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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연구는 어떤 힘으로 하는 걸까
지속적인 연구는 어떤 힘으로 하는 걸까
  • 이상의 부산대 박사후연구원
  • 승인 2016.04.25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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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상의 부산대 박사후연구원

지난 2014년 겨울 박사학위 과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응을 큰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로지 학위 취득 목적을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왔고 결국 성취했다. 연구자로서 박사학위 취득은 아주 힘겨운 경험이었던 동시에 아주 재미난 경험이었다.

새로운 이론 및 기법을 이용해 기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아주 힘들었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때는 굉장한 희열을 맛보았다. “썩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 없어지고 싶다” “일이 되게 하자” 일상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읽게 되지만, 왜인지 모르겠으나 이 두 가지가 마음 속에 남아 나의 좌우명이 됐다. 그리고 이 두 좌우명이 박사과정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같다.

그간의 연구경험에서 얻은 게 있다면 긍정적 사고와 지속적인 연구 열정이 연구자에게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 평소 주변에서 긍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 않지만,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부정적 시각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한 후부터는 긍정적 사고를 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아주 천천히 진행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 열정은 어떠한가? 나는 아직도 지속적인 동기 부여에 관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박사학위 과정 중에는 학위 성취의 목적을 위해 온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해 목표를 향해 달렸지만, 막상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게 됐다.

높은 연봉의 직장, 좋은 연구 환경, 매력적인 연구주제 등의 사항들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연구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평생을 연구 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나에게는 뭔가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는 연구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가? 평소 이런 의문을 품은 나는 주변의 여러 멘토들에게 그들의 비법이 뭔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가장 감명 깊었던 조언은 단연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었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양대 조선학회(영국의 RINA, 미국의 SNAME)의 최고상을 수상하시고도 여전히 왕성한 국내외 활동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나 또한 언제나 마르지 않는 연구 열정에 감탄하곤 한다.

교수님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개인의 영달보다 사회·국가·인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자신의 연구가 실질적으로 학계와 산업계에 기여하길 간절히 소망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교과서적인 답변에 어리둥절한 나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길 내가 개발한 기술이 가깝게는 나의 친구, 가족 멀게는 산업계의 인명, 재산 등을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상상을 해보라고 하셨다. 조금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미래에 나가 개발한 기술이 실제에 적용돼 많은 기술발전을 이루게 된다면 교수님과 같은 수준의 성취감을 맛보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박사 취득 후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지난 1년은 박사과정보다 더욱 혹독하고 어려운 시기였다. 박사 소지자로서 지도 교수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연구를 독립적으로 기획하고 수주해 수행하는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고, 시행착오를 하며 배우기에는 직면한 현실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갓 박사학위를 받은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이제 운전면허가 생겼으니 운전은 도로에 나가서 배우라 하셨다. 그리고 이제서야 어렴풋이 그 의미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다니다 박사진학을 위해 학교로 다시 왔다는 말을 들었던 친구의 첫 마디는 “연구비 많아서, 돈 많이 받겠네“ 였다. 당시 인문학 박사과정 중이던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는 한마디였지만,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2015년 반향을 일으켰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서적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실제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던 사건이었다. 나는 이 사건이 현재 우리가 속한 대학 및 연구기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구자나 교수를 꿈꾼다고 해, 그들이 꼭 가난을 견디며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만약 그들이 그러한 강요를 받고 있다면, 뭔가 잘못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공학뿐만 아니라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어려움 없이 연구 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조성해 주고, 그 결과를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이상의 부산대 박사후연구원·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
부산대 조선해양공학으로 박사를 했다. LNG-FPSO(해양부유식 LNG 저장설비) 화물창의 슬로싱 충격 하중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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