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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호 새로나온 책
82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3.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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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초의 과학혁명이 당대의 세계관에 도전해 새로운 인식론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이다. 그래서 모든 철학사 연구에서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와 뉴턴이 다뤄지고 있다. 우리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인문학의 발흥과 사회과학 내에서의 혁명도 유사한 문제들을 제기한다고 믿는다. 다윈과 프로이트, 뒤르켐과 베버라는 이름들과 연관된 분과학문들은 중요한 철학적 도전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및 정신분석학에 대해 꽤 많이 다룬다.”
-군나르 시르베크 노르웨이 베르겐대 명예교수, 『서양철학사 1·2』(군나르 시르베크·닐스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이학사, 2016.2) 중에서

 

■ 관료제 유토피아: 정부, 기업, 일상에 만연한 제도와 규제에 관하여,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김영배 옮김, 메디치미디어, 260쪽, 19,000원
영국 정경대 교수인 저자는 현대 사회의 ‘전면적 관료화’ 현상에 주목한다. 정부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금융, 학교에도 관료주의가 널리 퍼져있다. 절대왕정 시대와 비교하면 세상은 훨씬 더 관료제화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옳고 그름을 떠나,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다.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와 관료제 사이의 끈끈한 밀월관계와 이로 인해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1장에서 폭력이야말로 관료주의를 움직이고 유지하는 막강한 힘임을 강조한다. 즉 추상화된 관념들로 포장된 폭력이 아닌 일종의 공권력으로 불릴 수 있는 구조적인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다. 저자는 폭력이 어떻게 사회 곳곳에서 우리의 행동 전반을 암묵적으로 통제하는지에 관한 메커니즘을 파헤친 뒤 관료주의에 대한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는 현실까지 짚어낸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전4권)-개정2판,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반성완·백낙청·염무웅 옮김, 창비, 1,692쪽, 72,000원
헝가리 태생으로 20세기를 빛낸 지성, 아르놀트 하우저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 대중영화의 시대까지, 인간과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풀어낸다. 예술이 시대와 사회가 빚어낸 산물이라는 ‘예술사회학’의 관점을 선구적으로 펼친 책이다. 1951년 영문판 출간이후 지금까지 2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2016년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만 50년이 되는 해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를 통해 책의 마지막 장인 「영화의 시대」가 번역됐고, 이후 1974년 ‘창비신서’ 1번으로 책이 출간되며 한국 지성계에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개정판은 1999년 개정판에 이은 두 번째 개정판이다. 총 500점에 달하는 컬러도판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텍스트를 더 쉽고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낸시 프레이저의 비판적 정의론과 논쟁들, 주디스 버틀러·리처드 로티 외 지음, 케빈 올슨 엮음, 이현재 외 옮김, 그린비, 556쪽, 29,000원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와 탁월한 사상가들의 의견 교환을 묶은 책이다. 프레이저는 논쟁과 대화를 매우 즐기는 이론가로, 지난 20여 년간 경제와 문화, 정치의 고유한 부정의를 해명하고. 세 차원의 부정의를 모두 해소할 수 있는 개선책을 모색해 왔다. 프레이저 정의론의 확장 과정을 기록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쟁점들에 관한 논쟁을 담았다. 프레이저의 정의론은 부당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회운동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주려는 실천적인 의도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지닌다. 사회 변혁을 위한 의지와 학문적 타당성을 모두 보유한 프레이저의 정의론과 이를 둘러싼 논쟁들은 지금 이곳에서도 유효한 의미망을 제공할 것이다.

 

■ 세계제국사: 고대 로마에서 G2 시대까지 제국은 어떻게 세계를 상상해왔는가, 제인 버뱅크· 프레더릭 쿠퍼 지음,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726쪽, 34,000원
이 책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이 제국들 자체와 제국들의 상호작용이라는 맥락에서 정치적 가능성을 판단하고, 야망을 추구하고, 사회를 구상해왔다는 관점으로 세계사를 바라본다. 저자들은 제국들의 발흥과 쇠퇴보다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에 따르면 제국이란 “정복하고 통합한 사람들의 다양성을 자각적으로 유지하는 정치체”, “팽창주의적이거나 한때 공간을 가로질러 팽창했던 기억을 간직한 커다란 정치 단위, 새로운 사람들을 통합하면서 구별과 위계를 유지하는 정치체”다. 즉 제국은 다양성을 체제의 정상적인 현실로서 전제하며, 국가 안팎의 그런 다양성을 통합하고 분화하고 안정화하여 수직적 위계구조와 연계를 구축한다. 요컨대 제국들은 차이를 내부의 동질성을 침해하는 유해한 요소로서 제거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정치의 도구로 활용한다. 이러한 까닭에 이 책은 제국들이 차이의 정치를 이용한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 악의 남용: 9·11 이후의 정치와 종교의 부패,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류지한·조현아 옮김, 울력, 198쪽, 13,000원
고전적 실용주의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되살리는 데 관심을 가진 번스타인은 경직화된 이분법에 따라 세상을 선과 악으로 양분하는 9·11 이후의 선과 악의 담론을 ‘악의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9·11 이후 악에 대한 호소는 복잡한 이슈들을 모호하게 만들고, 진정한 사유를 차단하며, 공적인 토론과 논쟁을 막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이 절대주의적 멘탈리티는 확실성에 대한 깊은 갈망에서 비롯되며,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들로부터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이 그것을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게 한다. 번스타인은 절대주의적 멘탈리티가 정치와 종교 영역에 침투하게 되면, 정치와 종교의 부패는 불가피하고, 절대주의적 멘탈리티의 상호 충돌로 인한 테러와 보복전쟁으로 대표되는 폭력과 비참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 영어강좌의 탄생: 미디어와 교양이 만난 근대일본,  야마구치 마코토 지음, 김경원 외 옮김,  소명출판, 291쪽, 16,000원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영어’는 English가 아니다. 그것은 근대화를 이루기에 급급한 일본을 위해 20세기 초엽 일본인이 발명한 Made in Japan의 교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아무리 공부해도, 또는 ‘영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English를 말할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수험공부에 뛰어난 엘리트가 일반적으로 English 회화능력이 부족한 것, 도시의 역 앞에 영어회화 학원이 즐비하고, ‘영어’가 아닌 English 회화능력을 특화시킨 거대한 교육시장이 형성돼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 고유한 교양으로서의 ‘영어’를 누가, 언제, 어떤 문맥 속에서 발명하고, 어떤 특성을 갖도록 프로그램화했을까? 이 문제를 역사사회학의 방법으로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바꿔 말하면 일본의 ‘영어’가 잃어버린 길을 재발견하고, ‘영어’에 의탁한 일본인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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