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8:40 (화)
825호 새로나온 책
82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4.05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어』는 공자가 어떤 완벽한 가르침을 남겼는데, 그보다 떨어지는 인간들이 덜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동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닙니다. 제자들 각각이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 가르침을 각자의 삶 속에 적용하거나 때때로 거부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만들어나갔죠.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공유하고 만들어나가는지가 새로운 『논어』 읽기의 출발이자 완성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논어』에서 찾아야 하는 진면목은 공자라는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네가 되고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우리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어』는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 아닐까요.”
-김시천 숭실대 초빙교수, 『논어, 학자들의 수다: 사람을 읽다』(더퀘스트, 2016.3) 중에서

 

 

가짜 여명: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도서출판 이후, 420쪽, 18,000원
원제 ‘False Dawn’은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도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분석이 잘못됐고, 진단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애초에 제대로 된 치료법이 나오기는 틀렸다는 소리다. 저자는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어떤 전제가 잘못됐는지, 어느 단추를 잘못 꿰었는지, 잘못된 주장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 경제사 탐험은 꽤나 스릴 넘친다. 저자는 잘못된 분석이 틀린 해결책을 가져오므로 이런 편견들을 확실히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신봉하는 ‘자유시장’은 사실 강한 정부, 국가권력이 없었다면 도입될 수 없었으며, 작은 정부가 곧 자유시장을 발전시키리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은 동반자라기보다는 경쟁자일 수밖에 없는데, 자유시장에는 경제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정치가 따라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경제철학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 자유시장의 경제 도구에 휘둘리지 말고, 사회적 통제에서 벗어난 것들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감정의 항해: 감정 이론, 감정史, 프랑스혁명, 윌리엄 M. 레디 지음, 김학이 옮김, 문학과지성사, 614쪽, 32,000원
미국 듀크대의 역사학 및 인류학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레디는 이 책에서 감정이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류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진행된 최근의 감정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감정사를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틀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에 입각해, ‘감상주의’가 수백 배, 수천 배 증폭됐던 프랑스혁명 시기를 풍부한 역사적 사료를 활용해 흥미롭게 분석한다. 책을 옮긴 서양사학자 김학이 동아대 교수의 ‘옮긴이 해제’도 ‘감정이론’을 깊이 정리한 흥미로운 글이다.  그는 레디가 주창한 감정론의 탁월함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레디가 강조하는 ‘자유’ 개념이 19세기 공리주의에서 시작돼 현재의 서양을 지배하고 있는 자유 개념에 종속돼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레디의 감정론 자체도 역사화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레디 못지않게 탁월한 감정을 펼쳐 보인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론과 레디의 감정론을 비교해봄으로써, 독자들이 나름의 감정 이론을 구축해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독법을 제시한다.    

 

교양의 효용: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에 관한 연구, 처드 호가트 지음, 이규탁 옮김, 오월의봄, 552쪽, 25,000원
호가트의 연구는 문화연구자들이 이상적인 연구 방법으로 생각하는 ‘실증적 연구와 이론적 연구의 결합’을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학, 문학, 언어학, 역사학, 인류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를 넘나드는 그의 접근 방식 역시 ‘학제 연구’라는 문화연구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괜히 이 책이 문화연구의 ‘고전’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영역의 고전이라면 당연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읽었을 때도 재미와 지적인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부분도 충실히 만족시킨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두 개의 세계대전 직후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겪던 영국의 역사와 정치사회적 흐름을 읽을 수 있고, 당시의 미디어 환경과 발전상을 엿볼 수 있으며, 당시 계급별로 가지고 있던 의식 및 생활태도와 더불어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한 영국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문화 및 문화연구 쪽의 선구자 격인 영국의 사례와 분석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사례에도 충분히 응용해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중부 유럽 경제사: 서양 문명의 변경에서 떠오르는 경제의 심장으로, 양동휴·김영환 지음, 미지북스, 380쪽, 16,000원
우리가 유럽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거의 대부분이 서유럽이다. 그러나 지금의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은 ‘중부 유럽’으로 구분되는 지역으로 서유럽과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른 기원과 정체성을 갖는 ‘또 하나의 유럽’이다. 이들은 문화적 전통, 중세 제국와 왕국의 경계, 다국적 제국와 인종의 경험으로 구분된다. 중부 유럽은 중세 말 이래 서유럽의 팽창과 함께 역사 무대에 들어왔고, 서유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점차 독자적인 경제 세력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근대에 들어와서 중부 유럽은 제국들의 본산이자 혁명과 전쟁의 무대였으며, 산업혁명과 대공황, 냉전의 성립과 해체, 유럽연합 결성 등 근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장식했다. 오늘날 중부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사의 권위자인 양동휴 서울대 교수가 서양사 전공자인 김영완과 함께 쓴 이 책은, 역동적인 중부 유럽의 1천년 역사와 경제를 큰 시야로 조망하며, 대중적인 언어로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지상의 평화를 위하여: 인식과 추측, 디터 젱하스 지음, 김민혜 옮김, 임홍배 감수, 아카넷, 364쪽, 20,000원
저자는 평화의 내적 조건의 문제를 ‘문명화 프로젝트’로 간주하고, 문명화되고 지속가능한 비폭력적 갈등 해결을 위한 여섯 가지 초석을 잡았다. 첫째, 폭력의 탈사유화를 의미하는 국가의 폭력 독점. 둘째, 폭력의 공적 독점이 전제적으로 오용되는 것을 막을 법치국가. 셋째, 갈등 상황에서의 흥분 통제 및 사회구성원 사이의 상호 의존을 통한 갈등 억제. 넷째, 정치 결정 과정에의 민주적 참여. 다섯째, 분배 정의와 기회 균등을 포함하는 사회 정의. 여섯째, 갈등을 타협과 관용에 기초해 해결하는 건설적인 갈등 해결 문화. 이 여섯 가지 초석들은 긍정적 피드백 기제나 부정적 피드백 기제 속에서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기에 이 문명육각구도 평화는 그 자체로 완결된 이상 상태가 아니라 각 요소들의 상호 의존 속에서 자칫 부서지기 쉬운 허약한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저자에게 평화는 문명화 요소들의 끊임없는 복합구성이자 (재)형성 과정의 문제였다. 그것은 이상사회론이나 선한 개념들로 치장된 사유들과는 다르다. 다원적 근대사회에서는 갈등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다만 비폭력적 갈등 해결의 문명적 조건들을 궁리하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