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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캠퍼스·학위규제 완화’ 교비·학생 유출 우려 없나?
‘해외캠퍼스·학위규제 완화’ 교비·학생 유출 우려 없나?
  • 이재 기자
  • 승인 2016.04.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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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 국제화’ 법령개정안 입법예고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준식)가 대학의 유학생 유치와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법령개정안을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했다. 국내대학 교육과정을 1년만 이수해도 해외대학 교육과정을 3년간 이수하면 국내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캠퍼스 설립 기준도 완화해 국내대학이 국외로 위치변경도 가능해진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사이버대학 설립·운영규정’ 등을 입법예고하고 5월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열린 대통령 주재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의 후속대책이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 해외진출은 외국인 교육수요와 내국인 유학수요 흡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도 가능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영역”이라며 “대학 해외진출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해외진출 추진대학을 밀착 컨설팅해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투자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학생의 유출이 더 커지고 등록금으로 해외캠퍼스를 짓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예고 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골자는 국내외 다른 학교에서 취득한 학점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의 2분의 1이내’로 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5조를 ‘4분의 3 이내’로 고치는 것이다. 교육부는 국내외 대학이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외국대학에서 3년을 이수하고 국내대학에서 1년을 이수할 경우 국내대학 학위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대학 프로그램의 해외수출이 어렵고 다양한 형태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북대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1+3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오는 2017년부터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북대는 2012년 폴란드 바르샤바대학·바르샤바공과대학, 영국 노썸브리아대학, 헝가리 부다페스트기술경제대학,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대학 등 5개 대학과 1+3 복수학위 프로그램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경북대 3년·유럽대학 1년 혹은 경북대 1년·유럽대학 3년 수학 시 복수학위를 수여하고 있지만 2014년 관련법이 개정돼 국내에서 2년 이상 수학하지 않으면 국내학위를 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2014년 이전 양해각서를 체결해 복수학위 수여가 가능하지만 계약 만료 후 2017년부터 경북대 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 

인하대 역시 2014년 우즈베키스탄에 ‘타슈켄트 인하대’를 설립하고 교육과정 운영을 전담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2년 이상 수학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5조에 막혀 인하대 학위를 수여하지 못하고 있다. 타슈켄트 인하대는 설립·운영비용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국영기업이 일체 부담하는 ‘해외진출 대학’ 모범사례로 꼽혀왔다. 

해외캠퍼스 설립 개정은 국내에 한해 설치할 수 있었던 ‘캠퍼스’를 국외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캠퍼스는 본교에 종속된 시설로, 본교와 중복된 학과를 둘 수 없고 본교 명의의 학위를 주도록 해 국내에서만 설치할 수 있었다. 반면 ‘분교’는 본교와 중복된 학과를 둘 수 있고 별도의 학위가 발급되며 해외에도 설치할 수 있는 사실상 별개의 대학이다. 분교는 국내 대학설치기준을 모두 따라야 하며, 해외에 설치할 경우에도 ‘국외분교’로 분류돼 해당국가의 설립인가를 받아야 하는 등 설치가 까다롭다. 설립재원 역시 캠퍼스는 교비회계로 마련할 수 있지만 분교는 전적으로 학교법인이 설립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대학 해외진출 활로를 열기 위해 국내대학이 국외에도 캠퍼스를 설치할 수 있도록 대학설립·운영규정 제2조와 제3조에 ‘국외로 위치변경’하는 조문을 신설했다. 또 여러 부서에 분산 운영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 설립심사위원회를 대학설립심사위원회로 통합·운영해 해외캠퍼스 설립의 행정적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대학설립심사위원회와 외국교육기관설립심사위원회, 사이버대학설립심사위원회, 사내대학설림심사위원회, 산업단지캠퍼스설립심사위원회 등 각 부서의 위원회를 필요에 따라 거쳐야 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제도의 미비한 곳과 경직된 부분을 개선해 대학이 다양한 형태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부의 법개정에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고등교육의 해외진출이 시급히 필요한 교육적 과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또 이번 개정으로 되려 국내 대학교육환경이 크게 황폐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캠퍼스의 경우 국내대학의 해외캠퍼스로의 교비전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외분교의 경우 법적으로 독립된 현지 법인 형태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대학의 교비회계 수입 전출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캠퍼스는 대학설립·운영규정 가운데 위치변경 기준만 해외로 확대되는 형태로 사실상 하나의 대학으로 볼 수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국내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걷은 등록금을 해외캠퍼스 설립이나 운영에 쓰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대학에서 걷은 등록금으로 해외캠퍼스를 짓는다는 ‘국부유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해외캠퍼스를 통해 국내대학 재학생의 어학연수와 유학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캠퍼스 조성과 운영 초기 교비투입을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이번 방안이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과 맞물려 대학의 부정비리를 부추길 요소가 있다. 교비회계 수입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퇴출을 염두에 둔 대학들이 자산 빼돌리기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역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한 서울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본 골격은 지난 2012년 불법으로 적발된 ‘1+3 국제학위’와 유사한 형태다. 당시 유학원을 통해 학생모집을 했던 불법성을 지우고 대신 대학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학위보다 해외학위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개선 자체가 해외유학생 모집보다 국내학생의 해외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또 “국내대학의 교육여건과 질을 발전시켜 유학생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는 교육적 투자는 외면하고 제도만 손질해 왜곡된 학벌주의를 시장에 풀어놓는 비교육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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