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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호 새로나온 책
82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3.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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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대) 중요한 것은 철학의 정체성 위기 배후에 제도적 맥락이 존재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위기는 단지 정신적이거나 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였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오직 대학 안에서만, 학부의 교수 요원으로서만 생존할 수 있었다. 극히 소수만이 책 인세와 강의료로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봉급을 위해 그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했는데, 왜냐하면 독일에서 대학들은 공공기관들이었기 때문이다.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하부는 자기 분과가 정당하다는 것, 즉 스스로가 그 자신의 ‘과학적’ 방법을 지니며, 자기가 학문적 분업에서 필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프레데릭 바이저 시큐러스대 교수, 『헤겔 이후: 독일철학 1840~1900』(이신철 옮김, 도서출판 b, 2016.3) 중에서

 

 

■ 사이보그 시티즌: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 크리스 그레이 지음, 석기용 옮김, 이인식 해제, 김영사, 422쪽, 16,800원
끝없이 진화하는 기술과학 혁명은 인간의 정의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고더드대 과학기술문화학과 교수이자 사이버문화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범위의 사이보그를 넘어, 예방접종을 한 사람부터 인공장기나 보철을 한 사람들까지 모두 사이보그라고 정의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기술로 인해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현실 속에서 사이보그와 인간의 정의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와 사회, 문화, 성적 함의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담론을 통해 논의한다. 저자는 ‘나’라는 개인의 문제부터 성과 가족의 탄생,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터까지, 사이보그화가 우리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또 어떤 분야에서 사이보그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토대로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선명한 혜안도 보여준다.  

 

■ 삼국사기 불신론 비판, 최재석 지음, 만권당, 324쪽, 20,000원
저자는 30여 년 전인 1985년, 고대 한일관계사의 진실을 따지기 위해,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의 내용이 서로 다르면 『일본서기』 내용을 따르고 『삼국사기』 내용을 믿지 않는, 이른바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이 만연하고 있는 사태를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과연 조작되었는가」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저자는 『삼국사기』가 푸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지만, 그의 비판은 묵살됐고 저자는 학계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출간된 『삼국사기 불신론 비판』은 평생을 학자의 양심에 비춰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자 애써온 구순의 노학자의 ‘지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 한일관계사를 왜곡한 대표적인 일본인 식민사학자 8명(쓰다 소키치, 마에마 교사쿠, 오타 아키라, 이마니시 류, 스에마쓰 야스카즈, 이케우치 히로시, 미시나 쇼에이, 이노우에 히데오)의 주장을 분석해, 그들의 주장이 견강부회에 불과하다는 것을 낱낱이 밝혀낸다.    

 

■ 언어·헤게모니·권력: 언어사상사적 접근, 가스야 게스케 지음, 고영진·형진의 옮김, 소명출판, 393쪽, 28,000원
이 책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나 ‘자명한 사실’로 간주되고 논의돼오던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의 개념에 대해, 그 자명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그것들을 자명한 사실로 인식하게 됐는지를 조명한다. 즉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기존의 논의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사람들은 언어를 어떻게 보아 왔는가’,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서, 사람들은 언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식으로 가치를 부여해’ 왔는가를 규명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학이라는 과학도 실은 ‘언어를 보는 방식’의 하나일 뿐, 결코 특권적인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간주한다. 우리가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 온 ‘한국어’, ‘일본어’라는 개념이 자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명하다고 인식되는 구조에 대해 언제부터, 왜 그렇게 인식하게 됐는가를 집요하리만큼 파헤친다.

 

■ 인권의 지평: 새로운 인권 이론을 위한 밑그림, 조효제 지음, 후마니타스, 479쪽, 20,000원
이 책은 20세기에 형성된 특정한 인권론의 한계를 넘어 인권 이론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인권의 일반 사회 이론’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첫걸음이다. 저자는 인권의 도구적 역할만이 주로 부각되고, 내재적·표출적 역할이 갖는 중요성과 의미가 쇠퇴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별 권리의 침해를 법제도를 통해 가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도구적인 인권의 입장에서는 단기적 결과의 도출이 중요하며,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종결하는 것을 지향한다. 도구적 인권은 확정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제도와 정책의 형태로 표현하기가 쉽다. 반면에 내재적·표출적 인권은 보편적 인간 존엄성을 민주정치의 궁극적 목표로 승인하는 데 목표를 둔다. 이때 단기적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부차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이 책은 20세기 현대 인권이 인권의 도구적 역할에만 치우쳤던 점을 비판하며 인권의 내재적·표출적 역할의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키고자 한다.  

 

■ 진정한 혁명의 시작: 신분제 국가에서 국민국가로-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주명철 지음, 여문책, 324쪽, 18,000원
작년 말에 ‘리베르테 시리즈’ 중 첫 1, 2권으로 『대서사의 서막』과 『1789』를 선보여 주목받은 바 있는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제3권이다. 앞서 1, 2권에 이어 3권에서는 튈르리 궁에서 살던 왕과 국회가 화합과 불화를 일으키면서 새 체제를 만들어가는 1789년 10월부터 1790년 7월 14일 전국연맹제까지 일어난 일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간에 일어난 일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으로는 혁명기에 처음으로 국사범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사법개혁과 재판소 설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 파리와 지방정부를 조직해 그동안 중앙집권화했던 권력을 지방에 분산시키는 법을 만든 일, 재정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성직자 시민헌법’을 제정해 종교인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게 한 일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부분들을 중심으로 혁명 진행과정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한다.

 

■ 파격의 고전: 심청은 보았으나 길동은 끝내 보지 못한 것, 이진경 지음, 글항아리, 519쪽, 22,000원
사회학자인 저자가 이 책에서 하려는 것은 ‘숨은 고전소설 찾기’가 아니다. 저자는 “기존 해석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독서를 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고전소설 속 인물들이 갑갑한 해석 틀에서 뛰쳐나오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옹녀와 변강쇠를 놓고 저자는 변강쇠가 표면적으로는 성욕, 특히 옹녀로 상징되는 여성의 성욕에 대해 처음부터 ‘청상살’이라는 저주를 들씌워놓고 시작해 가족이니 남편이니 구분 없이 넘나드는 성욕을 남성적이며 가부장적인 양식에 따라 익살스레 조롱하는 텍스트일 뿐만 아니라, 변강쇠라는 부랑하는 ‘잡놈’을 비난하는 텍스트로 읽어간다. 이러한 해석은 「변강쇠가」에 대한 통상적인 해석과 상반된다. 기존 해석 방식에서 ‘어떻게 다른 독해를 이끌어냈는가,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이 책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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