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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호 새로나온 책
83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6.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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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은 오직 공산주의밖에 없다는 지젝식의 이분법은 오늘날 심각한 불평등 상황을 교정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피케티나 롤스와 같은 매우 진보적이며 동시에 탁월한 정치경제학자나 정치철학자를 아주 싫어한다는 점에서 지젝은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진정한 동맹자다. 피케티의 책이 출간된 이후 마르크스주의자들도 피케티의 ‘사회적 국가론’ 또는 ‘복지국가론’을 엄청나게 비판한다. 그 비판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가 피케티의 이론 속에는 엄밀한 자본 개념이 없다는 것인데, 이러한 비판은 놀랍게도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자들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홍준기 프로이트 라깡 정신분석연구소장,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사회적 국가』(한울엠플러스, 2016.5) 중에서

 

명심보감 다시읽기, 추적 원저, 추호경 편역, 선, 408쪽, 16,800원
『명심보감』과 관련해서는 이미 수많은 역서와 주해서 등이 나와 있다.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낸 저자의 책은 다음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명심보감』의 삶의 지혜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현대화’했다. 즉, 번역문의 기조를 가능한 한 ‘해라’식의 일방적 명령이 아니라 함께 이렇게 해 보자는 권유로 느껴지도록 해 보았고, 일상어를 택해 친근감을 줬다. 둘째, 종래의 역서들이 너무 일방적인 해석만을 강조했다면, 이 책에서는 별도의 해설을 달지 않고 관련된 다른 ‘명언’들을 소개해 독자로 하여금 함께 대조해 보면서 『명심보감』의 참뜻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 셋째, 음과 토는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 생략했다. 대신 한문 원문의 해석에 필요한 만큼의 한자 풀이를 했으며, 주석을 비교적 상세히 달아 각 장의 내용에 대한 배경적 설명을 충실히 했다. 넷째, 기왕에 나온 여러 판본들에서 발견된 많은 誤刻과 誤植 등 잘못과 번역상의 오류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어 이를 바로잡음으로써 독자들이 불필요한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제2차 세계대전(상·하), 윈스턴 처칠 지음, 차병직 옮김, 까치, 상하 1,469쪽, 각권 25,000원
이 책은 1946년에 집필이 시작돼 1953년에 모두 6권으로 완간된 원본의 발췌본이며, 문장은 모두 처칠 자신의 것이다. 또한 그가 1957년에 쓴 ‘에필로그’가 덧붙여졌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前史가 되는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 이후부터 시작된다. 히틀러의 등장과 그의 팽창 정책을 설명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전체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서로 800여 통의 전문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저자와 루스벨트와의 공적인 유대와 우정(상권 358페이지), 서로를 괄목상대하는 스탈린과의 교류(하권 907페이지), 사랑하는 부하 앤서니 이든에 대한 애정, 특히 냉혈한의 대명사인 몰로토프와 처칠의 인간적인 교감이 이뤄지는 순간(상권 233페이지) 등은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발췌본이라고는 하지만 1천470페이지(한국어 번역본)에 이르는 이 대작에서 한편으로 영국과 프랑스, 특히 영국의 나치스 독일에 대한 유화정책이 대전의 불씨가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안보가 곧 국가와 국민의 생명이라는 교훈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조공과 사대: 춘추전국 시대의 국제정치, 이춘식 지음, 산지니, 402쪽, 28,000원
조공과 사대를 매개로 한 과거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의 국제질서를 살펴보고 G2로 격상된 현대 중국의 세계관과 외교 책략을 짚어본 책이다. 특히 선진 시대 왕조 교체와 시대 변화에 따른 조공의 특징과 변화를 분석해 선진이후 중국과 주변국 간에 오랫동안 시행돼왔던 조공의 성격과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다. 지금까지 조공에 관한 연구 경향은 중국의 전통적 시각에서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자발적인 내조로 간주하거나 중국 천자와 제후 간의 봉건적 군신관계로 인식하는 것이었다. 조공이 주 왕조의 봉건제도하에 주 천자와 제후 간의 봉건적 관계에서 기원한 것으로 단순하게 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조공과 사대가 국가 간 종속관계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기보다 시대마다 성격과 역할이 달랐다고 보고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조공과 사대를 중국 위주의 국제질서가 아니라 주변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체 입장과 시각에서 고찰해야 함을 강조한다.

 

19세기 한 실학자의 발견: 사상사의 이단아, 백운 심대윤, 진재교 외 지음,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351쪽, 20,000원
사상사의 이단아 백운 심대윤의 사상과 경학, 그리고 그의 문학적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엮은 전문 학술서다. 백운 심대윤은 근대 저명한 학자 정인보에 의해 역사학의 이익과 안정복, 정치학의 정약용과 함께 ‘조선 경학의 별’로 평가된 바 있다. 그는 경학 저술을 비롯해 120권이 넘는 업적과 독특한 사상체계를 세운 실학자다. 그는 역모 사건에 연루된 폐족의 후예로 태어나 양반의 삶을 포기하고, 일반 민의 처지로 삶을 영위했다. 심대윤이 오랜 기간 살았던 경기도 안성은 상공업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그는 오직 생존을 위해 밥상을 만드는 수공업에 종사하기도 하고, 약국을 경영하며 저술에 임했다. 특히 그는 체험을 학문 연구로 전환해 독특한 사상과 성과를 정립했다. 삶의 체험 현장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익 추구의 심성을 재발견하고, 공공성과 함께 利를 옹호하였던 바, 그가 ‘福利’와 ‘公利’를 비롯하여 ‘天下同利’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심대윤의 풍부한 학적 성과는 당대 학문 풍토로 보면 거의 이단적 성격에 가깝고, 논리는 거칠고 과격하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체험을 경학 저술과 역사 인식에 접목시키는 방식은 선명하고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東史」와 「全史」』를 집필한 것이라든가, 당대 현실에 바탕을 둔 경학 해석 등도 모두 이러한 학문관의 소산이다. 심대윤의 학문은 주로 경학에 있고, 사상의 이론과 논리는 주로 산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전쟁과 평화, 이리에 아키라 지음, 조진구·이종국 옮김, 연암서가, 328쪽, 17,000원
2015년 역사와 현대 세계를 보는 관점을 담은 책 『사가가 보는 현대 세계』를 선보여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하버드대 역사학부 이리에 아키라 교수가 『20세기의 전쟁과 평화』의 초판(1986)과 개정판(2000) 이후의 변화를 담은 개정원고를 반영한 신판을 새롭게 번역했다. 그는 전쟁과 평화,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해석하는 미국과 일본에서 대표적인 역사학자다. 『역사가가 보는 현대 세계』가 글로벌, 트랜스내셔널한 역사에 관심을 두어 특히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책은 국제관계사를 전문으로 하면서 그동안 권력정치를 중심으로 전개된 19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100년의 역사적 과정을 역사적 통찰과 세계적 시야를 통해 복수의 국가간 관계를 설명하면서 시계사적 전망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이 국제관계에서의 행위주체, 즉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면, 저자는 국제관계도 궁극적으로는 개인 차원의 행위라고 보고 그런 관점에서 전쟁과 평화에 관한 다양한 사조와 관점들을 되돌아보고 있다. 전쟁과 평화를 국가나 권력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파워폴리틱스만이 아니라 비정부기구(NGO)나 시민사회, 사상이나 문화 같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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