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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로 명예훼손” … 원로학자들은 우려 표명
“허위사실로 명예훼손” … 원로학자들은 우려 표명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3.0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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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지방법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에게 ‘유죄 판결’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가 법정으로 간 데 이어, 역사학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의 책 『우리 안의 식민 사관』도 다시 법정에 호출됐다.
지난 5일 서울 서부지방법원(형사3단독 나상훈 판사)은 이 소장이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의 특정 대목을 거론하면서 그를 식민사학자라고 비판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이 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허위사실을 전제로 김 명예교수를 식민사학자로 규정했다는 게 법원 판결이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이날 바로 항소했고 1주 뒤 검찰도 “양형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항소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은 출판되자마자 논란이 불거졌다. 출간 직후인 2014년 10월, 김 명예교수가 이덕일 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한 것이다. 그러나 담당검사인 서울서부지검 이지윤(형사제1부 부부장) 검사는 2015년 5월 15일 ‘혐의 없음’이라며 불기소 결정서를 발부했다. 사건은 종료되는 듯했지만, 김 명예교수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고 검찰이 이 소장을 서울지방법원에 기소하면서 상황은 반전되고 말았다.


이 소장의 ‘유죄 판결’이 알려지자 이에 항의하는 원로학자들이 즉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허성관 전 광주과기원 총장, 박정신 전 오클라호마대 종신교수 등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뉴국제호텔에서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 판결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과 법원은 김현구씨 저서의 표면적 기술만 받아들여 그 이면을 비평한 이덕일 소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면서 “역사학자가 역사가의 주요한 임무인 평가를 했다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성명서는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학계 원로 모임’ 명의로 발표됐으며 김명호(성공회대 교수), 김태동(성균관대 명예교수), 라종일(가천대 석좌교수) 이장희(외국어대 명예교수), 이정우(경북대 명예교수) 등 46명의 원로학자들이 서명했다.
한 중진 법학자는 “국가법의 기능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 “학문 공론장 안에서 토론과 논쟁, 비판과 재반박이 가능함에도 이를 ‘법정’으로 가져감으로써 반 학문적 선례를 남겼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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