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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방향 재조정 필요…1道1국립대 대안될 수 있다”
“구조개혁 방향 재조정 필요…1道1국립대 대안될 수 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5.0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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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전북대출판문화원) 펴낸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대학 위기와 혁신의 해법은, 대학의 특성은 살리되 자율성과 다양성이라는 ‘원칙’을 지키자.”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62세·법학전문대학원, 사진)은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학구조조정에 돌입한 지난 10년 동안 그는 대학정책의 맨 앞줄에 서서 진두지휘했다. 전북대 15·16대 총장(2006~2014),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2013~2014),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2013~2015). 지난 10년, 그의 이력은 대학구조조정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갔다. 그런 그가 최근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전북대출판문화원)를 들고 대학개혁 담론에 다시 뛰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서 전 총장이 책을 통해 겨눈 화살은 정부와 대학 모두에게 향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교육부를 향해선 ‘파트너십’을, 대학엔 ‘자체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교협 회장을 역임하고, 교육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던 그의 입에서 ‘대학의 위기’가 비단 학령인구 감소나 취업난 탓이 아니라는 도발적인 시선이다. 

서 전 총장은 대학 위기의 1차 책임을 대학 설립인가 기준을 느슨하게 풀어줘 대학의 ‘공급 과잉’을 초래한 역대 정부에 묻는 한편,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평가와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현 정부에 2차 책임을 묻는다. 그는 신간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를 “대학총장 시절 ‘대학개혁’ 8년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대학구조조정이 한참인 때 의미 있는 책을 냈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은 내가 전북대 총장직을 수행한 8년간의 경험을 담은 것인 동시에 퇴임 후 보다 선명하게 알게 된 깨달음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내가 헤쳐 나왔던 길은 지금도 한국의 많은 대학 총장들이 걷고 있는 길이며, 또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다. 크든 작든 지난 경과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후인들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방지해주는 의의가 있다고 믿는다. 위기에 처한 한국 대학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침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한국 대학이 위기라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달라.

“한국 대학이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정원 관리를 철저히 하고, 대학 설립기준도 엄격하게 적용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대학 설립과 정원 규제를 느슨하게 풀었고, 교육의 질 관리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대학 설립과 정원 자율화를 골자로 한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은 불과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정책이었다. 이 때문에 4년제 대학이 50개 이상 더 생겨났고, 입학 정원도 2002년에 66만명까지 늘었다. 반면 그때 설립된 대학 절반 이상이 문을 닫거나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이 대학 위기의 전부는 아니다. 그간 대학들이 무사안일과 현실안주에 취해 있었던 면도 큰 요인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깊이 반성해야 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전북대출판문화원)

△그렇다면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기본에 충실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기본은 대학이 경쟁력을 높여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생각으로 대학 개혁에 대한 큰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방권 대학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를 이끌어 대학들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대학은 대학다워져야 한다. ‘대학답다’는 건 교수는 질 높은 연구를 하면서 잘 가르치는 것이고, 직원은 행정 서비스를 잘하는 것이며,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열심히 하는 구성원이 우대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의 자발적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교육부의 목소리만 있고 대학의 목소리는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학구조조정과 관련해 단순히 정원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양적 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정원 축소와 더불어 어떻게 대학의 체질 개선과 질적인 변화를 견인해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그것을 위해 대교협 회장 시절 구조개혁은 반드시 대학 특성을 반영해 추진해야 한다는 대학의 목소리를 관계 당국에 수차례 전달했다. 국립과 사립에 따라, 연구중심이냐 교육중심이냐에 따라 개혁의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4년제 대학을 똑같은 잣대로 줄 세우고 등급을 매겨 정원을 획일적으로 줄인다고 해서 대학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가.

“교육부가 대학을 파트너로 보지 않고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을 재정지원과 연계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재정지원을 당근으로 대학을 핸들링하려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대학 경쟁력은 교육부 지침을 잘 따라야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과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대학구조조정에서 분석(진단)과 소통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석과 소통이 왜 중요한지를 경험적 측면에서 풀어낸다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는 데 나는 ‘지기지피면 백전백승’이라 말하고 싶다. 먼저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장 당선자 시절부터 전북대 전체의 연구실적, 연구 질적 수준, 교육 수준 등 학사제도 전반에 걸쳐 면밀한 분석 작업을 거쳤고, 취임 직후에는 대학본부 보직교수는 물론이고 학장, 부속기관장, 교수회장을 비롯한 교수회 간부, 실무과장, 학생 대표까지 버스를 대절해 선진대학을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전북대 실정에 맞게 고쳐 적용했음은 물론, 더 나아가 선진대학을 능가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유념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였다. 매 학기 단과대학을 순회하며 교수들과 직접 소통하는 단과대학 순회 간담회를 비롯, 특별히 의견이 있는 교수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일일이 찾아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직원, 학생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등 소통에 한치도 소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교수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2007년 국립대 최초로 연구실적 미달 교수의 영구퇴출제를 도입함으로써 ‘국립대 교수는 철밥통’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또한 교수 승진기준을 종전보다 3~4배 이상 높여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하는 등 교육?연구 등 학사 전반에 걸쳐 다양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대학 구조조정 방향을 다시 설정하자’는 제언과 ‘1도 1국립대 통합’안이 눈길을 끈다.

“두 가지 제안 모두 한국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 먼저 구조개혁 방향의 재설정은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을 줄 세우는 구조개혁이 아니라 대학별 특성을 고려해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향의 구조개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인구의 과밀화라는 공통적인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국립-사립, 수도권-지방권 등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향해 논의를 이끌고 나갈 때 구조개혁의 진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1도1국립대 역시 국립대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으로서 추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통합대학에 대해 수십년간 획기적인 재정 지원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 정부의 행·재정적인 지원 없이 단순히 통합만 하는 것은 국립대 수만 줄이는 것이어서 옳지 않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거점 국립대와 같은 옛 제국대학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한국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재정 확보가 중요할 것 같다.

“고등교육 재정확보를 위해 ‘내국세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내국세 연동제란 내국세 수입의 일정 비율을 예산으로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유·초·중등 교육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27%를 예산으로 책정하게 돼 있다. 한국은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 고등교육 민간 부담률이 가장 높은 반면, GDP대비 고등교육 예산 비율은 OECD국가 평균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고등교육 투자 없이 대학발전 없고, 대학발전 없이 국가발전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전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中央)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전북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법대 학장(1997~2001년)을 두 번 연달아 지낸 데 이어 총장 선거에서도 전북대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국공립법과대학장협의회장, 한국소년법학회장, 한국비교형사법학회장,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 대교협 회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분과위원장, 교육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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