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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4만명·직원 1만명 생계 끊기는데 대안 없다니…”
“교수 4만명·직원 1만명 생계 끊기는데 대안 없다니…”
  • 노중기 한신대·사회학
  • 승인 2016.06.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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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를 보면서

‘조선’ 구조조정에 12조원 투입, 대학엔 ‘재정없다’ 답변만
구조개혁법 토론회, 대학구조조정 관철 위한 ‘합리화’ 불과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교육부 ‘교피아’들이 또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른바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설명하고 대학의 의견을 청취하는 토론회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진정한 대학개혁을 바라는 대학 주체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정권의 입법 시도를 정당화하는 관제 요식행위일 뿐이다. 모든 일을 주도하면서도 각종 관제단체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교육부의 행태는 참으로 비교육적이며 비겁하다.

▲ 노중기 한신대·사회학

지난 7일 서강대에서 열린 1차 토론회의 참가자들은 모두 박근혜정부의 이른바 ‘대학구조개혁법’의 시급한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5단계 등급의 경쟁방식의 대학평가, 강제적 정원 감축과 대학퇴출 명령을 가능하게 하는 강압적·관료적 구조조정에 동조한 것이다. 현재 법안의 수많은 문제점과 미비점을 지적하면서도 퇴출방식의 기조에 동의하는 데 대개 일치했다. 어찌 교피아(교육부+마피아)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전국의 수십개 족벌 비리사학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토론자 중 한 분이 비리사학과 정상적 사학을 구분하고, 전자를 퇴출·구조조정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렇다. 족벌 비리재단에 대해 퇴출을 명령하는 것이 진정한 대학개혁의 출발이다. 그리고 이 사학들이 공공성을 갖춘 고등교육기관으로 재탄생하도록 돕는 일이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비리사학의 대명사 상지대 사례와 같이 재단의 각종 비리와 불법적인 부당징계, 부당해고로 대학이 고통 받고 있으나 교육부는 오불관언이다. 비리사학을 복귀시킨 것도 모자라 그들을 옹호·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과정에서 나왔듯이 입학정원 16만명의 강제감축은 신입생 정원 1천600명의 중견대학 100여 개를 퇴출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정규교수 2만명, 비정규교수 2만명, 대학직원 1만명 등 최소 수만명의 고급 인력을 정리해고 하는 일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구조개혁법’에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조선산업 등 제조업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창조경제 정권의 창조적인 ‘막가파식 구조조정’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를 떠들면서도 우리 사회가 엄청난 사회적 자원을 투입해서 만들어낸 수만명 지식인들을 정리해고 하자고 한다.

교육부 토론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진정한 대학개혁, ‘대안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봉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현재의 위기는 한국 대학이 선진국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수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14명인데 반해 한국은 대략 25명 선이다. 사립대나 전문대로 가면 30명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콩나물 강의실’에서는 창의적인 토론, 질 높은 교육이 불가능하다. 대학을 퇴출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식정보사회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미국의 대선후보들이 수백조에 달하는 재원을 투입해서 미국 전문대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마당에 우리는 지식인의 생계를 끊으려고 한다.

사립대를 구조조정·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비리사학재단을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사립대를 공공성을 확보한 ‘공영형 사립대’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대학의 고질병인 사학의 비리를 뿌리 뽑는 것은 물론 교육공공성을 제고해 선진국형 교육환경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대안을 제시하면 교피아들의 답변은 한결 같다. “재정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은 각기 선거 공약에서 OECD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1%의 고등교육재정 투입을 누차 약속한 바 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9조원인 고등교육예산을 17조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약속이다. 여기에 낭비가 심한 각종 공모사업예산 약 2조5천억원을 더하면 ‘진정한 대학개혁’은 충분히 가능하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1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박근혜정부다. 재벌의 부실경영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면서 대학의 위기는 대학인이 죽어서 책임지라는 뜻일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서도 교피아와 결탁한 족벌 비리사학은 ‘먹튀’를 보장받는다.

노중기 한신대·사회학
서울대에서 「국가의 노동통제 전략에 관한 연구」로 박사를 했다.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대학공공성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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