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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자부심 때로는 부끄러움 “생생한 과거를 만난다”
감동과 자부심 때로는 부끄러움 “생생한 과거를 만난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3.0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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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으로 출간

<교수신문> 2012년 신년 특별 기획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은 2년여에 걸쳐 연재됐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을 만든 주요한 장소는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역사학·정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역사 공간의 기억’을 실마리로 한국 근현대사를 제구성한 기획이다. 이 연재물이 1년의 작업 끝에 단행본 『역사의 현장 40: ‘근대의 심장’ 경복궁에서 ‘분단의 상징’ 판문점까지』(휴머니스트, 400쪽, 22,000원)로 출판됐다.

기억을 더듬자면, 이 기획은 공동의 지적 산물이다. 오늘날 한국을 만든 역사적 공간·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근현대 한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를 비롯해 역사사회학 등 관련 분야 연구자와 <교수신문> 주요 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전국의 의미 있는 역사적 공간·장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역에 소재한 대학 교수들과 지역사 전공 학자의 참여를 독려했다.

구성면에서는 근현대 한국사를 ‘일제강점기’, ‘해방 후부터 1960년대까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세 시기로 편의적 구분했다. 각 시기별로 정치·경제·사회·역사·문화적으로 특정한 기억과 의미를 내포한 공간·장소를 추천받았다. 연구자들의 추천을 통해 정리한 150여 곳의 공간·장소 가운데 추천 이유가 동일하고, 거리상으로 인접한 공간·장소, 그리고 시기별 또는 시기 구분을 초월해 중복 추천된 40여 곳을 추려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을 선정했고,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은 그 결과를 토대 삼아 만든 책이다. 편집 과정에서 ‘개항부터 한국병합까지의 시기를 추가해 총 4부로 구성했다.

그러나 이 책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불완전하다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이 기획이 휴전선 남쪽의 공간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또 하나는 특정 장소에 대한 해석은 절대적이지 않고 다양하며 그 접근 또한 열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후자의 관점에서 이 책은 오늘을 만든 근현대의 시간을 조명한 ‘複數의 視線’ 가운데 하나로 읽힐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 장소를 소개하는 책이거나 답사를 위한 안내서가 아니다.
앞서도 이 책이 공동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지만, 특히 집필에는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말을 다시 빌려보자.

“(이 책에서 다루는) 공간·장소는 모두 한국 근현대사의 트라우마를 상징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식민지 시기를 거친 포스트 식민도시 서울과 부산에 집중된 장소들은 식민도시 시절의 기억과 모습이 과거의 극복이란 명분으로 급속도로 파괴됐기 때문에 공간이 가진 의미의 중층성을 잘 포착하고 풀어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대부분의 중요한 장소들은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 결과 첨예한 관점이 교차하며, 현재 진행중인 역사적 트라우마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면 공간을 단순한 서술과 묘사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 장소의 장소의 표상에서 재현된 이념, 가치, 구조, 헤게모니, 역사화의 시공간성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 공간에 대한 기존의 지배적 기억과 공간정체성을 무조건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공간인식의 계기로 반전시켜내는 것, 그것이 이 기획의 목표다.”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에서 찾은 공간·장소를 통해 독자들은 역동적이고 생생한 과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때로는 감동과 자부심이 넘치는, 때로는 욕되고 부끄러운 역사가 담긴 역사의 현장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후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 것인지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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