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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풍경 : 한국대학의 현실과 미래에 관한 풍요로운 성찰
학술대회풍경 : 한국대학의 현실과 미래에 관한 풍요로운 성찰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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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7 10:37:14



오는 27일 한림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박준식 교수, 사회학)가 주관하는 한림대 개교 20주년 기념 학술발표회는 기조연설, 제 1부 1주제 한국에 대학은 있는가, 2주제 대학의 경쟁 구조와 대학 발전, 제2부 1주제 한국의 대학 교수, 2주제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대학 발전 전략,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기조연설은 교육부총리를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사진 왼쪽)가 맡는다. 문 교수는 ‘한국 대학의 현실과 미래’에서 흥미로운 진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문 교수는 대학 발전의 주도 이념을 ‘훔볼트주의’에서 찾으면서 이 ‘理想’이 하바드대, 스탠포드대, 프린스턴대, 시카고대 등 미국 대학 발전과 개혁의 주도이념이자 미국대학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동해 왔다고 지적한다. 반면, 한국 대학의 경우 별다른 주도이념 없이 설립 운영돼 오다가 1980년대 이후 대학 개혁론이 대두되면서 주도이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문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할 때라고 주장하면서, 오늘날 우리 대학이 처한 현실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대학재정과 연구비의 영세성(한국의 1백93개 대학의 연간 총연구비는 스탠포드대 일년 예산의 1/2 수준), 교수 정년 구성 문제와 과다한 시간강사 비중,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 국가고시 열풍과 취업 준비 기관화가 한국 대학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의 대학만족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학 만족도도 낮은 현실에서 지나치게 대학을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경직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는다. 국가발전론에 치우친 교육이념의 수정 개선이 시급하며, 훔볼트주의 이상과 함께 ‘대학 경쟁력’의 중요성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한국 대학 발전을 위해 일본 게이오대의 개혁 사례를 비롯, 싱가포르, 미국, 사례, 핀란드 등의 예를 제시하면서 △국가의 대학 지원 책임과 연구 기능 회복 △대학 구성원 간의 협동과 상생의 문화 형성을 강조한다.
기조 연설의 맥락은 ‘한국에 대학은 있는가: 위기의 대학과 개혁의 위기’를 발제한 전상인 한림대 교수(사회학·사진 가운데)에게로 이어진다. 전 교수는 오늘날 대학이 경험하는 위기의 특징은 바로 권력과 자본, 혹은 국가와 시장이 함께 그리고 동시에 대학을 압박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대학의 변화와 위기는 국가와 시장을 주요 변수로 하는 외부적 측면과 더불어 대학 스스로의 내부적 요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면서 전 교수는 “대학이 스스로의 정신과 이념을 지키지 못하는 한, 그것은 곧 대학의 위기를 의미한다”라고 주장한다.
전 교수가 파악하는 한국 대학의 구조적 특성과 문제점은 확고한 대학 이념이나 교육철학을 결여한 상태에서 정치적 상업적 목적으로 대학이 설립된 데서 파생한다. 그가 꼽고 있는 문제점은 대학의 양적 성장과 질적 낙후, 대학 모형의 획일화, 내발적 개혁 역량의 부재다.
특히 “교육개혁의 대상이 돼야 할 교육정책 당국이 오히려 개혁의 주체로 등장하는 아이러니”는 대학 스스로가 상아탑 정신 혹은 대학이념을 정립하는 데 실패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나아가 대학교수 사회의 보수화 혹은 기득권 세력화가 대학 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전 교수의 지적은 논쟁을 낳기에 충분하다.
전 교수는 스스로 제기한 ‘한국에 대학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학 비슷한 곳에서 교수 비슷한 사람들이 학생 비슷한 이들을 가르치며 연구 비슷한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이 시니컬한 대답은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 필요한 것은 ‘대학 바꾸기’가 아니라 ‘대학 만들기’라는 그의 주장과 함께 깊은 울림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회에는 이외에도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가 ‘대학의 경쟁 구조와 대학 발전’을, 성경륭 한림대 교수(사회학·사진 오른쪽)가 ‘신자유주의 대학개혁: 비판과 대안’을, 이기원 한림대 교수(통계학)가 ‘정보네트워크 기반의 국제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익현 기자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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