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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 저항’담론 비판도
‘식민주의 저항’담론 비판도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4.0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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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비평> 14호(2016 상반기), ‘동아시아 속의 재일 코리안’ 조명

<일본비평> 제14호가 씨름한 ‘재일 코리안’ 문제는 시의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논의다. 6편의 글과 각각 한 편의 서평과 특별기고로 구성된 특집 ‘동아시아 속의 재일 코리안: 현재와 전망’은 글자 그대로 오늘날 동아시아라는 특정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재일 코리안’의 의미를 짚어낸 값진 기획이다.
특히 이번 특집은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연구자 두 사람(신기영, 유혁수)에 의해 기획됐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편집자들이 밝힌 것처럼 “이 특집을 통해 재일 코리안동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존의 문제를 재고하는 기회”로 손색없어 보인다.

특집에 묶인 글 가운데 조관자 서울대 일본연구소 HK교수의 「1990년대 이후 한국에 소개된 재일조선인 지식인의 민족담론: 서경식의 ‘식민주의 저항’ 담론에 관한 비판적 고찰」은 글 제목처럼 논쟁적 독법 위에 서있는 흥미로운 논문이다. 서경식의 저항담론은 1990년대 등장한 일본 내 다문화 공생론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세계에 흩어진 코리안의 삶을 미래 한반도의 통일국가, ‘전체 민족의 네이션’에 귀속시키는 것이 탈냉전 이후의 재일조선인 민족운동의 지표와 실천방안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관자는 재일조선인 지식인들의 조국지향적인 당위론과 현재적 삶을 부정하거나 구제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적 가능성으로서 제시되는 통일론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일뿐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전체 민족의 네이션’은 북한을 ‘전체 민족’에 끌어들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이 없는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을 가진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서경식은 1990년대 일본의 ‘다문화 공생’ 정책에 때맞춰 재일사회에 대한 김찬정의 공생론과 문경수 등의 ‘시민사회론적 재일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관자는 오직 ‘저항과 투쟁’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공생이야말로 미래를 희망하게 하는 새로운 가치와 방법이며, 재일조선인의 민족사적 갈등과 투쟁의 경험을 딛고서 다양한 국적의 마이너티리와 연대하고 공생하려는 전략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체로서의 민족’ 논리에 입각한 서경식의 비타협적 민족담론이 과연 얼마나 일본과 한반도의 탈식민지화, 그리고 아시아의 탈냉전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는지 물으며, 시대상황의 변화 속에서 현실인식을 일신하고 복잡한 관계성을 다각도로 파악하는 지식인의 태도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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