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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복수심의 정치
트럼프, 복수심의 정치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6.03.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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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善名이 아니라 惡名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여성후보를 모욕하고, 장애인을 조롱하고, 소수 인종을 비하하고, 특정 종교를 경멸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과 비속어, 상소리까지 남발한다. 급기야 그의 주변에선 지지자들과 반대 시위대가 충돌하는가 하면 폭력사태도 끊이질 않는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미국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장한 것일까.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은 대개 백인중심의 보수적 유권자들이다. 즉 미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부자와 엘리트라는 주류 집단에다가 문화적 보수주의자들 그리고 이러한 정치 경제 문화적 기득권 하에서 중산층의 지위로까지 상승했던 일반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그런데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응은 이중적이다. 한편에선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른바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압승을 우려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마저 모색하려는 형국이다. 어떻게 이런 상반된 일이 벌어졌을까. 여기에는 분명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한 공화당 지지자 내부의 분열과 대립이 도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지구적 차원에서 자본, 상품, 인력의 이동을 가로 막았던 각종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기업들은 생산시설 이전과 국제적 하청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윤 증대를 꾀하게 됐다.

그리고 글로벌화 된 자본이 투기화 되면서 천문학적 시세차익을 올리는가 하면, 기업 간 합병, 지속적 구조조정, 혹은 생산과 고용 유연화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기업 상층부에는 막대한 연봉이 뿌려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생산시설 해외 이전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내국인 노동자들이 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되는가 하면, 임금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임금 노동과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됐다.

그 결과 일반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여기에 더해 감세정책과 긴축재정으로 사회보장마저 축소되면서 중산층의 지위를 상실했다.

이런 이중적 흐름 속에서 트럼프는 후자를 선택한다. 그는 놀랍게도 저소득층 소득세 면제, 건강보험료 세액공제, 대규모 토목공사에다가 부자증세까지 주장하면서 저학력 중하위 소득층의 지지를 얻어낸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지금까지 부자감세, 예산삭감, 규제완화, 자유무역을 주장하며,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낸 기득권층이기 쉽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사회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개혁가일까. 그렇지 않다. 트럼프가 하려는 것은 복수다. 그는 자신들이 피해자인척 말하고, 자신들이 선(善)인척 말하면서, 각종 독설로 복수심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이내 악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다.

멕시코 국경엔 장벽을 세우고, 불법체류자 전원 추방, 그리고 모든 무슬림 입국 금지. 여기에 더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강력한 보호무역에다가 동맹국에는 안보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신자유주의는 분명 전대미문의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있다. 분명 이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사회정의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화해를 전제한 것이지, 결코 타인에 대한 복수심은 아닐 것이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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