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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보편’에 숨겨진 제일국의 욕망 … ‘제국’ 명칭은 의문
‘중국식 보편’에 숨겨진 제일국의 욕망 … ‘제국’ 명칭은 의문
  •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동양철학
  • 승인 2016.05.24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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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 『현대중국의 제국몽: 중화의 재보편화 100년의 실험』 전인갑 지음|學古房|415쪽|32,000원
▲ 활전우 작, 오사운동 대리석각

필자는 작년 8월 중국 산동 지난에서 열린 한중 국제유학대회에 다녀왔다. 이 대회는 한중 인문교류의 일환으로 개최돼 한국과 중국에서 5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하고 발표도 했다. 중국의 다른 학회도 가보면 대체로 많은 학자들이 발표를 하고 당 간부나 매스컴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인문르네상스가 꽃피고 있었다. 몇몇 학자와 논평자를 제외하면 청중이 없는 썰렁한 우리의 학회와 비교된다.
나는 성리학에서 이념적 보편성과 민족적 차별성에 대해 발표했다. 주자학과 양명학이 이념적으로는 보편성을 띠고 있지만 민족적 차별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중국학자들은 미래의 유학은 華夷論에 근거해서는 안 되고 다양성에 기반해 상호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리학의 화이론의 문제점을 상호존중이란 말로 회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성리학의 화이론은 민족 차별이고 인권 평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철저하게 개선해야 한다. 우리도 중국 성리학에 대해 보편적인 사상으로 간주하는 선입견을 비판해야 한다.

전인갑의 저서 『현대중국의 제국몽』은 현재 중국학자들이 자신의 전통 문화를 어떻게 이용하고 선전하는지에 관한 전반적인 동향을 밝힌 저작이다. 저자는 일찍이 근대의 상해 연구로부터 시작해 현대 중국의 문화담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중견학자다. 저자는 신좌파에서 자유주의파에 이르기까지 현대 중국에서 제기하는 대부분의 문화담론 저변에는 중국의 전통적 사유방식과 개념으로 현대의 중국과 세계를 사유하고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화보수주의가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담론에는 중국적 보편을 수립하고자하는 열망이 담겨있으며, 이 열망은 수세적 적응담론에서 적극적 미래담론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의 ‘中國夢’이란 선언으로 구체화됐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담론을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온 전통과 그것이 시대성 즉 근대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문제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런데 중국식 보편이란 문제에서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과연 자유와 평등이란 서양식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평등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중국에 과연 정치적 자유가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에 속한다. 이런 것이 확보돼야 정치적 자유를 논의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문제 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부패다. 부패는 저자도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근대의 학형파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학형파가 부패의 원인을 단순히 도덕상실과 가치관의 부재에서 찾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도덕 가치관 재확립이란 계몽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서술한다. 그런데 부패에 대한 엄벌과 도덕 가치관 재확립이라는 학형파와 시진핑의 노력이 의미 있으려면 법에 의한 처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언론을 통한 자유로운 비판과 견제도 확보돼야 한다. 한국사회도 부패라는 문제를 겪고 있고 해결되고 있지 않지만, 부패를 통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서 한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단지 통치적 개인의 능력과 덕에 기대는 전통적인 해결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서양적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이 개인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자의 “인에 당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와 선종의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정신까지 가야 한다. 모든 권위를 부정하고 진정한 자아로 우뚝 설 때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긴다.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유가나 불교 등 전통사상과 철학에서 얻을 때, 전통적 사고가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로 중체서용과 전반서화를 들 수 있다. 이들 모두 민주와 과학으로 귀결되는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숙시키지 못했다. 이것의 부정인 문화대혁명도 큰 재앙을 가져왔다. 이제는 中體西用과 全般西化란 화두를 버려야 할 때다. 그리고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의 사회 변동과정에서 인권이나 민주의 보편적 가치를 새로 모색하고 건립해야 한다. 
다음은 帝國이란 개념 정의다. 제국이란 용어는 ‘Empire’에서 왔다. 제국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이 용어가 송대 邵雍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소개돼 있지 않다. 소옹은 역사의 단계를 皇-帝-王-覇로 구분했다. 삼황/오제/삼왕/오패의 단계가 그것이다. 이는 통치의 가치를 위에서부터 서열화한 것이다. 여기서 五帝가 다스리던 나라가 제국이다.

그런데 근대시기에 고종은 조선을 대한제국이라고 명칭을 바꾼 적이 있다. 이는 제후가 다스리던 나라에서 벗어나 제왕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뜻이다. 제국이 아니면서 제국을 표방했던 것이다. 일본은 근대시기에 자신들의 나라를 제국에서 황국으로 바꾼다. 제국보다 한 단계 높은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 즉 황국이라고 했던 것이다. 내용은 제국이면서 국격은 황국이라고 했다. 우리가 잘 아는 ‘황국식민서사’와 ‘제국대학’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여하튼 제국이라고 하면 왕국을 여러 개 거느려야 한다. 과연 지금의 중국이 제국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의 진한 제국이나, 청 제국이란 용어를 서양학자들이 쓰고 있지만, 진한이나 청도 하나의 국이지 여러 나라를 통치한 것은 아니다. 로마제국은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두고 있었다.  지금의 중국은 티베트나 신강, 그리고 몽골 등을 자치주로 두고 있지만 이들을 하나의 국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자치권을 갖는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들 자치주에 독립권을 부여한다면 중국은 분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의 중국은 天朝라고 하여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임을 표방했지만, 현재의 중국은 G2라고 해도 중심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의 중국은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이제야 자신들의 영토와 권리를 찾은 나라다. 이들에게 제국이란 명칭은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불쾌한 용어다. 앞으로 계속 논의할 문제다.

그렇지만 중국이 중국식 표준을 세계적 표준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새겨들을 만하다. 제국은 아니더라도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고 거기에 유가를 비롯한 중국의 전통사상이 동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숨겨진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소통해서 중국으로 하여금 올바른 가치를 가진 세계의 일원이 되도록 인도해야 하는 것이 현재 한국 연구자들의 역할과 책임이다. 저자는 평자와 전공은 다르지만 오랫동안 중국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학문의 벗이다. 그의 연구가 더욱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동양철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에는 『이황』, 『마음과 철학』(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에는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 『주희의 후기철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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