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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생활’에 잊혀진 ‘삶’을 돌아보다
고전, ‘생활’에 잊혀진 ‘삶’을 돌아보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2.2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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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2 고전읽기’ 강연 결산했더니…

 

네이버문화재단(이사장 오승환)이 후원하는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이 지난 13일 50강을 끝으로 1년여에 걸친 ‘오늘의 시대와 고전’ 강연을 마무리했다.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오늘의 시대와 고전’ 강연은 2015년 1월부터 고전의 힘을 빌려 지금 여기 우리 사회를 성찰해보자는 취지로 7개 섹션, 총 50회 강연을 진행했다. 동서양의 옛 철학 고전에서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깊은 성찰로 매 강연마다 함께 고민할 만한 화두를 던져왔다. 50회 강연을 마치며 그간 강연을 함께 만들어온 이들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현재성’에 초점 맞추려 애써
먼저 이번 강연을 기획하고 운영한 자문위원들의 소감.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전 선정과 강연 청탁에 있어 “현재성에 초점을 뒀고 그만큼 오늘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 결국 “한 사회에 고전적 지혜들이 쌓인 것을 문화”라고 한다면 고전 강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축적에 기여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동양철학자인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인문학의 거대한 강을 50개 징검다리로 성큼성큼 건넌 기분”이라며 특히 “나쓰메 소세키, 루쉰 등 비서구권 고전들을 살펴보며 우리와 또 다르게 걸어온 근대화의 역정을 비교하는 일이 무척 흥미로웠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자문위원으로 유일하게 50회 강연에 개근한 문광훈 충북대 교수는 “다양한 분과적 활동이 ‘고전 읽기’라는 이름 아래 미흡하나마 한 차례 체계화돼 앞으로 학문 간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되돌아봤다.
그렇다면 고전 강연을 접한 일반인들의 느낌은 무엇일까. 강연 현장에서 설문에 답한 이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발견한 핵심은 ‘질문’을 품게 됐다는 데 있었다. 한마디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됐다”라는 뜻으로, 고전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제대로 포착한 답변이 눈에 띄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방에서 아버지와 헌책방을 운영 중이라는 20대 참석자는 먼지 덮인 낡은 책일 뿐이던 고전에 대한 생각이 이번 강연을 통해 180도 바뀌었다면서 “이젠 책방에 헌책이 들어오면 달리 보인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잊고 지낸 고전을 다시 보게 됐다는 이용자 댓글들이 다수 달려 시선을 모았다. 특히 “직장 생활의 타성에 젖어가고 있는 요즘, 대학 시절 제 마음을 움직였던 고전들을 보고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등 3040 직장인들의 반응이 여럿 확인돼 ‘생활’에 치여 제쳐뒀던 ‘삶’에 대한 고민들을 고전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강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데이터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였을까. 그 결과는 48강까지 서비스된 현재 1천326만 페이지뷰(PV)와 강연 영상 100만 회 재생으로 나타났다. 영상 재생 횟수로만 보면, 2014년(38만 회)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지표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보여줬다. 40대 층의 높은 이용 비율이었다. 로그인을 한 이용자 기준으로 40대 남성(16.6%)과 40대 여성(14.3%)이 상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앞서 댓글들 내용과 마찬가지로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들이 숨을 고르며 삶의 방향을 재모색하려는 요구들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40대 이용률 높아 ‘눈길’
그렇다면 대중들은 어떤 강연을 많이 찾았을까. 동영상 재생수 기준으로 인기가 높은 강연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정약용 『목민심서』, 동양의 고전, 노장 사상, 공자의 『논어』, 마키아벨리 『군주론』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즌2를 마친 문화의 안과 밖은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문화의 안과 밖’ 강연이 한국 지식사회와 대중사회의 접점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아카데미의 축적된 지식을 단순 나열식으로 대중에게 ‘퍼주는’ 형태로서는 발전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강연의 질적 수위도 문제지만 강연자가 과연 새로운 자신의 해석을 제시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기존의 자기 해석에 안주해 있거나, 통설의 범위를 넘어서진 못한 강연까지 시즌3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불어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강연자를 좀 더 너른 지식장에서 물색하는 작업도 이어져야 한다.

‘문화의 안과 밖’은 학자들이 직접 주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로, 7명의 자문위원이 강연 기획부터 강사 섭외, 강연 진행까지 행사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강연 영상과 강연 전문은 열린연단 홈페이지(http://openlectures.naver.com) 및 모바일에서 볼 수 있다. 자문위원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영문학), 이승환 고려대 교수(동양철학),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문광훈 충북대 교수(독문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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