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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부총리의 선심성 약속과 ‘각본 미팅’
이준식 부총리의 선심성 약속과 ‘각본 미팅’
  • 최성욱‧이재 기자
  • 승인 2016.01.29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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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총리-대교협·전문대교협 씁쓸한 뒷맛 남긴 만남
▲ 지난 28일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이준식 부총리(사진 첫줄 가운데)가 대학총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성욱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전국 4년제·전문대학 총장들과 연이어 만났지만 씁쓸한 뒷맛만 남겼다. 4년제 대학 총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선심성 약속을, 전문대 총장들에겐 얼굴만 비추는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간단히 축사를 한 후 전문대 총장들과 악수를 나누곤 곧바로 퇴장했다. 이튿날인 2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는 1시간 가량 대학총장들의 질의에 응했지만 이마저도 사전에 받아놓은 질문지로 진행한, 이른 바 ‘각본 미팅’ 수준이었다. 

그나마 질의·응답이 오간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이 부총리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비롯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평가방식을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대학 설립취지와 특성을 살리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부가 그간 학부교육 평가의 핵심지표로 활용하던 ‘취업률’은 일정 기준을 둬 대학을 취업률 경쟁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학협력에 관해서도 이 부총리는 “모든 교수들에게 (일률적으로) 산학협력을 하라는 게 아니라, 산학협력을 못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할 수 있게’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공언들이 정책에 반영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3년 주기로 바뀌어 다음 평가는 내년 이후에나 이뤄진다.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하위그룹인 D·E등급 대학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만 진행되고, 평가방식을 개선한다고 해도 내년 혹은 내후년 대학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2주기에서 평가방식이 바뀌면 지난해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들로부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취업률 지표에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산학협력이 필요한 대학·교수에 집중하겠다는 말도 대학들에겐 그리 와닿지 않는 얘기다. 이 부총리가 대학총장들에게 공언하기 하루 전인 27일 교육부는 ‘2016년 고등교육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프라임·코어·에이스·포스트링크사업 등 이미 결정된 재정지원사업들은 ‘사회수요 맞춤형’이라는 기조를 따르고 있다. 

당장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프라임·코어사업만 해도 취업률 자체가 당락을 가르지 않을진 몰라도, 경쟁에 뛰어든 대학 입장에선 ‘취업’을 중심으로 한 정원 조정과 커리큘럼·교수업적평가 등을 경쟁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이 스스로 ‘적정선’을 지키기에는 함께 사업에 뛰어든 경쟁대학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높은 ‘실적’을 만드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 부총리가 대학총장들에게 공언한 약속들이 지켜지려면 올해 시행될 프라임·코어·에이스사업 등에서 취업률 외에도 개별 대학의 특성화를 살리는 쪽으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 

이 부총리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기본적으로 대학의 소중한 가치는 ‘다양성’이라고 본다. 그런데 정책이 획일적으로 가면서 대학을 줄 세우는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 목적사업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취임사부터 거듭 강조해온 대학 줄 세우기식 평가 개선, 대학 특성화 지원 등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의 획기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오는 3월 예정된 프라임사업은 이 부총리에게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전문대교협= 이재 기자 jeal@kyosu.net

 

*다음은 이준식 부총리와 4년제 대학총장들의 일문일답.

 

▲ 김영식 금오공대 총장(왼쪽)의 질의를 듣고 있는 이준식 부총리(오른쪽). ©최성욱

△대학을 한 줄로 ‘줄 세우기 평가’해서 하위대학을 강제 구조조정하는 이른바 ‘채찍형 구조조정’ 말고, 특성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책을 개선해달라. 예컨대 프라임사업의 경우 ‘미래사회 수요 예측’(고용노동부)의 측면을 대학이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사회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김도종 원광대 총장)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시스템을 봤더니, 지금까지는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해서 줄 세우기식이 됐다. 평가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학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평가지표가 있을 수 있고, 건학지표에 맞는 평가지표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대학현황만 평가하고 있는데 대학들은 각기 출발점이 다르지 않나. 하나의 잣대로 재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얼마나 충실한 발전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가방식을 개선하겠다.”

△여자대학이 전국 20여 곳에서 지금은 7곳만 남았다. 지난해 초, 여대총장들이 모여서 왜 이렇게 (여대가) 어려워졌는지 논의했다. 그런데 요인 중 하나가 정부의 여러 평가에서 여대에 대한 게 없었다는 점이다. 세부지침도 여대의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대만의 특성화된 부분을 배려해주면 우리도 심기일전하겠다.(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여학생들의 교육‧취업 여건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여자대학이라는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평가지표를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다. 결국엔 다시 대학평가 문제다. 대학평가에서 특정 부문은 절대적 지표로 평가할 필요가 있지만, (대다수 지표는) 대학이 ‘어느 수준까지’ 하면 된다. 이를 테면 ‘취업률’을 평가한다고 하면, 모든 대학이 (취업률에만) 매달린다. 취업률 몇 퍼센트만 도달하면 다 똑같게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평가지표라는 게 재정사업을 배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동일한 평가지표를 제공하면 대학이 지표를 만족시키는 활동밖에 안 한다. 이렇게 하다가 교육의 기본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왕왕 봤다. 다양한 가치를 가진 일들이 제공돼야 하는데 평가만 만족시키게 만들어 교육을 훼손하는 일은 비단 여자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평가지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부총리)이 이공계 출신이라 산학협력만 강조한다고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공과대학만 해도 산업수요에 맞는 교과과정 교육해야 하지만 평가는 논문 위주로 된다. 이런 균형이 완전히 깨어져 있다. 평가가 이렇게 되니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 돼 가는 것 같다. 산학협력은 평가의 목적이 잘못 전달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는) 모든 교수들에게 산학협력을 하라는 게 아니라, 산학협력을 못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할 수 있게’ 지원하려는 것이다. 대학의 설립목적에 맞게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를)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국립대는 고등교육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따라 만들어졌다. 교육부는 헌법적 가치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국립대에 재정지원과 운영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교육부가 올해 ‘국립대 활성화 방안’을 만든다고 하는데 추진 방향을 알려달라. 더불어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대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지방대 지원방안도 궁금하다.(김영식 금오공대 총장)

“국립대 발전방안 마련하는 것도 교육부에서 할 게 아니라 대학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몇 년 전에 WCU사업이 있었다. 당시 기재부에 가서 사업의 문제점을 얘기했더니 ‘WCU사업은 교수님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다’라고 했다.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공배수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하겠다. 

지방대 지원의 경우엔 지원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수도권보다 더 증액되는 측면도 있었다.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주변의 국립대가 상생하는 모델을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 시도별로 ‘거점국립대 연합체제’를 구축하면 원하는 대학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원하지 않는 대학을 억지로 참여시키진 않을 것이다.”

▲ 김도종 원광대 총장이 이준식 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최성욱 

△사립대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통합해 주는 게 어떻겠는가. 현재 이원화된 회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법으로, 사립대 현실에 맞지 않다. 현행법에 의하면 교직원 퇴직금과 보험료를 법인이 일부 보전해주게 돼 있다. 전국 사립대 중 이걸 해줄 수 있는 법인이 몇 개나 있는가? 그런데 교비로 교직원 보험금을 낸다는 게 이슈가 된다. 이게 과연 사학법인이 사악해서 안 내는 건가.(김도종 원광대 총장) 

“문제가 있으니 규제를 한 거다. 실제로는 교비가 쓰이는 부분을 섞어서 칸막이가 없도록 쓰게 해달라 하는 건데, 일부 대학의 경우 (교비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학도 있다고 들었다. 규제를 풀되 어떤 부분은 제한을 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현재로선 맞다고 본다. (규제를 풀어서) 문제가 생기면 교육부가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정부가 등록금 통제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도 유명무실하다. 더불어 ‘대학평의원회’도 폐지해달라. 프라임사업 참여조건에 ‘구성원 간 합의’가 있는데 이걸 학내‧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여러 대학의 총장들이 등심위와 대학평의원회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것들이 없어도 얼마든지 대학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김도종 원광대 총장) 

“등록금 인상이나 동결 등은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복지와 관련된 것은 사업을 추진할 때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사립대의 특성을 살려서 등록금을 자율 책정할 수 있게 해야 하겠지만, 사회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어렵더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일관성 있게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대학평의원회가 대학에 규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자문기구화 하거나 폐지해서 사학의 자율성 보장해달라고 하셨는데, 이건 사립학교법에 나와 있는 것이다. 법을 바꿔야 하는 것이니 여기서 ‘하겠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모든 대학이 대학평의원회 폐지를 원하는 건가? 어떤가? 총장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법개정을 고려해보겠다.”

▲ 28일 대교협 정기총회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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