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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호 새로나온 책
836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6.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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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미래가 앞으로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근거는 앞으로 모든 인간의 이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기계나 로봇이 인간 두뇌의 경이로움을 따를 수 없다고 하지만 현실 세계에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것이 존재한다. 바로 인터넷망이다. 기계는 애초에 설계된 한계를 넘으면 작동을 멈추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 다발을 보낼 때 가장 빠른 경로가 어디인지를 상황에 따라 판단해 길을 찾아낸다. 인터넷의 성장이 생물의 진화에 맞춰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두뇌를 모사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북카라반, 2016.6) 중에서

 

■ 들뢰즈와 언어, 장-자크 르세르클 지음, 이현숙·하수정 옮김, 그린비, 456쪽, 25,000원
이 책은 ‘언어’ 그 자체에 주목하도록 독자를 이끌며 들뢰즈 사유의 가장 높고도 아름다운 지평을 보여 준다. 지금껏 오직 ‘언어’라는 주제를 두고 그의 사상을 조망한 책은 없었다. 심지어 들뢰즈 자신도 ‘언어’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낸 적은 없다. ‘언어’라는 주제와 가까워 보이는 『의미의 논리』나 『프루스트와 기호들』에서조차 그는 언어학적이기보다는 문학적이다. 들뢰즈가 가타리와 함께 쓴 책 『천의 고원』에서의 한 장은 ‘언어학의 공준’이다. 그(들)의 논의에서 ‘反의미’나 ‘화용론’, ‘언어학(에 대한 비판)’과 같은, 언어에 결부된 주제들은 도처에서 두드러진 위상을 갖지만, 그럼에도 언어 그 자체에 관한 논의는 산발할 뿐,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들뢰즈 문헌에 대한 집중적인 독해뿐만 아니라 당대 지성들의 언어학적 사유를 촘촘히 톺아가며 이끌어 낸 명석한 분석과 심도 깊은 통찰은, 이 책을 들뢰즈 철학 연구서들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성취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 맛의 천재: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쓰다,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윤병언 옮김, 책세상, 5676쪽, 23,000원
피자, 파스타, 에스프레소, 모짜렐라, 티라미수 등 이미 우리의 식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이탈리아 음식들의 기원과 변천사, 그리고 성공 스토리를 담은 이 책은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집요한 취재란 어떤 것인지 그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도 자신의 말대로 사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고, 관련된 인물이 살아 있으면 전화나 이메일 인터뷰라도 따내어, 방대한 정보로 중무장한 글을 선보인다. 이탈리아의 경제 일간지 〈Il Sole 24 Ore〉에 연재한 음식 칼럼이 단초가 돼 출간된 이 책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주는데, 과거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생생하게 소환하기 위해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온갖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동원된다.      

 

 

■ 애드호키즘: 임시변통과 즉석 제작의 미학, 찰스 젠크스·네이선 실버 지음, 김정혜·이재희 옮김, 현실문화, 424쪽, 32,000원
1968년에 건축비평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애드호키즘(adhocism)’은 ‘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라는 의미의 ‘애드호크(ad hoc)’와 예술운동의 약칭을 나타내는 ‘-이즘(ism)’의 조합어로서, 임시변통, 가용 자원의 활용, 소비자 민주주의, 비주류, 다원주의, 혼종성, 즉흥성, 창의성, 혁신적인 특이한 결합, 규범에서 벗어난 예외, 즉석 대처, 우연적이고 열린 결과를 함의한다. 즉 ‘애드호키즘’이라는 말에는 기본적으로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용·입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기존의 상황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는 일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특히 가까이 있는 자원을 활용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 책은 이러한 애드호키즘의 영역을 탐구하기 위해 일상의 예술, 과학, 발명, 정치 분야, 도시와 소비시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논제를 살피면서 300개가 넘는 방대한 참고도판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다.

 

 

■ 우크라이나의 역사 1·2, 미하일로 흐루셰브스키 지음, 한정숙·허승철 옮김, 아카넷, 1권 576쪽, 30,000원. 2권 700쪽, 32,000원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미하일로 흐루셰브스키의 『(삽화로 보는)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번역한 책으로, 한국에서 출판되는 최초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사 개설서다. 우크라이나 역사 연구와 관련된 흐루셰브스키의 부단한 노력은 열 권으로 된 『우크라이나-루스의 역사』라는 방대한 저작으로 집대성됐다. 이번에 초역된 책은 일반인들을 위한 개설서로서 1911년 우크라이나어로 첫 출간되고, 1913년 러시아어로 출판됐으며, 그 후 여러 차례 수정 증보됐다. 특히 『우크라이나-루스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17세기 후반 이후 20세기 초에 이르는 역사까지 살펴냈다. 저자는 러시아 역사학의 전통적 해석과는 달리, 키예프 루스 공의 가계와 모스크바국의 정치제도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모스크바-러시아가 키예프 국가의 계승자라는 견해를 거부했다.

 

 

■ 일본 전후 정치와 사회민주주의: 사회당·총평 블록의 흥망, 신카와 도시미쓰 지음, 임영일 옮김, 후마니타스, 328쪽, 20,000원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걸쳐 급격하게 진행된 총평과 일본사회당의 동반 몰락은 일본을 넘어 전 세계 노동운동계에 커다란 충격을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총평과 사회당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규모로 진행된 이 운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분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본 교토대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인 저자는 사민주의의 관점을 분명히 하면서 서구의 권력자원동원 이론을 원용하고, 계급 교차 연합의 분석 틀을 설정함으로써 복잡한 주제를 짜임새 있게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접근법을 취한다. 또한 노동운동·노동정치를 둘러싼 내외 환경의 변화를 중시하면서도 분석 초점을 노동운동·노동정치의 틀 속에서 진행된 자본과 노동 사이의 복합적 계급정치에 맞추고 있다.

 

 

■ 저항과 포섭 사이: 탈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논쟁적인 이해, 이석구 지음, 소명출판, 763쪽, 49,000원
저자는 탈식민주의 운동을 ‘자생성’이나 ‘주체성’ 혹은 ‘출신성분’의 관점에서 구분 짓기가 매우 힘들다는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무어-길버트의 연구 및 이를 따르는 후속 연구들과 시각을 달리한다. 흑인 제국론을 주창한 마틴 들레이니, 흑인 감성론을 주창한 네그리튀드 운동, 심지어는 백인과의 동일시에서 깨어날 것을 동료들에게 촉구한 파농 같은 급진적인 운동가들의 주장도 엄밀한 시각에서 보면, ‘자생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례로, 흑인의 가치를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던 것으로 기억되는 네그리튀드 운동도 실은 혼종적인 정체성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심지어는 오늘날 반식민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파농의 흑인론도 자생적인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한 부분이 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담론이나 헤겔의 『정신의 현상학』이 없는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저자는 어느 主義도, 어느 운동도 홀로 탄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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