운영비, 경상비 등을 감축시켜 중장기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넷째는 매년 투입되는 여러 대학 교육지원사업 투자액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액을 제외하면 실제적인 대학 재정분배 사업비는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사학재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사립대학 재정의 개선과 연관된 각종 세제나 기부금 공제 세법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여섯째, 대학이 속해있는 지자체의 건축 관련 등 각종 조례가 대학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곱째, 한국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각종 사회복지 자금과의 경합이 심화됨으로 인해 OECD의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투자 비중인 1.1%를 달성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와 사회는 대학의 법정부담금 부담의무 충족과 더불어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 및 학교운영경비 부담비율?법정기준 수익률 충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법인의 책무성이 부족하거나 도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확대된 대학교육 수요가 대학입학 단계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자 정부는 1973년 낮은 설립인가 기준을 적용해 사립대학을 인가하였고, 수익용 기본재산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아도 사립대학의 정원 증원 허용했다. 특히 오래된 사립대학들은 설립 당시에 법정부담금 부담능력이 설립조건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연간 수익률과 관계없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인정했다. 

공공적인 사립대학들은 수익용 기본재산의 상당부분을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일단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변경된 것은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환원이 불가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여건과 관계없이 사후에 정해진 법에 따라 대학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법인이 책임 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며, 정부가 학교법인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부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수익이 있으면서 법정부담경비 부담을 회피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수익이 없어 부담하지 못하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며, 비난의 대상도 아니다.

사립대학의 경우 새로운 부담금제도가 생기면 그 비용은 학생등록금에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 자체 내에서 단독으로 발생한 위기가 아니라 매우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해법도 대학 내부에서만 나올 수 없다. 아쉬운 것은 초중등교육 정책과 달리 모든 정책들과 조례들이 사립대학을 물의를 일으킨 ‘원인행위자’로 지목하여 몰아가고 있는 듯하다. 

위기가 대학가에 성찰의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단면적인’ 대학의 성찰과 자구노력 만으로는 이 ‘다면적인’ 위기들을 타개할 수 없다. 대학의 위기는 다른 모든 문제들이 그렇듯 여타 다른 구조적 요인들과 얽혀져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어 갈 것이다. 고등교육 정책이 국제적인 규범을 척도로 대학을 평가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정책기관의 시선은 고등교육기관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향유하고 있으니 주던 지원마저 줄여야한다는 관점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교육백년대계라는 면에서 심히 우려되는 내용이다. 이런 여파는 저출산 심화, 학령인구 감소, 노동인구 감소, 실업률 증가, 경제 위기 요인이라는 외부 요인과 영향을 주고받아 고등교육 경쟁력 약화를 야기시킬 것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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