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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교육인적자원부가 할일
[대학정론] 교육인적자원부가 할일
  • 논설위원
  • 승인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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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5 00:00:00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곧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개발부로 승격되고 교육부장관은 부총리로 격상된다고 한다. 교육의 중요성에 비추어 교육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교육계와 학계에서도 이를 반기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실제로 교수들은 교육부의 승격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떨떠름한 표정들이다. 교육부의 승격을 환영하는 것은 교육부 관료들과 교육학과 교수들뿐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왜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일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이 지적했듯이,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관료 조직을 확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부의 권한이 강화되면 교육이 정상화되고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 자체가 별로 설득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교수 사회에서는 교육부의 권한이 강화됨으로써 교육의 독립성이 강화되기보다는 교육부의 교육현장에 대한 규제와 간섭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겠다면서도 입시제도, 학부제, 연봉제 등 대학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권장사항이니 지침이니 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강요해왔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결정이므로 교육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것이 교육부의 일관된 정책이었음을 교수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오죽 했으면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제대로 될 것이라는 비
판까지 나왔겠는가.

이번 승격의 논거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인력 양성과 활용, 관리를 체계적·효율적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명칭도 교육이 인적자원의 수급 기능을 맡는 국가경제의 한 분야라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교육보다는 인적자원이 중심이 되는 부처는 곤란하다. 벌써부터 교수 사회의 일각에서는 앞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인적자원 관리를 위해 대학교육을 제멋대로 구조조정하는 부처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교육을 산업인력 수급의 차원에서만 다룰 경우 교육 자체의 본질이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 가령 교육부가 초·중등학교 교사를 ‘인적자원’이 아닌 ‘선생님’으로 대접했다면, 무리한 정년 단축과 조기 명예퇴직 유도로 초·중등학교의 교원 수급에 파탄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냉소적 비판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교육이란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제도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자기 실현이나 민주시민의 양성이라는 보다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다. 현실적으로 취업이 중요하고 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실용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경제논리로만 대학교육을 재단할 경우,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붕괴는 물론이고 대학교육 자체가 직업교육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교수 사회를 교육인적자원부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교육철학이 담긴 정책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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