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25 (금)
책산책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 지음/이정환 옮김, 청어람미디어 刊)의 본문
책산책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 지음/이정환 옮김, 청어람미디어 刊)의 본문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1.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12-07 10:08:34
문부성이 세계 꼴찌로 만든 일본 대학…값진 타산지석의 교양론
대학 교양교육의 위기를 진단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는 일본 고등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일본의 최고 명문인 도쿄대 문제를 통해 파격적으로 보여준다. 여기 저자의 주요논점을 뽑아 제시한다.

현 입시보다는 차라리 제비뽑기가 낫다
1년 전에 혼고의 기계공학과 교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최근에 고마바(교양학부)에서 진학해오는 학생들 중에 뉴턴 역학을 모르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서 정말 난처합니다. 기계공학은 뉴턴 역학 그 자체에 해당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뉴턴 역학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충학습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뉴턴 역학을 모르면서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영어를 모르면서 영문과에 진학하는 것과 같다(64쪽).
암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라는 것입니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자료를 지참할 수 있도록 입학시험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즉, 영어사전도 지참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면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수학 공식을 외우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15쪽).
나아가 도쿄대를 개혁하는 방책으로서, 나는 입시에 제비뽑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안하고 싶네. 농담이 아냐. 이것은 실제로 도쿄대의 ‘입시를 생각하는 교원 간담회’에서도 제안된 적이 있지. 제비뽑기를 해서 일정한 수를 입학시키는 거야. 물론 전기 입시 방식으로 종래의 수재들도 일정 수 입학시키고, 후기 입시 방식으로 특정 과목에 강한 타입의 학생도 일정 수 입학시키지. 물론 입학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 경우에는 가차 없이 낙제시키는 거야(210쪽).
애초부터 나는 학력 저하 현상의 근본에 존재하는 것은, 문부성이 학습지도요령을 결정하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획일적인 교육을 시키는, 메이지 시대 이후의 교육체제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해왔네. 처음에 일본의 교육 수준이 전체적으로 낮았을 때는, 그런 교육체제가 국가의 주도 아래 전체의 교육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큰 도움이 되었지. 하지만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잘못된 평등주의가 횡행하면서, 대중에 영합하는 식으로 교육 수준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았어. 이제 이런 국가 관리형 획일적 교육 시스템은 백해무익한 것이야. 빨리 그만두어야 하지. 그만두지 않으면 문부성 지도 아래 국가가 침몰하게 될 거야(212쪽).

유비쿼터스 대학에서 제네럴리스트가 되는 길
조사, 문서 작성이야말로 교양의 기본이다.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기능’으로서 교양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다. 이것이야말로 고등 직업인이 지녀야 할 리터러시(읽고 쓰는 능력) 그 자체다. 글을 쓰기 전에 필요한 내용을 발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작성하려는 테마에 관해 정보를 수집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채택할 것은 채택하여 정리하고, 그 중에서 글을 쓸 내용을 조합하는 정보 정리 능력이 필요하다(246쪽).
현대 사회에서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의 한 부분일 뿐이다. 대학 이외에도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은 얼마든지 있다.…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는 대학에 의한 고등교육 독점시대에서 고등교육 유비쿼터스(도처에 존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에피스테메(지식)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테크네(기능)도 마찬가지다. 고도의 기능을 가르치는 기관은 대학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으며, 기능의 종류에 따라서는 대학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유비쿼터스 대학이 제공하는 교양과정은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모두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다. 유비쿼터스 대학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지 않는 한, 게으른 자는 즉시 낙오된다. 일반 대학에서는 교양이 교육으로서 제공되는 것이지만, 유비쿼터스 대학에서의 교양은 스스로 획득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제너럴리스트의 모습이다(머리말). 강성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