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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교육부, 평생교육 두고 ‘소리 없는’ 설전
전문대-교육부, 평생교육 두고 ‘소리 없는’ 설전
  • 이재 기자
  • 승인 2016.01.27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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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회장 “평단사업·폴리텍대 확대, 소외감 느낀다”
이준식 부총리 “일반대와 경쟁하지 말고 제역할 해야”
▲ 27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승우 전문대교협회장(왼쪽)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전문대학 정책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승우 회장이 개회사를 통해 "소외감을 느낀다"고 지적하자 이준식 부총리는 "4년제 대학과 경쟁구도로 가지 말고 제역할하라"고 반박했다. 사진제공= 대학저널.

직업고등교육을 두고 전문대학과 교육부가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27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승우 전문대교협회장이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평단)과 고용노동부의 폴리텍대학 확대를 언급하며 ‘소외감’을 토로하자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4년제 일반대와 경쟁구도를 형성하지 말고 전문대의 ‘제역할’을 주문하며 반박한 것이다.

선공은 이승우 회장이 했다. 이승우 회장은 개회사에서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폴리텍대학를 지속적으로 증설해 국가적 낭비를 초래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교육부가 일반대에 행·재정적 지원을 편중했고,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일반대에 설치해 고등직업교육 기능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방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큰 소외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회장의 발언은 평단사업과 폴리텍대학의 성장으로 전문대 수요가 줄고 있는 현상의 책임을 교육부에 직접적으로 따져 묻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폴리텍대학의 확대를 제어하고 평단사업도 전문대와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라는 요구사항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승우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이준식 부총리는 전문대의 ‘제역할’을 주문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승우 회장에 뒤이어 축사를 한 이준식 부총리는 “전문대는 현재 유니텍 사업과 취업약정형 주문식 학과, 현장학기제 확대 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같은 사업이 확고한 뿌리를 내리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4년제 일반대와 경쟁구도로 가지 말고 전문대로서의 특성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단사업에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제역할을 하라고 반박한 셈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축사를 마치고 총회장을 빠져나가며 참석한 전문대학 총장 10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 같은 행동이 정책변화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평단사업은 교육부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4년제 일반대 가운데 8개 대학을 선정해 최대 35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30세 이상 성인학습자가 용이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단과대학 시스템을 4년제 일반대에 구축하는 게 목표다. 4년제 일반대는 정원 내 전형으로 60명, 정원 외 전형으로 140명 등 최대 200명 규모의 단과대학을 신설해 기존 평생교육원 형태로 수용했던 성인학습자를 정규교과과정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30세 이상 성인학습자에게 용이한 재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계약학과 제도와 겹칠 뿐만 아니라 직업교육을 근간으로 제시해 전문대학의 설치목적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전문대와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의 기능을 분담하고 있는 사이버대 역시 이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해 총회에 참석한 한 전문대 총장은 “평생교육기관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전문대 측은 교육부의 정책방향을 지적하면서도 자유학기제 확대와 국가직무표준(NCS)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원을 호소하는 상이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배경엔 4년제 일반대가 취업에 특화된 학과를 늘리며 평생·직업교육 분야를 파고들고, 사이버대와 폴리텍대학이 학생수요를 잠식하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전문대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정책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다. 특히 전문대의 역점사업인 수업연한 자율화 법안 통과 등에 교육부의 협력이 절실한 필요해 이런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승우 회장의 개회사에는 이런 위기의식과 현실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개회사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승우 회장은 “앞서 부총리와 폴리텍대학 등에 대한 논의를 한 바는 없다. 그러나 전문대의 기본입장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어떻게 판단할지는 부총리의 몫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문대교협은 전문대 총장 104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문대학 기초학습진단 온라인서비스 추진 △대학경영세미나 활성화 △전문대학 포털 운영 활성화 △전문대학 한식 경연대회 개최 등 2016년도 사업계획을 의결했다. 또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초청해 전문대와 장학재단간 협력방안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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